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푸른 잔디가 돋아난 화단을 가로질러 난 흙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길은 모두 학생들이 화단 위로 다니면서 만든 ‘샛길’이다. 학생들의 걸음으로 다져진 샛길은 학교 입구와 각 단과대 입구 등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일수록 많이 나 있고, 특히 도서관 주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 있다. 학교에서도 샛길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기자가 학교를 둘러본 결과 개신문화관에서 3개, 후문에서 1개, 의과대 앞에서 3개, 전자정보대 앞에서 4개, 대운동장에서 4개의 샛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샛길을 지나다녔다.
이 샛길은 학생들에게 ‘지름길’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원우(정보통신공학부.15) 학생은 “샛길을 이용하면 원래 나 있는 길보다 훨씬 빨리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며 “강의 시간이 촉박할 때 샛길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권민진(소비자학과.14) 학생도 “집이 정문 쪽인데, 주로 수업 듣는 곳이 생활과학대라서 등교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샛길로 다닌다”고 말했다. 이처럼 샛길이 잔디밭이나 화단이 많은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의 통행시간을 단축해주는 빠른 경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한편 최인섭(행정학과.14) 학생은 “평소에 자전거로 통학을 하는데, 통학하는 길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을 때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 사람들을 피해 샛길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보행자용 보도와 자동차용 도로밖에 없는 우리 학교에서 샛길이 ‘자전거 도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샛길이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교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샛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미관을 해친다는 점이다. 학교의 외적인 미관은 외부인이 우리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의 이미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화단 군데군데 난 검은 흙길은 학교 외관을 어지럽히고, 학교의 외적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예린(아동복지학과.13) 학생은 “가끔 바쁠 때 샛길을 이용하는데, 이에 대해 특별히 의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이어 “행사 등 때문에 화단을 꾸미거나 도드라지게 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샛길을 인식하거나 신경 쓴 적이 없다” 덧붙였다. 또한 샛길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없애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김현걸(경제학과.13) 학생은 “샛길은 아주 유용한 또 하나의 길”이라며 “만약 샛길을 없애도 또 다시 생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샛길을 없애기 위해 대대적으로 화단을 보수하고 샛길에 다시 잔디를 심는 등의 정비를 했지만 샛길은 금세 다시 생기기 일쑤였다. 또한 정문과 농업생명대 앞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의 경우 잔디밭을 가로질러 샛길을 내고 지나다니는 학생을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잔디밭 테두리에 줄을 쳐 놓았지만 학생들이 줄이 낮은 곳을 찾아내 넘나들어 이마저도 아무런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력부족 등으로 샛길이 날 때마다 매번 해당 화단을 보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재 나 있는 샛길을 막으려면 입구에 줄을 치거나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데 이 또한 학교 미관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우리 학교 총무과 김형기 조경담당자는 “실질적으로 샛길을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아예 도보로 내주기도 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적으로 샛길에 대한 보수를 해나갈 예정이지만 그보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캠퍼스를 아끼는 마음을 바탕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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