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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수 & 최혜원
기성회비 A to Z,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나
제 865 호    발행일 : 2013.09.03 

  지난 8월 21일에 내려진 한 판결이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이하 방통대) 재학생 10명이 국가와 방통대 기성회를 상대로 낸 ‘기성회비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난 것이다. 이같이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주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월 법원이 4000여 명의 국·공립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1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되며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학부는 이번 개강호 특집으로 기성회비의 유래, 사용내역, 관련 사건 등 기성회비의 모든 것을 집중 취재했다.

 

기성회비, 그것이 알고싶다

  기성회비는 1963년 국립대가 정부 재정지원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후원회 성격의 민간단체인 기성회를 운영하면서 탄생한 것으로, 주로 학교시설 유지비, 교직원의 연구비 지원, 그외 학교 운영비로 쓰여 왔다. 이후 관행적으로 등록금으로 자리잡았지만 관련 법률이 마련되지 않아 기성회비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는 기성회비 폐지 및 납부거부 양상으로 나타났고, 결국 사립대학은 1999년도 2학기부터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등록금으로 통합고지하고 기성회를 해산시켰다. 하지만 국립대는 저렴한 수업료를 보전하기 위해 기성회비를 계속 걷어왔다.
  우리 학교 역시 기성회비를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으로 거둬왔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기성회비는 어떻게 쓰여지고 있을까. 우리 학교의 2012년 기성회비에서 총 세입액은 850억여 원, 총 세출액은 782억여 원으로 세입 대비 세출은 약 92%였다. 기성회비 세입 중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징수된 금액은 602억여 원이다. 그 밖에는 이월금, 예금이자, 국고보조금, 생활관 이용료, 정기 학기 이외 수업(계절학기, 국제교육원 수업 등)에서 수입을 얻어 기성회비로 사용한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둬진 기성회비는 인건비, 운영비, 경상이전비, 자본적지출경비, 수입대체사업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위의 그림 1 참고) 기성회비 세출 내역에서 인건비는 287억여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운영비가 209억여 원, 경상이전비가 149억여 원, 수입대체사업비가 70억여 원, 자본적지출경비로는 약 66억여 원이 쓰였다. 여기서 운영비에는 직원의 복리후생비와 용역비, 학교의 전반적인 기관 운영비가 속하며, 경상이전비에는 장학금과 법정부담금이 속한다. 그리고 수입대체사업비는 학교의 수입을 대체하는 사업인 계절학기·논문심사 등과 기타 부서별 사업이 이에 포함되며, 자본적지출경비에는 시설관리와 자산 구입비가 이에 해당한다.


1. 논란의 중심에 선 기성회비

  방통대 ‘기성회비반환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심창섭 판사는 "대학은 원고인 방통대 학생 10명에게 각각 79만 2500원부터 최고 396만 7000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기성회비 납부와 관련해 법령상으로 명시된 내용이 없으므로, 방통대의 기성회비 수령은 부당이득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청구는 국가가 기성회비를 직접 관여한 부분이 없다고 여겨져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방통대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 판결 이후 기성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소송 준비가 잇따르고 있어 국·공립대학들을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현재 1만 50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고, 청구 금액은 200억 원에 이른다. 국·공립대 학생들이 모두 소송을 낼 경우 총 액수는 13조 원이나 된다. 소송과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에서는 기성회비를 없애고 ‘국립대 재정 회계법’을 만들어 등록금을 걷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선 기성회비에 대해 국·공립대의 구성원들은 학교의 자율적 경비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참여연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시민단체와 학생단체들이 나서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 문제는 정부 재정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장우현(산림학과卒·06) 학생은 “국립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성회비가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안 내면 지금의 학교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 전했다. 김지수(경영정보학과·12) 학생은 “방통대의 기성회비 반환 판결을 보고 우리 학교의 기성회비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며 “사용 내역 중에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없는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여철(지구환경과학과·08) 학생은 “지난해 우리 학교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흐지부지된 이후 기성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었다”며 “기성회비가 쓰이는 모든 사실들을 학생들이 알기 쉽게 정리해 종합정보시스템이나대표카페와 같이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게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 총학생회, ‘특별분석반’ 만들어 기성회비 세입세출 분석

