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 > 사회 > 기사 보기


대학 입시에 밀린 학교, 자퇴를 선택한 학생들

제 996 호 발행일 : 2026.10.19

  고등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 부적응이나 비행과 연결해 바라보던 자퇴가 이제는 일부 학생에게 대학 입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신 경쟁에서 벗어나 수능에 집중하거나, 재입학해 내신을 새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입시를 위해 학교를 떠나는 현상은 무엇에서 비롯됐으며,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2.jpg
▲ 교육부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 학업중단 인원 자료.

늘어나는 학업중단, 입시형 자퇴도 등장

  교육부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학업중단 인원은 2020년 1만 4,439명에서 2025년 2만 6,84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학업중단율은 1.1%에서 2.1%로 높아졌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고 1,703개교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학업중단 학생은 1만 8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1 학생은 약 1만 450명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다만 학업중단에는 자퇴·퇴학·제적 등이 포함되므로, 이 수치를 모두 자퇴생 수로 볼 수는 없다.
  검정고시 등을 거쳐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도 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검정고시 등’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2019학년도 1만 1,331명(1.9%)에서 2026학년도 2만 2,355명(4.0%)으로 증가했다. 입시 전문 매체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상위 15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은 총 1,198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2.01%를 차지했다. 7년 사이 약 2배로 늘었으며, 2018년 관련 공시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겼다. 다만 이러한 통계만으로 입시를 위한 자퇴의 규모나 자퇴생 전체의 동기를 확인할 수는 없다.

3.jpg
▲ 검정고시 수능 응시자 통계자료.

내신 부담과 준비 시간 부족, 학교를 떠나는 이유

  지난 9월 4일 KBS <추적 60분>에서 방영한 ‘대입 N수, 입시에 갇힌 아이들’ 편은 입시를 위해 자퇴한 학생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ㄱ 학생은 고2 1학기를 마친 뒤 자퇴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한 과목에서 2등급을 받은 뒤 의대 진학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수능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신이 2등급대였던 ㄴ 학생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모의고사 준비를 병행하는 부담 때문에 검정고시와 수능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두 학생에게 자퇴는 학교에서 치러야 하는 여러 평가를 줄이고 입시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선택이었다.
  자퇴 후 수능에 집중하는 대신 학교로 돌아가는 사례도 있다. 방송에 소개된 ㄷ 학생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이듬해 고1로 재입학했다. 자퇴 후 재입학하면 내신을 처음부터 다시 관리할 수 있다는 온라인 정보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이른바 ‘내신 리셋’이다. 수능 중심의 입시 준비와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성적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학교를 떠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같다.
  2025년 입학한 고1부터 적용한 내신 5등급제가 이러한 선택에 미친 영향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교육부는 2026년 8월 공개한 카드뉴스 “내신 5등급 도입 이후 이것이 궁금하다”에서 일반고 1학년 자퇴생 수가 제도 도입 이전부터 늘었으며, 2025학년도에도 전년 대비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퇴 증가 추세만으로 제도의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시업계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내신 경쟁과 성적 회복의 어려움에 주목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등급제 하에서는 1등급인 10% 안에 못 들면 인서울 주요 대학이 날아갔다는 불안감이 큰데, 이를 극복할 대안 자체가 없다”라며 “고1 때 내신의 절반가량이 결정되는 구조라 남은 기간 성적을 복구하거나 만회할 시스템이 전무하다. 그러니 1학년 때 과감한 판단(자퇴 후 재입학)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체능 계열에서는 실기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퇴를 고려하기도 한다.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내신을 관리하면서 실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학생마다 목표와 전형은 다르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업과 진로에 필요한 준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자퇴를 고려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성공담이 가리는 위험, 입시로 좁아지는 학교의 의미

  사교육 시장의 성공담은 자퇴를 입시에 유리한 전략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검정고시와 수능을 함께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특별반을 운영하는 학원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학교 밖 학생에게 학습 경로를 제공하지만, 학교를 떠나도 별도의 교육 과정으로 대입 준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성공이 자퇴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대학에 합격했다면, 그 결과가 자퇴 때문인지 기존 학업 역량과 준비 방식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학교 밖에서 수능에 집중하려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성적 향상이나 합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하거나 학교 밖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학교생활의 가치가 입시 결과만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는 성적을 관리하는 곳만이 아니라,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고 또래와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공부하는 편이 입시에 유리하다고 여겨지면, 학교생활은 배움과 성장의 과정보다 대학 진학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퇴가 입시 전략으로 확산할 경우 학교에 남은 학생들까지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불리하지 않은지 고민하게 될 수 있다.

1.jpg

평가를 넘어 성장으로, 학교 안에서도 기회를

  입시를 위한 자퇴를 무조건 잘못된 선택으로 규정하거나, 반대로 유리한 전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학생마다 학업 목표와 진로, 학교를 떠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를 떠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나오는 현실을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학교 안에서도 성적을 만회하고 진로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기회가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 공동대표는 2023년 경실련과의 인터뷰에서 “평가는 진단을 위한 것이고 그래서 처방을 해줘야 하는데 진단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추적 60분> “N수 사회”를 연출한 최유리 PD도 지난 9월 <전북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의 시험이나 수행평가 실수로 떨어진 성적을 만회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한 번의 실수를 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교육제도가 줘야 할 최소한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도록

  학생들이 한 번의 평가로 진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상황을 바꾸려면, 학교 안의 평가 방식뿐 아니라 대학 진학 결과가 사회에서 갖는 의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입시제도 자체에만 있지 않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가 이후 취업과 직업 선택의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사교육걱정없는세상·좋은교사운동은 2026년 4월 교육 개혁 과제를 발표하며 대학 서열화 완화와 대입제도 개선, 출신 학교에 따른 채용 차별 방지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는 대입 결과가 이후 취업하는 기업이나 갖게 되는 직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입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려면 평가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 서열과 학벌에 따라 사회적 기회가 달라지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단체가 제안한 과제에는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체제 도입,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의 대학 입학을 보장하는 방안, 출신 학교에 따른 채용 차별을 방지하는 제도 마련 등이 포함됐다. 대학 간 서열을 완화하는 동시에 학벌보다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채용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는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학교의 평가 방식을 넘어 대학 진학 이후의 기회 배분으로 이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다만 대학 서열과 채용 관행은 오랜 기간 형성된 사회적 구조인 만큼, 하나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경쟁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구조적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성적과 진로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학교는 학생마다 다른 학습 속도와 진로 목표를 고려해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한 번의 평가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은 자퇴를 당연한 입시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대학 입시가 학교 교육의 다른 가치를 압도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자신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김가희 기자
gimg11393@chungbuk.ac.kr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