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도서관으로 부지 면적만 해도 4만 3천여 평에 달한다. 본관 입구에 들어서자 안내판에 도서관 이용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한번 왔을 때와는 달리 입장 절차가 바뀐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 현관 입구를 통과하기 위해선 일일이용증이나 정기이용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문구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6세 이상인 자만 이용이 가능하고 필기도구를 제외한 개인 물품은 보관함에 넣고 출입할 수 있다. 입장을 위해 발급받은 일일이용증을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출입통제기에 체크했다. 꽤나 귀찮아 보이는 과정이지만 관내에서 일어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모 드라마에선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풍경이 잡혔다. 증축된 중앙도서관은 호화스러울 만큼 화려한 자태를 선보였다. 남주인공은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학생증을 출입통제기 위에 살짝 갖다댄 뒤 도서관 내부로 진입했다. 학생증이 없었던 여주인공은 입장을 하지 못한 채 도서관 입구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본지는 서울소재 12개 대학 및 지방거점국립대학 6개를 대상으로 도서관 출입통제기 가동 여부를 조사했다. 서울소재 대학으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를 살펴봤고, 지방거점국립대학으로는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강원대를 조사했다.

총 18개의 대학 중 충남대와 강원대를 제외한 16개 대학들이 현재 도서관 출입통제기를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건국대는 열람실과 자료실 입구에 각각 출입통제기가 설치됐고, 나머지 14개 대학은 모두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통제기를 거쳐 내부 입장이 가능했다. 몇몇 학교는 엄격한 외부인 차단을 위해 통제기 바로 옆에 경비원이 서 있기도 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1열람실 내지 3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출입통제기를 거쳐야 하지만, 5, 6열람실은 학생증을 미처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통제기가 따로 없다. 한편 지역주민배려차원에서 주말 또는 방학기간 동안에만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는 대학도 있었다. 그러나 조사된 18개 대학 중 우리학교 도서관처럼 출입통제기를 설치해두고도 가동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출입통제기를 가동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도 다양하다. 지난 방학 기간 동안 우리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을 찾은 인근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책상에 심기를 건드리는 낙서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책상을 칼로 긁어 놓기도 했다. 이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앙도서관은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자료실 및 형설관)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중·고등학생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도서관 측에서도 중·고등학생 출입은 엄격히 제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은 육안으로 식별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천여 명에 달하는 열람실 이용자들의 학생증을 일일이 검사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료실 내 성추행 사건도 발생했다<지난호 충북대신문 3면 참조>. 가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의 출입이 목격될 뿐더러, 멀티미디어실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영화를 보며 소음을 자아내는 일반인도 가끔 보인다.

도서관 관계자는 종전에 “(출입통제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추세라서 재가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이에 교내 학생들은 “적어도 열람실만큼은 출입통제기를 가동해서 절도 등 피해를 줄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도서관 이용규칙에 따르면 열람실은 우리학교 학생들에게만 개방되는 장소이며, 일반인 사용자는 외부에 마련된 형설관 열람실을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 입장도 있었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국립대 도서관은 원래 지역주민들과 공유하는 장소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도서관 출입통제기 재가동 여부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해 보인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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