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에 돌입했다.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을 5,058명으로 증원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약 1년 6개월간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여가 지난 7월 12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에 우리 학교 의대도 이번 2학기부터 정상 수업이 이뤄지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유급을 막아라
가장 어려운 과제는 1년 6개월 동안 지연된 의료 인력 공급의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짧은 기간에 압축해서 복귀한 의대생(이하 복귀생)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유급을 막아야 한다.
우리 학교 학칙 제79조(졸업학점 및 수료학점 등)에 따르면 의예과(이하 예과) 수료학점은 80학점 이상이고, 의학과(이하 본과)의 졸업학점은 160학점 이상인데, <학사운영규정> 제24조(유급 대상 등)에 따르면 학년별 정해진 수료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예과 학생, 취득 학점 중 F를 받은 교과목이 하나라도 있는 본과 학생은 유급 대상이다. 또 <학사운영규정> 제25조(유급시기)는 “유급은 매 학년말에 시행한다. 다만, 역학기 이수자는 학기말에 시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집단 휴학에 참여한 의대생을 휴학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복귀생들은 지난 1학기에도 재학생 신분이었고, 1학기에 이수할 학점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 학교 학칙에 따르면 지난 1학기를 이수하지 않은 복귀생은 이번 학년말에 모두 유급 대상이 된다. 이들이 유급되면 내년에 1학기 과정을 다시 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사운영규정> 제22조(복학 제한)에 따르면 예과 학생은 역학기 복학을 할 수 없다. 또한 <학사운영규정> 제27조(유급절차)에 따르면 유급된 학생은 재수강할 필요가 없는 학기에 휴학해야 한다. 즉, 유급이 확실하다면 복귀생은 이번 학기에 복귀하지 않고, 휴학 후에 2026학년도 1학기에 복학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의료 인력 수급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진다.
지난 1학기 수업에 참여한 의대생은 예과와 본과를 합해 25명에 불과하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2학기 복귀생들을 이들의 진도에 맞춰야만 한시라도 빨리 의료 인력 공급을 정상화할 수 있다.
이에 의대는 지난 8월 1일부터 1학기 수업을 들은 예과 재학생을 제외한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절학기를 진행했다. 예과 2학년은 8월 1일부터 4주, 1학년은 8월 4일부터 3주간 계절학기 수업을 받았는데, 취재일(8월 11일) 기준 예과 1학년 137명과 2학년 32명 총 169명이 계절학기를 수강해 수업 결손을 메웠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 계절학기 최대 이수 학점이 9학점이다. 9학점도 특별히 배려한 것으로 일반적인 계절학기 최대 이수학점은 6학점이다. 우리 학교 <학사운영규정> 제70조(수업기간 및 학점) 제4항은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생은 계절학기별 최대 9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본과 학생들은 올해 1학기를 4월에 시작한 관계로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 계절학기를 개설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계절학기를 포함해 의대생들의 수업 결손 해결 방안을 계속 고심 중이다. 지난 8월 13일 우리 학교는 학칙 제60조(학기당 신청 학점)에 대해 한시적으로 별도의 기준을 정해 운영한다는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주요 내용은 이번 2학기부터 2026학년도 2학기까지 의과대학의 학기당 신청 학점에 관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2학기에 예과 학생은 40학점까지, 본과 학생은 43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게 됐다.
강의실을 확보하라
이번 2학기부터 복귀생들의 합류로 예과 24·25학번이 함께 1학년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예과 25학번 125명과 24학번 50명, 총 175명에 달하는 학생을 한꺼번에 수용할 강의실을 마련하기 위해 의대는 일단 160석이던 의과대학 1호관(E7-1) 첨단강의실에 20석을 추가해 180석을 확보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강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기에 학교 측의 고민이 깊다. 윤석열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국비 지원을 약속해 우리 학교는 의대 4·5·6호관과 해부학 실습동 등 총 4개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었지만, 증원 계획이 철회되면서 신축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125명으로 증원된 25학번과 24학번 50명은 2년 뒤 본과에 들어와 해부학 실습을 진행해야 한다. 해부학 실습은 카데바(해부용 시신) 한 구당 6명 정도 실습을 진행하는데, 현재 해부학 실습실은 카데바 10구를 실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취재일(8월 22일) 기준 휴학생을 제외한 예과 1·2학년 재학생은 150명으로, 이들이 본과로 진입했을 때 원활히 해부학 실습을 진행하려면 카데바를 최소 20구는 확보해야 하고, 해부학 실습실의 증축과 기자재 추가 배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갖춰라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시험(KMLE)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의사 국가시험은 통상 9~11월에 실기시험을 본 후 다음 해 1월 필기시험을 본다.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평가 기준으로 설정한 임상 실습 최소 이수 기간인 52주를 채워야 한다. 우리 학교는 3학년 때 40주, 4학년 때 12주를 이수해 최소 이수 기간인 52주를 맞춰왔다.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4학년 학생들은 임상 실습 기준도 채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기시험 준비도 못 했다. 이에 의대는 3학년은 졸업까지 남은 1년 반 동안 실습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2026년으로 임상 실습을 조정해 진행할 예정이며, 4학년은 이번 2학기에 1학기 임상실습과 1.2학기 이론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1학기에는 학생별로 듣지 못한 나머지 과목을 이수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4학년 복귀생들의 커리큘럼은 내년 8월 졸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희복(의학과 교수) 전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을 빨리 복귀하게 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제 호칭은 종합병원 의사가 아닌 의과대학 교수입니다. 제 본분은 환자의 치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의사의 교육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제가 그 역할을 못 했지만, 이제는 그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복귀생들이 1년 반 동안 학업을 중단했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정해진 학습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학업을 이어 나가고 의과대학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저희 교수진이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민성원 기자
sungwon0985@chungbuk.ac.kr
윤상현 기자
sanm9427@chungbuk.ac.kr








민성원&윤상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