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시간 활용은 대화나 공부로”

사회자(아래 사회) : 수업시간표를 다들 짜셨을 텐데요, 보통 공강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
이샛별(아래 샛별) : 저희 과 같은 경우 학과 특성상 남학생들이 적은데, 여학생들끼리 모여 있다보니 아무래도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카페나 빈 강의실 같은 곳에서요.
사회 : 그렇다면 카페에 가는 경우와 학교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 중 어느 쪽이 횟수로 더 많은 편인가요? 카페에 자주 가면 커피 값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샛별 : 카페에 주로 많이 가요. 분위기가 좋거든요. 그래도 음료 가격은 학교 부근이라 비교적 저렴해요.
박민희(아래 민희) : 제 경우는 좀 달라요. 올해는 친구 세 명과 한자스터디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모여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거든요.
박진수(아래 진수) : 따로 공부를 한다고 해서 꼭 생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쉴 때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과제를 같이하기도 해요. 공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휴식’이란 것은 중요하거든요.
사회 : 이야기를 듣다보니 남녀 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보통의 경우 남자들은 수다를 떨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요?
박종재(아래 종재) : 네. 저는 친구들과 오락실, PC방, 당구장 등을 주로 함께 다니면서 놀아요.
김완식(아래 완식) : 정말 1학년 때는 그렇게들 보내는군요. 하지만 그래서만은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다고는 못하겠지만 나이와 학년이 있는 만큼 아예 놀지는 않아요.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수광(아래 수광) : 그렇죠. 저도 좀 생산적인 일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학번이 높다 보니 지금 남은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게다가 학교를 오래 휴학을 해서 아는 사람도 드물고요. 그래서 공강 시간엔 주로 공부를 하죠. 지식을 쌓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전공에 대한 고민, 그리고 ‘취업’

사회 : 학생들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뭔가요?
샛별 : 주변에선 이런 고민을 하기에 이르다고 해요. 자격증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같은 거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취업준비도 해야 하는데….
민희 : 불문과도 취업이 어렵지 않나요? 저희 과 같은 경우도 소위 말하는 ‘취업 잘 안되는 과’이다 보니 저뿐 아니라 주위에도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관련 책들을 많이 들고 다니거든요. 주변에서 그렇게 하니까 저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지금 제 전공이 취업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고요.
샛별 : 그건 정말 그래요. 불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하지 못하면 전공을 살리긴 힘들거든요.
종재 : 벌써부터 전공과 취업을 연결짓는 건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 의 경우 굳이 고민이라 한다면 군대문제인데요.
완식 : 여자는 군대를 안 가잖아요. 그런데 막상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저 또한 전공에 대한 고민, 적성에 대한 고민이 지금 말씀하신 여자 분들처럼 많아지더군요. 너무 점수에 맞춰 과를 선택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금부터라도 적성을 찾아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수광 : ‘전공’이란 게 사실 어쩌면 족쇄 같은 거죠.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때 전공을 정하라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저도 지금 제 전공과 상관없이 경제나 경영 쪽 공부를 하고 싶거든요.

“경험을 통해 ‘나’를 아는 것은 중요한 문제”

사회 : 대학에 와서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못한 특별한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요? 꼭 특별하지 않더라도 경험해 본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진수 : 청주 내에 봉사활동 단체가 있는데요, 지금 거기에서 시각장애인 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오히려 저에겐 학과 활동보다 비중이 더 큰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학과 활동 등을 할 때와는 다른 저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샛별 : 저도 봉사 같은 걸 한번 해봤으면 했는데 지금까진 해보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도 작년에 과에서 원어 뮤지컬 준비를 하고 공연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봉사가 아니더라도 과 활동에서도 색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거겠죠?
수광 : 저는 월드컵 때 청주 붉은 악마 운영진으로 활동을 했었고, 핸드폰 판매도 해보고, 결혼식장에서 사회 보는 일도 해보는 등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 봤죠. 나를 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잖아요. 앞에서 두 분 모두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던 걸 보더라도 말이죠.
사회 : 남녀 학생은 생각의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 사회에서의 성 의식에 관한 생각을 몇 가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샛별 : 저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남녀의 차별이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옛날보다는 여성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으니까요.
완식 : 그래도 종종 남자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피해를 입는 역차별을 경계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여성의 지위만 상승한다고 남녀차별이 없어지는 건 아니란 입장이에요.
진수 : 그렇죠. 남자들이 피해보는 것도 분명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여자로서 차별 받는 것 보다 역차별에 더 주의를 기울이곤 해요. 또 다른 문제라면 우리 사회의 여성 복지나 육아 관련 복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 있겠네요.

‘술’ 그 쓰디쓴 한 모금, 그리고 정치의식

사회 : 술자리는 얼마나 자주 가지시나요?
민희 : 개강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갖는 것 같은데,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샛별 : 1학년 때는 선배들이 부르면 무조건 가곤 했어요. 지금 같은 경우는 그렇진 않지만 어느 정도 요령도 생기고 해서 예전처럼 술자리가 부담스럽진 않아요. 선배들과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거든요.
진수 : 선배들이 부른다고 무조건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가끔씩 모이는 편이에요.
종재 : 저는 대학을 들어와서 처음으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됐어요. 역시 선배들과 술자리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훨씬 뜸해진 것 같아요. 2학기라서 그런가?
수광 : 2학기 때는 좀 줄어드는 경향이 있죠. 몸도 힘들고, 술자리가 시들해지는 거죠.
완식 : 저는 그렇지도 않은데요. 한 달에 네 번은 꼭 술자리가 있어요. 선배들과도 마시고 친구들과도 마셔요.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술자리가 좋아서 모이는 경우가 많죠.
사회 : 술자리에서 대화 주제는 어떤가요?
샛별 : 학과에 관해서나 과 사람들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일종의 가벼운 ‘뒷담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민희 : 그렇죠.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샛별 :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술을 한두 잔 하다보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는 각자 남자친구 이야기도 많이 하구요.

사회 : 이 정도에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총선이나 대선 때 투표는 모두 하셨나요?
샛별 : 저는 첫 대통령 선거라서 대선 때는 했었는데, 총선은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못했다는 것에 별로 큰 의미는 두지 않는 편이에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아서.
완식 : 투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좀더 깊이 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러면 저절로 선거나 정치 자체에 관심이 생길 것도 같은데요.
민희 : 저는 그랬다가 오히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만 느낀 적이 있어요. 원래 좀 진보적 성향이라 반대 성향의 한나라당 정책캠프에 한 번 참가했었는데 그곳에서 상당한 사고의 ‘차이’를 느꼈죠. 그런 정치인들만 보다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요.
사회 :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키우기도 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종재 : 저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정치 이야기를 종종 하구요. 의견이 서로 다르면 언쟁이 일어나기도 해요.
수광 : 저는 정치적 견해가 사회를 보는 관점을 결정짓는 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정치 자체를 좀더 선진적인 북유럽 국가의 정치 등과 비교해 보면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이 더 크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정치적인 상황에 실망을 많이 하게 되죠.
진수 : 그래도 대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어떤 ‘계기’가 생긴다면 정치적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요. 당장 취업걱정에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솔직히 지금 상황에선 왠지 정치적 관심은 사치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당장에 앞에 놓인 일들이 급하단 생각을 저 역시 하니까요.
사회 :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론 희망적이면서 한편으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의 대학사회는 공허하고 경쟁적이고, 사회적 모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대학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생각이 어떤지, 생활은 어떤지 등을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