충북대신문 > 현상공모전 > 기사 보기


2016년 현상공모 시부문 심사평

제 913 호 발행일 : 2016.11.21

1.jpg

  인간들이 만든 최고의 도구는 단연 언어이다. 이 언어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함량미달의 언어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격조 있는 언어사용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격조 있는 언어사용은 단순한 기능훈련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공부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이 시를 쓰는 일은 최고의 마음상태에서 최상의 언어를 창조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 땅에서 가장 진실하며, 가장 선하고, 가장 아름다운 마음과 언어를 구현하고자 하는 일이다. 시를 ‘詩經’의 차원으로까지 들어 올리면서 외경하던 전통은 이런 점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이번 현상공모에 시를 응모한 학생은 총 21명이다. 그리고 그들이 응모한 작품은 총 51편이다. 양적인 면에서 그렇게 흡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응모자들이 시 속에 담아낸 언어에 대한 사랑과 마음밭을 가꾸려는 노력은 인상적이다.
  이런 응모작 총 51편이 보여주는 세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인생문제를 탐구한 것이다. 20대의 청년기에 알맞은 인생론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둘째는 시대와 사회 그리고 문명을 탐구한 것이다.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 실상을 읽어보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짙게 배어 있다. 셋째는 연정과 우정, 가족애와 인간애 등을 성찰한 것이다. 이것 역시 20대 청년기의 주된 과제라 생각된다. 요컨대 응모작들의 세계는 외향적이기보다 내향적이다.
  응모작 가운데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김승길, 권문중, 김수호의 작품이다. 단 한 편만을 응모하여 아쉬웠지만 김승길의 <새벽찬(饌)>은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어야만 살도록 되어 있는 목숨 가진 것들의 운명적 조건과 모순을 직시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의 새벽을 견디는 비애감을 유연한 언어감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총 3편을 응모한 권문중의 작품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히 <친구>라는 작품에서 사색의 깊이와 정제된 언어감각을 드러낸다. “아무리 높이 쌓아 올려도/ 위가 아니라 옆이어서/ 나는 기쁘네// 바라건대 많아졌어도/ 많지 않은 너와 같아/ 나는 기쁘네” 등과 같은 표현으로 친구를 그려내는 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3편을 응모한 김수호의 작품도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수호는 이 3편의 작품에서 죽음과 이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특별히 <조문(弔問)>이라는 작품은 경험의 간절함과 사유의 밀도 그리고 참신한 언어감각이 돋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을 조문하면서 노목과 껍데기의 뜻을 재발견하고, 그 죽음을 표나지 않게 간접화시키면서 “단풍과 둘이서 붉게 老木을 조문했다”고 죽음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승화시킨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위 세 응모자의 작품 가운데 김수호의 <조문(弔問)>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그리고 김승길과 권문중의 작품 <새벽찬(饌)>과 <친구>를 각각 가작으로 선정한다. 모두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굳이 차이를 둔다면 김수호의 경우가 집중도나 절실성 및 언어미학에서 조금 우위에 있다.
  위의 세 사람 이외에도 박성호의 작품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열애, 양지민의 작품이 보여주는 내적 단호함과 자제력, 이준혁이 보여주는 희망의 세계, 추비선이 보여주는 소수자의 자아인식과 세계인식의 내용 등도 소중한 점들이다.
  수상자는 물론 응모자들 모두가 정진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마음을 가꾸고 언어를 꽃피우는 품격 있는 인생을 열어가기 바란다.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