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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옥천 FM 두 청년 PD

제 994 호 발행일 : 2026.06.01

  고지우(충북 옥천·26세) PD와 김해주(충북 옥천·32세) PD는 공동체 라디오 옥천 FM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청년 언론인이다. 두 사람은 마이크를 들고 주민을 만나 마을의 변화와 이웃의 이야기를 방송에 담는다. 전국적인 뉴스는 아닐지라도, 이들이 기록하는 목소리에는 지역의 일상과 고민, 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누군가 묻고, 듣고,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질 이야기들이다. 두 PD는 주민의 언어로 지역을 전하며, 공동체 안에서 언론과 방송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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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들과 라디오 녹음을 하는 고지우 PD.

공동체 라디오를 처음 만났을 때

  고PD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옥천 FM에서 2년째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분명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광고 영상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언론홍보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광고 영상에 대한 관심은 대학 시절 학내 언론사 활동을 하며 언론 전반으로 넓어졌다.
  “제주대학교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가 쓴 기사로 변화가 생기고, 학교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자부심이 언론에 대한 열정을 만들었어요.”
  제주에서의 경험은 지금의 고PD를 만든 중요한 배경이 됐다. 그는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역할을 자주 고민했다.
  “섬이다 보니 공동체가 더 중요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꼈어요. 지역 언론에서도 지역 이야기는 적고 중앙 정치 뉴스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는 ‘왜 섬 지역에서도 지역 이야기가 아니라 육지 소식만 들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 문제의식은 결국 그를 옥천으로 이끌었다.
  “옥천은 공동체에 집중하는 지역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된 것 같아요.”
  고PD가 처음 옥천 FM을 접한 건 대학 시절 지역 언론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였다. 2024년 옥천신문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옥천의 지역 언론을 경험한 그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지역 언론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옥천에서는 신문과 잡지, 라디오가 모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어요.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지역 안에서 여러 언론 기관이 주민과 함께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내가 꿈꾸던 언론의 모습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꼈어요.”
  그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유지하는 공동체 라디오에서 다른 가능성을 봤고, 결국 제주를 떠나 옥천으로 향했다.
  “언젠가는 제주에서 지역 언론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먼저 옥천에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민들이 방송을 통해 공론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마침 옥천 FM 채용이 있어 제주 KBS  FD 일을 그만두고 오게 됐습니다.”
  원래 기자를 꿈꿨던 그는 라디오에도 관심이 많았다. 라디오는 글보다 더 낮은 문턱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느꼈다.
  “방송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영방송조차 진영에 따라 좌우되는 모습에 허탈감을 느껴서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에 매력을 느꼈어요”.

  김PD는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청년 활동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어오다 옥천 FM에 합류했다. 올해부터는 총무 업무와 함께 라디오 PD 역할도 맡고 있다.
  “금산에서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활동과 청년 거버넌스 활동을 했어요. 함께 활동한 동료들과 잘 맞아서 즐겁게 일했어요. 그러다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통해 옥천 청년들과 교류하게 됐어요. 그때 옥천 FM을 알게 됐고, 이후 옥천 FM에 총무로 입사했어요. 8개월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라디오 제작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요.”
  처음 PD 업무를 병행하기로 했을 때, 그는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처음엔 단순히 아마추어적인 활동만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지역 안에서 필요한 언론 역할을 정말 폭넓게 하고 있더라고요.”

주민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

  두 사람은 주민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며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쌓아가고 있다.

  김PD는 방송에 참여하는 시니어 아나운서와 주민 제작자들을 떠올렸다.
  “저희가 오히려 더 잘 챙겨드려야 하는데, 주민분들이 먼저 저희를 아껴주시고 밥도 사주세요. 늘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고PD에게는 <사랑 실은 멜로디>라는 프로그램이 특별하게 남아 있다. 1년 반 동안 맡아온 프로그램을 다른 제작자에게 넘기게 되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옥천 FM 개국 4주년 특집 방송에서 한 청취자가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저는 늘 뒤에서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다 기억해 주고 계셨더라고요. ‘고생했다’, ‘고맙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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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우 PD(왼쪽)와 김해주 PD(오른쪽).

공동체 라디오 활동은 두 사람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김PD는 다양한 주민을 만나며 자신이 가졌던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말했다.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어요.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고PD는 라디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완성도 높은 방송을 만드는 데 집착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직접 현장에 가서 외진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공동체 라디오는 스튜디오 안에서 완성된 목소리를 송출하는 매체가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송이 됐다. 고 PD는 평범한 주민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남는 순간, 그것이 곧 지역의 역사가 된다고 말했다.
  “라디오는 사람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잖아요. 말투나 숨소리, 망설임 같은 것까지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문이나 잡지가 대신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주민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라고 말한다.
  “말을 잘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편집의 힘을 빌릴 때도 있지만 주민들이 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하시지만, 조금만 지나면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지역은 사라지지 않는다

  옥천 FM 활동을 하며 두 사람은 공동체 라디오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

  고PD는 중앙 중심의 ‘지역소멸’ 담론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정작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지역 소멸을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지역 사람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PD는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 안의 다양한 존재를 발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지역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녀요. 수어 통역사와 함께 방송을 하기도 했고, 탈학교 청소년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지역 안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옥천 FM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냐고 묻자, 서로 다른 답이 돌아왔다.

  고PD는 “집”이라고 말했다.
  “보통 회사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잖아요. 그런데 방송국에 있으면 오히려 집에 온 느낌이에요. 오래 함께 일한 동료들과 주민들을 보면 친척 같기도 하고요.”

  김PD는 옥천 FM을 “유적 발굴지”에 비유했다.
  “지역 안에 이미 존재했지만 잘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계속 발견하게 돼요. 숨겨진 것을 발굴해서 기록하는 공간 같아요.”

  고PD와 김PD에게 옥천 FM은 단순한 방송국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배우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현장이다. 두 청년은 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옥천을 ‘소멸의 공간’이 아닌 삶과 관계가 이어지는 장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옥천 FM의 마이크 끝에는 지역의 목소리와 함께, 그 가능성을 믿는 두 청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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