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고사를 누구나 접해봤을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로, 의관을 만드는 궁중 시종이 신라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처럼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숨기고 있다가 죽을 때가 됐을 때 대나무숲에 가서 홀로 외쳤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홀로 가서 외친 그 이야기는 시종의 목소리가 남아 신라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만다. 요즈음 대학가는 이러한 현대판 대나무숲이 유행하고 있다. 바로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이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대나무숲’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는 없는지 알아봤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의 시작은 2012년에 만들어진 트위터 ‘○○옆 대나무숲’ 계정이었다. 트위터 ‘○○옆 대나무숲’은 비밀번호를 공유해 공동 계정 형태로 운영되며 같은 업계에 있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불만이나 애환을 털어놓는 장이었다. 이러한 형태가 열풍을 일으켜 페이스북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로 이어졌다. 페이스북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학교 대나무숲’은 과거 트위터 ‘○○옆 대나무숲’과 운영 방식이나 내용에 있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과거 트위터 ‘○○옆 대나무숲’이 공동 계정 형태로 운영되며 업무 중의 불편함이나 불합리를 털어놓는 곳이었던 반면, 페이스북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학교 대나무숲’의 경우 관리자가 제보를 받고 필터링을 거쳐 제보를 게시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연애, 고민, 궁금했던 것 등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주제들이 다반사다. 이러한 페이지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권 대학을 시작으로 현재 여러 대학에서 대나무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는 ‘충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의 장, 페이스북 '대나무숲'
그렇다면 이러한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 검색.관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한양대학교 허상민(컴퓨터공학과·14) 학생은 “익명의 힘을 빌려서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같은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나무숲 열풍이 일어나게 된 것 같다”며 “누구나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는데 그런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 학교 ‘충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를 관리하는 정세환(환경공학과·14)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마다 대자보가 많이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자보를 붙이는 수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이제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가 활성화되면서 익명성을 가진 대자보들이 페이스북에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페이스북 ‘대나무숲’이 학생들에게 소통의 장이자 마음을 터놓으며 위로받고, 때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는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열풍의 이유인 것이다. 김나경(건축학과·13) 학생은 “우리 학교는 타 대학보다 대자보가 붙는 일도 별로 없고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커뮤니티의 부재인 것 같은데 페이스북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나 ‘○○대학교 대나무숲’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한 학생은 “페이스북의 경우 댓글을 단 사람들은 익명이 아니고, 우리 학교 학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보를 하고 답글을 받는 것에 더 신뢰가 간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초기의 의의와는 변질된 모습 보여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열풍의 이면에 있었던 어두운 면도 속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한 학생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한 게시글이 그 학생과 친구로 추가돼 있는 사람들까지 구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용자 대부분이 해당 학교 학생인 카페나 어플리케이션에 게시된 글보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은 퍼지는 속도도 훨씬 빠르고 그로 인한 여파도 큰 것이다. 때문에 페이스북에 루머가 형성돼 퍼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어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페이스북 ‘대나무숲’의 경우 익명으로 내용이 게시되기 때문에 악용에 더욱더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대구대의 경우 작년 11월 ‘대구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의 제보로 형성된 루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제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구대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가 공금을 횡령하고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게 되는 총대의원장이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격이 되지 않는 학생을 총학생회 후보자로 등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일부 학생들은 이런 제보가 있어야 학생 자치기구가 깨끗하게 활동한다며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를 비판했고, 졸업생과 신입생 또한 대구대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게시글에 대한 대구대 총학생회의 해명글이 올라왔으며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증거 없는 비판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며 마녀사냥뿐이고, 익명으로 올라오는 글은 그것을 받아들임에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의혹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성으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비밀번호를 공유해 공동 계정 형태로 운영되는 트위터 ‘○○옆 대나무숲’과는 달리 페이스북 ‘대나무숲’의 경우 공개되지 않은 관리자가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의 글은 게시하지 않는 필터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페이지마다 자체적인 사용규칙을 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도 운영의 어려움은 존재했다. 몇몇 사용자들이 관리자에게 일방적인 욕설과 비방 글을 보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세대의 경우 일부 제보만을 골라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올리지 못한 제보는 ‘연세대학교 안타깝숲’ 페이지에 올리는 것으로 운영방식을 바꿨지만 이렇게 운영 방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페이지의 경우는 ‘이화여대 대나무숲’ 페이지처럼 폐쇄되기도 했다. 익명성으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은 우리 학교 어플리케이션 ‘충북대학교 앱’에서도 보여졌다. 익명게시판이다 보니 욕설과 비방글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에 어플리케이션 관리자는 작년에 차단 기능과 신고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일부 해결했다.
루머가 빠르게 퍼지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대나무숲’이 만들어진 초기의 의의나 활용방식과는 달리 학내 이슈들을 전반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충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의 경우에도 학내 이슈보다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분실물을 찾는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충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를 사용하고 있는 권경룡(중어중문학과·13) 학생은 “대부분이 가벼운 내용의 글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씩 남을 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몇몇 대학의 페이스북 ‘대나무숲’의 경우 ‘○○대학교 C.C. 만들기에 주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하는 등 학내 문제보다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한양대에리카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는 연애 제보를 적게 올리겠다고 게시하는 등 페이스북 ‘대나무숲’의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익명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페이스북 ‘대나무숲’인 만큼 그것이 가진 문제점은 더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대나무숲’의 의의를 제대로 인지하고 윤리의식을 갖춰 그것을 사용할 때 올바르고 건강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도연 기자
khra013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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