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시작되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도입이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ICL : Income Contingent Loan)란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포함하는 학비 실소요액을 대출해주고 상환기준소득(1592만원) 이상 소득 발생시점부터 대출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제도이다. 대학 졸업 시점까지 원리금에 대한 상환 부담이 없기 때문에 다자녀를 둔 부모 또는 혼자 힘으로 대학 졸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각광 받고 있지만 유예기간 동안의 이자는 단리계산을 하는 반면 상환기간 동안에는 복리계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상환기준소득 발생까지 거치기간 연장가능
 한국장학재단은 현재까지 취업 후 상환제를 신청한 학생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고, 올 1학기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를 이용하는 신입생 및 재학생을 약 7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취업후학자금상환제특별법에 따라 소득분위를 10단계로 구분하고 7분위 이하 해당 학생은 취업 후 상환제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 범위는 학생회비를 포함하는 등록금 전액 대출과 연 200만원 이내의 생활비 대출로 하며, 생활비만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해진 대출신청기간 중에만 신청이 가능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학기 중 2회 신청가능하며 신청기간에 따라 3월 또는 6월에 지급된다. 또한 소득분위에 따라 상환방법이 4가지로 구분되며,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활비가 무상으로 지원된다. 학기 중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경우에는 무상보조금을 지원받아 해당 학기 대출금 상환이 가능하다.
 한편 기존의 일반상환제의 대출기간은 거치기간 최대 10년, 상환기간 최대 10년이지만 취업 후 상환제는 상환기준소득 이상의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거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3200만원 빌렸는데 9700만원 갚아야
 그러나 취업 후 상환제의 5.7%의 높은 대출금리는 야당, 시민단체 및 학생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기존 학자금 대출 제도는 소득 1~3분위는 무이자 지원, 4~5분위는 4%의 이자 지원, 6~7분위는 1.5%의 이자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취업 후 상환제의 도입으로 차상위 계층 대학생 장학제도와 소득 7분위까지의 학생들에 대한 이자 지원이 폐지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00만원을 기준으로 4년제 대학생이 총 3200만원을 대출받은 경우, 연봉 1900만원을 받는 사회 초년생은 25년 동안 9705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초임이 2500만원인 경우에는 16년 동안 6884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홍보대사 충북지역 김지호 팀장(전기공학과?06)은 “정부에서 재원을 조달하지 않고 재단채권을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하게 되므로, 금융시장의 자본 순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재원 조달시 발행한 채권 이자 지급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상환 기간 동안 복리 적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한 직전학기 성적평점 B학점 이상을 대출 조건으로 변경한 것도 기존 제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교과부의 자료에 따르면 재학생의 15%가 신청 자격을 잃게 된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기존 학자금 대출금 이자 상환을 위해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학기 중 공부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며 “B학점 이상의 성적 제한은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김 팀장은 “재단의 출범목적을 보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이 있다. 현재 전국대학생의 75%가 B학점이상이므로, 이 같은 조건은 그 능력과 의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영국,호주 학자금 대출 금리 0%
 영국과 호주에도 취업 후 상환제와 거의 흡사한 대출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자가 전혀 없다는 점이 우리나라 제도와 크게 구별된다. 두 국가 모두 무상고등교육이 유상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실시되었으며 모든 대학생에게 차등 없이 대출자격이 주어진다.
 영국의 경우 3천 파운드 내 수업료와 생활비 대출이 가능하며 졸업 후 그 다음해 4월부터 상환이 시작된다. 상환은 기준소득 연 1만 5천 파운드(2월 2일 기준 한화 2770만원) 발생시점부터 시작하게 되고, 기준소득 초과분의 9%를 상환하게 되므로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다.
 호주도 일정 소득 발생시점부터 상환이 시작되며 최대 25년 동안 상환기간이 책정되어 있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라 상환금액을 달리하는 누진의무상환제와 자발적 상환시 상환금의 10%를 탕감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있다.
 
학생 부담 줄이는 정책 마련돼야
 프랑스 대학 등록금은 최대 70만원을 넘기지 않으며, 독일의 일부 대학은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 아울러 등록금액 상한제를 시행 중인 영국은 연간 최고 3290파운드(약 6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된다. 물가 수준과 소득 수준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되면 물가인상률의 1.5배 이상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법에 의해 제제를 받게 되지만, 이 법안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높은 등록금과 이자는 학생들에게 여전히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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