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책 삽니다. 연락 주세요”, “교양 서적 여러 권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에게 값싸게 팝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페이스북 페이지 ‘新충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중고 서적 판매글로 도배된다. 기본 2만 원 선을 넘는 서적을 학기마다 새로 사는 것은 학생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학생들은 개강 초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중고도서장터’나 ▲우리 학교 홈페이지 개신골광장 커뮤니티의 ‘삽니다/팝니다’, ▲충북대학교 어플 ‘자유게시판’, ▲우리 학교 대표카페 ‘사고팔기’ 등에서 중고 책을 거래한다. 특히 온라인상으로는 중고 책 외에도 자취용품, 자전거, 핸드폰 등 더욱 다양한 물품을 거래해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중문에서 열린 ‘KnowHow’ 총학생회 중고도서장터. 사진제공: ‘KnowHow’ 총학생회
개강 무렵이면 활기를 띠는 중고도서 거래
개강 초면 신학생회관 앞에는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중고도서장터’로 인해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값비싼 새 책을 사기보다는 저렴하지만 비교적 깨끗한 중고 서적을 사는 것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중고거래장터에서 책을 판매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방학 중에 총학생회 페이스북으로 중고도서를 판매할 사람을 모집하거나 장터가 열리면 현장에서 추가로 받는다. 판매자가 연락처, 계좌번호, 희망 판매 금액(원가의 50% 정도) 등을 남긴다. 책이 판매가 되면 수수료 없이 그 금액을 고스란히 판매자에게 전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정기간 동안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인이 다시 찾아가거나 학교에 기증된다. 이번 중고도서장터를 이용한 이나은(행정학과.13) 학생은 “수업에 필요한 책을 새로 사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학기 초마다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중고책 거래장터를 이용해 종종 책을 구입하곤 한다”며 “가격은 새 책의 반값에 불과한데 품질은 새 책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아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KnowHow’ 총학생회에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이번 ‘중고도서장터’에는 1천 권 정도의 책이 들어오고 약 8백 권 정도의 책이 거래됐다. 또한 신학생회관 앞에서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중문에도 현수막을 내걸고 거래장터를 열었다. ‘KnowHow’ 총학생회 이우주(농업경제학과.12) 회장은 “보통 하루에 2백 권 정도가 거래됐고 중고도서장터를 이용한 학생은 하루에 1,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참여하는 만큼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온라인 통한 학생들 간의 중고 물품 거래도 활발해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이 중고도서를 거래하는 방법 외에 온라인상으로 개인적인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는 ▲우리 학교 홈페이지 개신골광장 커뮤니티의 ‘삽니다/팝니다’, ▲충북대학교 어플 ‘자유게시판’, ▲우리 학교 대표카페 ‘사고팔기’가 해당된다. 충북대신문에서는 지난 1일(화)부터 지난 9일(수)까지 중고도서 거래를 목적으로 해당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게시물 개수를 조사했다. 광고 및 홍보성 글과 도서가 아닌 다른 물품을 거래한다는 게시물을 제외한 결과, ‘삽니다/팝니다’에는 193개, ‘자유게시판’에는 293개, ‘사고팔기’에는 429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개강 며칠 전부터 올라온 게시물 수를 더하면 중고도서 거래를 하려는 학생들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삽니다/팝니다’를 통해 중고도서 거래를 한 박정빈(전자공학과.14) 학생은 “원하는 책이 중고도서장터에 있지 않았고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삽니다/팝니다’를 이용했다”며 “연락처를 남기면 특정 장소에서 만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간편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중고도서 외에도 다른 중고 물품을 거래하려는 게시물도 종종 발견된다. 관련 게시물 개수를 확인한 결과 ‘삽니다/팝니다’에는 31개, ‘자유게시판’에는 20개, ‘사고팔기’에는 32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하려는 물품에는 자취용품, 핸드폰, 헬스 회원권 양도, 스쿠터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삽니다/팝니다’를 통해 중고물품 거래를 한 동효성(소비자학과.09) 학생은 “온라인을 활용하면 시간과 돈을 적게 들여서 여러 사람에게 상품을 홍보하고 팔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 간의 중고거래 위험성은 없나
한편, 중고거래의 경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거래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 지난달 24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벌어진 인터넷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총 4만 7,867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벌어졌던 인터넷 사기 5만 6,667건의 8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처럼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중고거래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중고거래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들은 그다지 큰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동효성 학생은 “같은 학교 내에서 거래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딱히 위험성은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현석(수학과.13) 학생 역시 “연락처나 이름을 남기고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고물품 거래는 학생들 개인의 거래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학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게시판 작성내용으로 인한 법적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있다. 우리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중고거래 후 피해를 본 이승규(심리학과.12) 학생도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개인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학교에 문의하는 등 어떤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에서도 중고도서 외에 다른 물품 거래를 도와주는 중간다리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이우주 회장은 “아무래도 책이 아닌 다른 물건들은 보관하는 장소도 한계가 있고 고가의 물품들은 부담이 돼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으면 학기 말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생들 간의 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무조건 직거래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한 번 더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되도록 늦은 시간에 만나는 것은 피하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거래를 약속한 상대방이 의심스러울 경우 사이버안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플 ‘다안다’를 통해 상대방의 전과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 오완균 사이버 수사팀장은 “어떤 경우에서든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만약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화번호나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돈을 보낸 송금증과 이체거래 확인증 등 증거를 확보한 뒤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가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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