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의 기술>은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개최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난해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창작의 영역에서 제목을 조명한다. 제목은 작품 속에서 어떤 위치일까? 이번 전시는 제목을 작품에 종속된 고정적 정보가 아니라, 시대와 문맥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는 주체로 인식하고자 ‘이름’이라고 기술했다.
전시의 도입부인 ‘프롤로그-이름의 기술’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무제.기호.문장형으로 작품을 분류하고, 이름(작가명, 작품명)을 어떻게 기술하는지 보여줬다. 1장 ‘무제’는 16점의 무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제목이라는 틀을 떠나 자유롭게 감상하게 했다. 2장 ‘기호’는 암호화나 수식화된 이름을 가진 작품들로 구성됐다. 기호화된 이름은 의미를 알기 어렵거나 불분명하게 서술돼 있었다. 3장 ‘문장-이것은 이름이 아니다’에는 서술형 작품이 전시됐다. 서술형 작품은 언뜻 보기에 친절하게 작품을 묘사했지만, 감상을 교란하기도 했다.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제목을 바꿔볼 수 있는 <이름 게임>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름을 변경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후, 자신의 감상과 가까운 키워드를 선택하면 새로운 이름이 생성됐다. 이렇게 생성된 이름은 디지털 명제표에 표시되고, 작가가 지은 이름과 함께 배치된다. <이름 게임>에 참여한 정지수(청주·24) 씨는 “두 개의 이름을 나란히 보니 감상에 영향이 좀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의도한 이름 말고, 다른 사람이 감상한 시각으로도 작품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양현미(대전·51) 씨는 “<이름의 기술>이라는 전시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혹시 제목이 없는 작품의 이름을 지어보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했다. 내 생각과 <이름 게임>이 약간 맞아떨어져서 흥미로웠다”라며 전시 프로그램의 재미를 전했다.
관람객의 관심을 끈 작품 중에는 김상진의 “나는 사라질 것이다”와 고바야시 고헤이의 “세 개의 주름 돼지족발 끊임없이 굴러가는 로스트”가 있다. 남규민(고양·23) 씨는 “김상진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이 전체적으로 밝은 흰색 톤인데, 그 작품을 볼 때 분위기가 확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배경도 강렬한 빨간색에, 전시물의 규모도 커서 기억에 남았다”라며 자세한 감상을 전했다. 안은진(청주·23) 씨는 “고바야시 고헤이의 작품이 인상 깊었다. ‘00은 00이다’로 형식을 맞춘 15개의 대사로 작품 구성을 이어가는 게 흥미로웠다. 처음 보는 난해한 문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작가들이 이 문장과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의도를 재밌게 알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김상진 <나는 사라질 것이다>.

▲ 고바야시 고헤이 <세 개의 주름 돼지족발 끊림없이 둘러가는 로스트>.
<이름의 기술>에서는 이 밖에도, 같은 이름이지만 다 다른 <무제> 작품들부터 별을 촬영한 사진과 커튼의 한 면을 촬영한 사진인 김도균의 <b.vfd.46.178392 1.216070-01>, <예술은 비싸다>라는 작품명스럽게 입장료인 전용 동전을 내는 공성훈의 작품까지 독특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아가 이 작품들 뒤에는 ‘작품의 이름도 작품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름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창작과 결부돼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김륜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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