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립대학교(이하 국립대)가 위기에 처해있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중추’역할을 해야 할 국립대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정부는 국립대를 외면하고 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이 같은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학교의 개교 60주년을 맞아 현재 국립대가 놓인 현실과 앞으로 국립대가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확인해 본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립대의 수
국립 대학교는 ‘국가가 설립·경영하거나, 국가가 국립대학 법인으로 설립하는 학교’를 말한다(고등교육법 제3조). 말 그대로 국립대는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위해 설립하고 관리하는 대학교다. 같은 법령 제 28조에 따르면 대학의 목적을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대의 목적은 국립대학교가 거점으로 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국가차원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듯 해당 법률에는 국립대에 대한 분명한 개념과 목적을 명시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립대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중 국립대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국립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는 사실에 비하면 매우 낮다. 심지어 시장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사립대보다는 주립대가 많으며 학생 중 70%는 주립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시장의 경제논리보다는 교육의 공공성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턱없이 부족한 국립대 수로 인해 국립대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또한 국립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나 방향조차 설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정책이 국립대보다는 사립대 위주로 흘러가고 있으며, 논의의 중심에서 제외되는 것이 국립대의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는 “교육은 특히 공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분야다. 교육이 국가주도로 이뤄지지 않고 민간의 자본 중심으로 행해진다면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인 투자를 통해 국립대가 더 많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방관하고 있는 것은 결국 교육마저도 사(私)적인 기반에 의해 좌지우지 되도록 놔두는 셈”이라며 교육의 공적인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국립대의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방 국립대는 그 지역에서 핵심역량이 모이는 곳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직업이 집중돼있는 구조로 인해 학생들이 서울 소재의 학교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당 학교는 점차 우수한 학생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줄어들며, 지방이라는 조건이 발전을 더디게 한다. 국립대학교의 원래 목표인 지역 핵심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숭희 교수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라고 해서 경쟁력이 낮다는 통계는 없다. 주변 여건의 차이일 뿐이다.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불균형적인 직업구조와 수도권.지방 간 임금격차를 해결한다면 국립대는 우수한 학생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선진화’ 막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바람도 국립대가 직면한 현실 중 하나다. 작년 9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발표한 ‘1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주 내용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및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의 법인화 추진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30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에 따른 시행령이 제정됨에 따라 내년 1월, 서울대 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서울대 내에서는 학생들이 법인화에 반대하며 행정실 점거농성과 고공농성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서울대뿐 아니라 인천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다수의 국립대에서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 논란은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를 둘러싸고 시작되었다. 국립대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의견이다. 법인화가 되어도 국가의 재정지원은 끊이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적인 대학운영과 지속적인 재정기반으로 인해 세계 일류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익원의 대부분이 정부재정지원인 국립대가 법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사업을 하거나 등록금을 올리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 측에서는 자연스레 수익성에 치우쳐 기초학문이 고사될 것이다. 대학교육 연구소 박거용 소장(상명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은 “국립대의 법인화로 인해 적은 비중이나마 유지해오고 있던 국립대도 사립대화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법인화를 실시하게 되면 장차 서울대만 살아남는 우스운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나머지 국립대들은 경쟁력 제고는커녕 재정자립도가 약해져 등록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라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는 총장직선제 폐지와 국립대 통·폐합 등 구조개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 대학에서 드러난 편 가르기, 포퓰리즘 공약 추진 등 총장직선제의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국립대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통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립대 평가와 총장직선제를 연계하기도 했다. 평가점수 100점 만점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무려 15점이나 부여한 것이다. 이번 국립대 평가에서 우리학교를 비롯한 하위 15%에 선정된 국립대는 1년 이내에 구조개혁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구조개혁 과제 이행 여부에 따라 국립대의 존폐가 달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거용 소장은 “이번 교과부의 발표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빼앗고, 국립대를 정부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의도다.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채 국립대를 교과부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거센 칼바람과 함께 찾아온 위기에 앞으로 국립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한숭희 교수는 “국민들에게 국립대의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국립대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립대 위기에 전 국민이 공감하는 여론을 조성해야한다”라며 국립대가 위기를 극복해나갈 방향에 대해 말했다. 더불어 “국립대 스스로도 자기학교만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보다는 국립대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대 전체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국립대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사회는 점차 국립대 설립의 본 목적을 망각한 채 ‘경쟁력’만을 외치고 있다. 전형적인 목표전치(目標轉置)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국립대의 씁쓸한 현실이다.
김혜리 기자 aahyery@cbnu.ac.kr








남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