  방통대 판결 이후로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여 우리 학교 총학생회 ‘응답하라 3057’에서는 ‘특별분석반’을 만들어 기성회비의 사용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27일, 우리 학교 기성회비에 대한 여러 사항을 논의하는 간부회의를 열었다. 다음날 28일에 총학생회는 중앙자치기구 회장, 단과대 학생회장과 함께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우리 학교 기성회비에 대한 사항을 논의해 최근 3년간의 기성회비 세입세출예산서를 분석해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발각될 시 그 부분에 대해서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진재권(소비자학과·06) 총학생회장은 “방통대의 이번 판례를 기점으로 기성회비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사안에 대해 회의를 열어 학생 대표들의 의견을 들었다”며 “꼭 소송을 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우리 학교 기성회비가 잘 편성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부당한 세출이 있었는지 검토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운영될 ‘특별분석반’은 총학생회 임원과 단과대 학생회 임원에서 구성해, 9월 안에 세입세출예산서 검토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기성회비 사용내역에서의 부당성 기준과 소송여부는 아직 미정으로 남아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3. 교육부 일방적 결정, 직원회와 기성회 반발 일어

  기성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7월 25일에 ‘국립대 교직원 기성회비 수당 지급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기성회비로 주던 국립대 직원들의 수당을 올해 9월부터 없애고, 교수들에게 정액수당으로 지급하던 것을 연구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공무원인 국립대 직원들이 기성회비에서 받던 수당을 없애 등록금 삭감에 활용한다면 학생 1인당 한 학기에 5만 1000원의 등록금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와 직원들에게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교육부의 이번 개선안에 대해 국립대 구성원들의 전국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8월 23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일방적인 통보를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3000명 이상의 국립대 직원들은 기성회비에서 공무원 직원에게 지급되던 수당을 폐지하라는 교육부 방침이 공무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익명의 국립대 직원은 “하루 아침에 연봉 1000만 원이 깎이는 심정”이라며 “정부의 단호한 통보에 앞으로 닥칠 생계문제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공대위는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로 대학이 운영되는 실정에서 정부가 직원 수당 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이는 정부의 역할은 회피하고 국립대 구성원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 직원회 회장은 “정부가 충분한 재정 지원이나 제도 마련 없이 학교의 자율적 경비인 기성회비에서 지급되는 직원 수당을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부의 부당한 조치가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직원들의 수당을 줄인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해 교육부의 본래 취지와도 다르다”며 “국립대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등록금 인하라는 생색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염려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 12월 1일을 기준으로 한 우리 학교 공무원 직원은 총 252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되는 1학기 평균 수당인 11억 7962만 원이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에 사용된다면 한 학생당 약 5만 9천 원 정도의 등록금이 인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기성회비에서 지급되던 직원 수당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우리 학교 익명의 한 직원은 “기성회비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사업 중 예산 부족으로 지원받지 못한 사업이 많다”며 “직원 수당 폐지로 절감된 인건비가 등록금 인하로 이어질지, 다른 사업에 투자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성회에서도 교육부의 발표가 탐탁치만은 않다. 교육부는 전국 국·공립대 총장회의를 소집해 9월부터 ‘국립대 교직원 기성회비 수당 지급 개선안’을 이행하지 않을 시, 대학기본경비 삭감 등 각종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비국고회계관리규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국립대기성회연합회는 8월 22일 성명을 통해 “기성회비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걷어 자녀가 다니는 대학에 지원하는 일종의 후원금이자 비국고회계”라며 “교육부 훈령인 비국고회계관리규정은 상위법령이 없는 근거없는 규정으로 정부가 기성회비의 쓰임에 대해 학교에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본래 기성회비에 상당하는 금액은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라 국고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나 기성회에서 이를 대신해 온 것”이라며 “교육부가 법적 제도적 권한도 없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번 조치는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우수한 직원의 이탈, 남은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학내갈등의 양산으로 대학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연합회는 기성회비에서 지급되는 직원 수당은 등록금의 5%에도 미치지 않으며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4. 우리 학교 공무원 직원 수당 폐지 결정
  한편, 우리 학교는 오는 9월부터 기성회비에서 지급해온 공무원 직원의 수당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교육부에서 통보한 ‘국립대 교직원 기성회비 수당 지급 개선안’이 국립대 기성회에 적용된 것이다. 국립대 직원회와 기성회 연합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개선안이 적용된 것은 국립대에 대한 교육부의 행정적·재정적 제재에 대한 언급이 큰 영향으로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폐지된 공무원 직원들의 수당이 등록금 인하로 이어질지도 미정이며, 교수들에게 정액수당으로 지급하던 것을 연구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은 아직 실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우리 학교 직원회 회장은 “직원들의 의견수용 없이 공무원 직원의 수당만 폐지된 이번 사안에 대해 직원들의 걱정과 불만이 적지 않다”며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 까지 지속적인 의견 전달과 농성 및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무원 직원 수당 폐지로 갈 곳을 잃은 기성회비 11억 7962만 원이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로 이어질지, 다른 사업으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남지수 기자  jeesoo0722@cbnu.ac.kr
최혜원 기자  hwnee72@cbn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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