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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츙슐랭가이드> 익숙한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여정, ‘운리단길’을 걷다

제 994 호 발행일 : 2026.06.01

  여행은 꼭 멀리 떠나야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익숙한 도시의 골목을 천천히 걷고, 작은 카페에 머물며, 우연히 만난 공간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청주 운천동에 자리한 ‘운리단길’은 그런 여행 방식에 잘 어울리는 거리다. 붉은 벽돌 건물, 개성 있는 카페, 낭만적인 소품 공간, 든든한 식당과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이곳은 청주의 일상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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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리단길 안으로 들어서면 눈에 띄는 적벽돌 건물의 카페 ‘마음 무늬’가 먼저 발길을 붙잡는다. “밖에서도 보이는 라일락 덩쿨이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 벽면에도 있는 라일락 꽃 덩쿨은 공간에 생기를 더한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 오래 머물수록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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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대표 메뉴인 ‘마음 라떼’는 무더운 날씨에 제격이다. 첫 맛은 고소하고 달콤하며, 시원한 라떼의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 특히 음료 위에 얹어낸 아이스크림이 인상적이다. 한입 베어 물어도 쉽게 줄지 않을 만큼 넉넉한 양으로, 라떼와 어우러져 디저트를 먹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골목을 걷다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에 알맞은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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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를 나와 골목을 걷다 보면 독특한 무인 소품 가게 ‘냥체국’을 만날 수 있다. 이름처럼 고양이와 우체국을 조합한 콘셉트로, 아담하지만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이곳의 가장 특별한 점은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또는 2년 뒤에 발송해 주는 서비스다. 지금의 마음을 미래의 나 혹은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연인에게 쓴 편지는 시간이 지나 헤어지면 폐기해 준다는 현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안내 문구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걷기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는 식도락이다. 운리단길 인근에 위치한 ‘원조청주집 짜글이 칼국수’는 부담 없는 가격(9,000원)으로 눈길을 끈다. 매콤하고 칼칼한 짜글이 국물과 쫄깃하고 탄탄한 면발의 조화는 걷기 여행으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에 충분하다. 감성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정겨운 ‘동네의 맛’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이 운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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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정의 마지막 코스로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찾았다. 기하학적이고 독특한 외관이 입장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직지’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직지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평소에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전시를 둘러보며 직지가 단순한 지역 상징을 넘어 인류 인쇄 문화사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유산임을 깨닫게 한다. 운리단길의 감성적인 골목 산책이 청주의 ‘현재’를 만나는 시간이었다면, 고인쇄박물관은 청주의 ‘역사’와 조우하는 시간이었다.

  운리단길은 거창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러나 소박함이 주는 편안함이 이곳의 진짜 매력이다. 붉은 벽돌 카페에서 시원한 라떼를 마시고, 고양이 엽서에 진심을 적어 보내고, 따뜻한 한 끼를 먹은 뒤 박물관에서 지역의 역사를 마주하는 하루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혹은 익숙한 청주 안에서 낯선 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운리단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골목마다 숨겨진 다른 표정 속에서, 어느새 청주의 새로운 매력과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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