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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진
논란 속 대학 내 고시반 운영은 진퇴양난
제 896 호    발행일 : 2015.09.14 

대학에서 고시반을 운영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시반이 생기게 된 이유에는 사회적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고시는 유일한 신분상승의 길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판.검사나 변호사는 성공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고시반을 만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률도 대학의 평가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시반 운영은 대학에서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고시반을 둘러싼 학내 구성원의 의견은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까지 취업률에 목을 매야 하느냐는 입장이고, 또 다른 이는 대학에서 마땅히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고시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고시원 운영에 대해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취재해 봤다.

대학 고시반 없는 대학 찾기가 더 어렵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대학 고시반, 자격증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자료를 제출한 48개 대학에서 225개의 고시.자격증 대비반이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 학교도 1986년 ‘고시원’이라는 명칭의 고시반을 열어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독서실과 기숙시설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사법고시를 비롯한 고시제도의 숙소 및 폐지가 가시화 되고, 2012년 2월 우리 학교에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되면서 우리 학교 ‘고시원’은 기존의 운영 방식을 개편해 인재양성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에 기존의 사법시험반은 로스쿨준비반으로, 행정고등고시반은 5급 공채반(PSAT반)으로 재편성됐다.


우리 학교 고시반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그렇다면 우리 학교 인재양성원에서는 어떤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시반에 있는 학생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 학교 인재양성원은 ▲사법시험반 ▲LEET시험반 ▲5급공채반 ▲7급공채반 ▲중등임용교사반 ▲공인회계사, 세무사반 ▲변리사반 ▲언론고시준비반 ▲금융고시반을 운영해 우리 학교 재학생 및 휴학생, 졸업생까지 포함해서 100명을 선발하고 있다. 인재양성원에 들어가길 원하는 학생들은 정기 입실고사를 치루게 되며 결원자가 생길 시에는 추가 입실고사를 시행한다. 특히 중등임용고시반은 사범대의 추천을 받은 후 정기 입실고시를 치룰 수 있으며 언론고시준비반은 정기 입실고사와 함께 공인어학점수가 충족돼야 한다. 또한 2018년부터 사법고시가 폐지되기 때문에 사법시험반을 점차 줄이고 수요가 많은 7급공채반을 확대편성했으며 2013년에는 언론고시준비반, 올해에는 금융고시반을 신설하는 등 고가의 고시학원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고시반에 들어간 학생들에게는 여러 혜택이 지급된다.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 강의 비용과 교재비를 학생이 우선 결제한 후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환급해 주는 형태로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성적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며 1차 시험 합격자에게는 다른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한다. 그 외에 입실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과 자치반장에게도 장학금이 지급된다. 한편 식비는 별도로 지급되지 않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과는 다르게 기숙사 우선순위도 형평성의 이유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특혜논란, 논란일 뿐일까

  우리 학교 인재양성원의 이러한 혜택들은 대부분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학내에서 소수의 학생들만이 인재양성원에 선발돼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으로 인한 부담은 고시원에 들어가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대학 고시반, 자격증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고시반에 입반 시 1인당 수혜액만 약 61만 원, 고시반에 대한 대학당 연간 평균 지원액은 총 1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13년 각종 고시.자격증 대비반 예산 대비 1인당 수혜액 상위 11개교가 발표됐는데, 우리 학교 사법시험반의 경우 1인당 수혜액이 약 1백 9십만 원으로 11개교 중 4위였다.
  이에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고학년이 되니까 취업에 서서히 관심이 가서 우연히 우리 학교에도 고시반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가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입장에서 일부 학생들만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고 명백한 특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고시반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반 학생들의 취업준비는 이렇게까지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고시반만 유독 많은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학교 측에서 학교 홍보나 명성에 도움이 되는 고급공무원을 기르는 데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고시반에 있는 학생들은 지원이 부족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의 학생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법한 고시 준비를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으니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우리 학교 고시반은 다른 대학들에 비해 상당히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며 “재수를 할 때 기숙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있고 타 대학들도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학교는 왜 가장 중요한 식비와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우리 학교에서 고시반에 지원하는 예산이 그만큼 많은지 몰랐다”며 “순위에 비해서 지원을 받는 학생 수도 적고 다른 대학과 비교해 지원 내용이 너무 허술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양대 고시반의 경우 고시반에 지원하는 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단과대별로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토목.기계.화공.전산.전기.통신.화공.환경분야와 관련된 기술고시반도 운영 중이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교수들의 특강을 여는데 우리 학교는 정기적이지 않다.
  동국대의 경우 장학금 외에 ▲반장 및 각 열람실장 ▲열람실 출석 우수자 ▲품행이 단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자 ▲각종 모의고사 성적 우수자 ▲기타 위원회에서 동국대학교 행정.외무고시반의 위상 제고에 공로를 인정받은 자에게 별도의 포상을 하는 등 학생들이 더욱더 의지를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지대의 경우는 사법시험반 합격자에게 합격 학기부터 졸업까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영산대의 경우에도 고시반 공로 장학금에 생활관까지 무료 사용 가능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 학교는 ▲독서실 ▲강의 및 교재 지원 ▲각종 특별장학금 등을 제외하면 고시반만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학교는 인재양성원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장학금, 그 외 교재비와 강의료를 비롯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고시반 학생들에게는 일반 학생들보다 많은 지원을 해주며 학생들이 고시 준비하는 것을 돕는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학생들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과연 고시를 치는 것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학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한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대학의 본질은 학문의 탐구라고 대답한다. 최근 대학에서 운영하는 고시반이 이러한 대학의 본질을 흐린다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변화하는 사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학문을 넓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준비와 연습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시반에 대한 상반된 시각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하고 고시반에 대해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이유이기도하다.


조수진 기자
tsk03039@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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