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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맛, 청주 전통시장을 걷다

제 994 호 발행일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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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은 이름만 들어도 왠지 설레는 곳이다. 상인들이 손님을 부르고, 손님은 가격을 흥정하는 풍경 속에 서 있으면 절로 몸에 활기가 돈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일터인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대형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그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청주에는 매월 특정 날짜에 열리는 오일장부터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상설 시장까지 다양한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청주의 여러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며 각각의 매력을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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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차분함에서 낮의 활력으로, 두 얼굴의 내수 오일장을 걷다

  우리 학교에서 105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북청주새마을금고 정류장에서 내리니, 상품을 진열하는 상인들의 분주한 손길이 먼저 반겼다.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침 8시, 아직 채 데워지지 않은 도로 위에서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 사이를 거닐었다. 트럭에서 싣고 온 물건들을 나르는 이, 이미 좌판을 한가득 채워놓은 이. 사람들이 몰리기 전 아침 시장은 평소 알고 있던 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시장 반대편 입구에 다다르니, 기자보다 어려 보이는 청년이 도넛과 꽈배기를 천 원에 팔고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가판대는 갓 만든 도넛과 꽈배기로 가득했다. 꽈배기 하나를 사 들고 장사 준비가 한창인 시장 곳곳을 구경했다. 10시가 넘어서자 슬슬 허기가 찾아왔다. 달궈진 아스팔트를 무작정 걷다가 ‘진달래 식당’이라는 백반집을 발견하고 냉큼 들어갔다. 8,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하니 오이김치, 배추김치, 연근조림, 멸치볶음, 샐러드에 갓 지은 흰쌀밥과 동태탕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평소 즐겨 먹던 메뉴는 아니었는데, 새벽부터 돌아다닌 탓인지 한 술 한 술이 달고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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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뜨거운 햇볕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위를 견디며 시장을 다시 한 바퀴 돌았다. 이제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자녀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 나물값을 흥정하는 어르신, 목청껏 호객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지며 시장 특유의 활기를 빚어냈다. 오전과는 또 다른 시장의 얼굴이 인상 깊었다. 먹거리 외에도 장미, 데이지, 라벤더 등 화사한 꽃과 다양한 생활용품이 즐비한 내수 오일장은 손님과 상인의 말소리가 뒤섞이며 어느새 시끌벅적한 활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일장과 다른 매력, 사창시장에 스며든 생명력을 느끼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사창시장이었다. 내수 오일장과는 달리 상설 시장인 이곳은 사창사거리에서 다이소 방향으로 길을 건너 조금만 걸으면 닿는다. 반가운 점은 천장(아케이드)이 덮여 있어 뙤약볕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덕분에 한결 쾌적한 기분으로 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이,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이도 보였다. 내수 오일장보다는 규모도 작고 판매하는 품목도 적었지만,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활력만은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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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떡볶이집 ‘떡보라’에서 떡볶이 한 접시를 맛봤다. 떡은 씹는 재미가 있었고, 너무 맵거나 짜지 않은 고추장 양념이 쏙쏙 배어들어 있어 맛있게 접시를 비웠다. 
  사창시장은 내수 오일장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내수 오일장이 좀 더 왁자지껄하고 공격적인 호객 행위가 많다면, 사창시장은 소소한 군것질거리나 생필품을 여유롭게 고를 수 있는 동네 장터의 느낌에 가까웠다. 끌개를 끌며 박스째 과일을 사 가던 오일장의 풍경과 달리, 이곳 손님들은 가벼운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시장을 즐기고 있었다.

여름날의 하복대전통시장, 뙤약볕 아래 숨은 보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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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병원에서 823번 버스를 타고 찾아간 하복대전통시장도 사창시장과 같은 상설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케이드가 없이 하늘이 뻥 뚫려 있어 햇살이 곧장 피부로 꽂혔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위 탓인지 골목에는 인적이 뚝 끊겨 있었다. 그냥 돌아갈지 망설이던 찰나, 저 멀리에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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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진가면가’라는 국숫집이었다. 평소에는 잔치국수나 칼국수를 파는 곳인데, 여름 특선으로 냉모밀과 냉면을 내고 있었다. 홀린 듯 줄을 서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구석 자리에 앉아 냉모밀을 주문하니 얼음이 동동 뜬 국수 한 그릇이 나왔다. 5분 만에 뚝딱 비우고 매장을 나섰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해가 누그러지니 슬슬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아케이드가 없어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였지만, 골목마다 숨어있는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겨운 인사를 건네는 북부시장, 사람 사는 냄새를 담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에 있는 북부시장으로 가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 71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암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북부시장’이라 쓰인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시장 이름 글자에 맞춰 지은 환영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북부시장을 찾아 주신 고객 여러분 부자 되세요. 시장의 따뜻한 정과 추억을 장 보고 가세요.” 손님을 단순한 고객으로 대하는 것을 넘어, 행복을 빌어주는 이 문구에서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곳은 하복대종합시장과 달리 아케이드가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었다. 입구부터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 사이로 만두를 찌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천천히 걷다 한 수산물 매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할머니 한 분이 상인 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은갈치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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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오늘은 갈치가 작년만 못하네. 은빛이 너무 옅어.”
  “아이고, 어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거 오늘 새벽에 올라온 건데. 이것보다 신선한 게 어딨다고.”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값을 깎아주는 상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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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시장을 더 둘러보다 허기를 느껴 시장 근처에 있는 ‘조선칡냉면’으로 들어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에어컨 앞에 자리를 잡고 10,000원짜리 물냉면을 주문하니, 살얼음 낀 국물 위에 무말랭이가 소복이 얹힌 냉면 한 그릇이 나왔다. 더운 날씨에 시장을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됐던 몸이 국물 한 숟갈에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간이 잘 밴 무절임과 면은 서로 잘 어울렸고, 십 분도 채 안 돼 국물까지 그릇째 비웠다. 다 먹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냉면을 먹고 있었다.

  매월 5와 0이 들어가는 날(5, 10, 15, 20, 25, 30일)에 열리는 내수 오일장부터 사창시장, 하복대 종합시장, 북부시장까지 청주의 전통시장을 두 발로 직접 누볐다. 대형마트와는 전혀 다른, 사람 냄새 가득한 현장은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공간들이 있으니, 친구와 함께 기분 전환 겸 한번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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