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입학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고등학교 때와는 수업 방식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교수가 묻는 질문에 정해진 답이 없었고 다른 학생들은 서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비단 신입생에게만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발표.토론식 수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학교 대표 카페 ‘강의질문방’에 많은 학생들이 발표.토론식 수업에 대해 염려하는 질문들을 많이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발표 및 토론은 면접, 취업 등에서 자신의 능력을 판정받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그 예행연습으로 발표.토론식 수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의 발표.토론식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지 취재해봤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약 2,400개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충북대신문에서 현재 우리 학교에 개설된 강의의 강의계획서를 확인해 본 결과 각 강의들은 크게 강의식 수업과 발표.토론식 수업으로 나눌 수 있다. 발표.토론식 수업은 전체 강의의 약 58%에 해당하며 ▲조별 발표 ▲개인 발표 ▲대규모 토론 ▲조별 토론 등의 발표와 토론 활동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은 부담스러운 발표.토론 수업
하지만 중.고등학교의 수업 방식에 익숙해져 강의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발표.토론식 수업처럼 능동적인 주체가 돼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방식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수민(경영학부.15) 학생은 “여러 사람 앞에서 진행하는 발표.토론식 수업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강의계획서를 확인해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영(경영학부.15) 학생은 “적극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더 눈에 띌 수 있는 수업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극적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못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나 또한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아 발표나 토론을 많이 하는 수업은 피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한 수업 방식이 강의식 수업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해 꺼려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양예진(환경공학과.15) 학생은 “발표.토론식 수업에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해도 서로 의견을 공유하기가 어렵다”며 “조별 발표 때도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이 확연히 나뉘어져 실질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국제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개인이 일일이 발표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통 조별활동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발표.토론식 수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수업방식도 엉성하고 조별로 점수를 매겨도 성적 기준이 애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황우성(화학공학과.13) 학생은 “보통 수강인원이 많은 강의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많은 인원으로 토론과 발표를 진행하기 위해 조별활동을 진행하지만 이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토론.발표식 수업이 장점도 지니고 있지만 분명 단점도 지니고 있다”며 “소규모 토론의 진행이 가능하지 않은 이상 강의식 수업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토론식 수업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발표.토론식 수업의 경우 강의 중심의 수업에 비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수업준비에 투자해야 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준비와 참여가 저조할 경우 수업을 이끄는 교수들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전공필수나 교양필수 과목이 발표.토론식 수업을 하는 경우 발표.토론을 선호하지도 않으면서 수강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많으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수업 진행이 더욱 어렵게 된다.
‘인간과 노동’ 강의를 진행하는 신현구 강사는 “토론과 발표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 수업 진행속도가 더디다”며 “가끔 발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토론이나 발표를 부담스러워하고 강의식 수업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발표.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말했다.
‘역사학과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만남’, ‘영상으로 보는 한국사’ 등의 강의를 진행하는 사학과 유동호 초빙객원교수는 “일반적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도 토론과 발표 수업이 더 도움이 되고 요즘 학생들이 적극적인 미국식 수업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수업 방식으로 도입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학생과 교수 사이의 철저한 준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강의 중심의 수업이 완성도가 더 높은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경영학원론’ 강의를 진행하는 경영학부 김학수 교수는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다면 발표.토론식 수업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확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생길뿐더러 잘못된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표와 토론 중심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발표.토론의 힘
반면에 강의식 수업보다는 발표.토론식 수업을 더욱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발표와 토론을 준비하며 수업 내용을 더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우(정치외교학과.15) 학생은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방식은 쌍방향적 수업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토론과 발표는 무수히 많은 의견들과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어 주제에 대해 폭 넓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지은(아동복지학과.14) 학생은 “처음에는 잘 적응이 안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일반 강의식 수업보다 발표식 수업이 학생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토론과 발표를 위해 혼자 정보를 찾아보거나 토론 주제를 생각해보는 등 그 어떤 수업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줌으로써 의견 전달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또한 신동명(경영학부.11) 학생은 “토론.발표식 수업은 무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라며 “강의 중심의 수업은 딱딱하고 정형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혼자보다 함께 학습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는 것을 직접 느꼈다”며 “조모임 등을 통한 수강생 간의 소통과 교류도 토론.발표식 수업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발표.토론식 수업을 선호하는 교수들은 발표.토론식 수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한 주체만의 노력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두 주체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어읽기와 토론’, ‘영어 청취력’ 등의 강의를 진행하는 영어영문학과 제금희 교수는 “오랜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발표.토론식 수업의 장점을 몸소 느껴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해온 것”이라며 “수업시간 이외에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예비토론과 보충토론을 진행해 수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표.토론식 수업이 부담스럽다고만 느끼지 말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목표에 집중해 천천히 나아간다면 수업이 끝날 즈음에는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사랑과 문화’, ‘프랑스에세이’ 등의 강의를 진행하는 불어불문학과 고봉만 교수는 “질문 없는 수업이 너무 안타까워 학생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다”며 “주입식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발표.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이 열정을 보였고 교수가 미리 방향성을 잘 잡아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발표.토론 중심의 수업 방식에 대해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고 주제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부담스럽고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 와세다대의 ‘제미’라는 수업을 살펴보면 발표.토론식 수업이 무조건 비효율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미’는 학생들이 한 명의 지도교수와 2년 동안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수업 방식인데, 학생들은 ‘제미’를 위해 토론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서브 제미수업이나 관련 전공 수업을 수강하기도 한다. 발표.토론식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지식을 심화시키고 교수는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수업에 참여해 자극을 받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 학교 발표.토론식 수업도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엄태은 기자
xodms9245@cbnu.ac.kr
조수진 기자
tsk03039@cbnu.ac.kr








엄태은 & 조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