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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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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 햇빛은 머리카락을 먹는 게 틀림없어! 그야 내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 계속 눈치를 보며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금살금 바닥을 기어서, 머리카락 있는 쪽으로 계속 오잖아. 부끄럼쟁이군! 무슨 눈치를 그렇게 보는지. 나 원, 머리카락을 좀 먹을 수 있지 그런 걸로 눈치를 주다니, 이상한 미용실이야. 조금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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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가 찰칵거릴 때마다 내 심장도 두근거린다. 익숙한 경찰들과 인사를 한다. 화장실에 오늘도 있다. 나오자마자 변기에 버려진 거 같다. 갓난아기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잦은지 카메라를 들고 쫓아다니는 청년도 생겼다. 가뜩이나 출산율도 거의 0%라는데 왜들 이러는 걸까. 작년 2029년, 국민연금 폐지가 시작이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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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책임질 것이 늘어간다는 걸 말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희생은 필연적이다. 이 귀염둥이도 내 노력의 일부분이다. 좁디좁은 원룸 속 작은 어항이 세상 전부인 반려 물고기다. 이 친구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요즘 들어 혼자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안에 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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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어떤 집을 가든, 어떤 식당을 가든 음식을 있는 곳이라면 항상 등장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익숙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김치를 안 먹는 사람은 봤지만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내가 김치를 즐겨먹기 시작한 것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은 맛집의 기준이 김치의 맛일 정도로 김치를 좋아하고 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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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란 행위에는 시간적 혹은 공간적 정의가 존재하는가. 아니다. 잠이란 사실 별거 없다. 잠은 일반적으로 생물이 단순히 신체활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그 의미가 특정 다수에 의해 크게 변질하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들은 현대 특유의 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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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서 지훈이 연락처를 찾았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종호를 한번 쳐다봤다. 표정이 없다. 혹시나 받을까 하는 기대도 없나 보다. 초록색 수화기를 눌렀다. 곧바로 화면이 바뀌며 신호가 갔다. 제목은 모르지만 익숙한 노래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왔다. 여전히 컬러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희망적이다. 그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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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개교 칠십 주년에 부쳐/도종환/산비탈에 자라는 늦가을 초목처럼/스산하던 저녁이 있었다./누구도 이름 불러주지 않는 야산처럼/묵묵히 변두리를 지키던 날도 있었다./폭염의 날들을 이겨내지 못했다면/혹독한 눈보라에 쓰러지고 말았다면/우리는 아름드리 숲을 이루지 못 했으리/폭우가 쏟아지던 청춘을 통과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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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의 홀은 좁다. 테이블은 세 개가 전부다. 그래도 반 이상이 찼으니 호황일까. 가게에 들어섰을 때 이미 한 테이블을 여자 한 분이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한 테이블에는 양파가 담긴 소쿠리가 있다. 결국 만석이 됐다. 테이블은 왠지 좀 끈적거렸다. 종호가 짬뽕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놓고 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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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나. 그런데 좀 의아하다. 분명 여기 없어졌는데. 내가 좋아했던 곳이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바로 근처에 있던지라 쉽게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의 새콤달콤한 토마토 향이 가득하다. 빨리 거래처 약속 상대가 누구였는지 찾아야 한다. 낯이 익은 사람이 있는지 계속 살펴보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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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오십’이라는 기상천외한 단어가 왜 생겼는지 알 거 같다. 왜냐면 내가 지금 반오십이다. 요즘은 현대식 나이 계산법이라고 현대인들 신체 나이가 매우 젊어져서 실제 나이를 더 적게 계산해야 한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느끼는 압박감을 보면 아무래도 사회는 날 대학 내에서만큼은 충분히 고인 물로 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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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이었다. 해도 적당하게 나오고 바람도 선선하게 부는 딱 좋은 봄의 날씨. 이런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긴 참 아까워 공기도 마실 겸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딱 그런 날이었다. 새로 산 옷을 입고 딸기 라테 한 잔을 들고 조치원역으로 이동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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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하얗고 둥근 쇠부엉이, 비주는 기분이 몹시 좋았어요. 어머니께 허락을 받아, 드디어 홀로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비주는 나뭇가지에서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전에 가슴을 부리로 꾹꾹 쑤시며 몸단장을 했어요. 높이 뻗은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깃털에 스쳤어요. 비주는 바람이 숲 너머의 드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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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이 고비였어. 그리고 모든 고비는 순탄치 않았지. 따스한 볕이 내리쬘 때보다 찜통 같은 더위에 허덕일 때가,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보다 찬비를 맞을 때가 더 많았어. 잘 닦인 거리보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진창이 더 익숙해졌고 말이야. 게다가 나무에는 맛있게 익은 과일이 아닌 덜 익어서 시고 떫은 과일이 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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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 쉽게 말하자면 ‘재수 없는 날’인 거다. 이런 날이 있다는 것에는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릴지도 모른다. 그런 거 입 밖으로 내면 진짜 재수 없어진다고 입 밖으로도 내지 말라는 등의 기타 의견도 존재한다. 참고로 이 의견은 우리 부모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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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오고 늦은 밤. 시계는 정각으로 달려가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가방을 내려놓고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피곤한 얼굴로 휴대폰을 만지며 놀다가 씻고 자야만 한다. 그러나 정말로 피곤해서 머리는 당장 휴식을 취하라고 외치는데도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만 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다녀왔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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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수많은 작품 중 <눈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동화계의 거장인 그의 작품들 중에서 덜 유명한 편에 속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준 이야기였다. 그 동화를 다시 읽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도 아주 적은 자료만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엄지 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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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벽을 잡고
꽃게처럼 열심히 움직였죠
엄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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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간이 남으면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펜을 잡는 게 습관이 됐어.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낮에 훈련받으면서는 편지에 쓰고 싶은 말이 자꾸 떠오르는 데 막상 펜을 잡으면 무엇을 써야 할지 머리가 하얘진다. 쓸 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워낙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더 맞을 것 같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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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보고 싶을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온통 그녀 생각으로 손에는 무엇도 잡히지가 않으니 말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린 건 하필 알바를 관두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그녀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리다 이제 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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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 기운 팔월, 햇빛이 철로 위에서 지글지글 끊는다. 트인 지형이다. 철로는 아득한 데서 와서 아득한 곳으로 달려간다. 철로와 나란히 국도가 달리고 있다. 국도는 잘 포장된 나무랄 데 없는 도로다. 윤이 흐르는 기름진 바닥은 폭이 넓고 고른 것이 철로보다 더 당당하다. 도로를 따라 연변이 모두 미군 부대의 주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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