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대학을 대상으로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5월 16일 발행된 충북대신문 제907호에서 ‘사회.산업 수요에 따라 대학도 구조조정’ 기사를 통해 알아본 프라임사업에 이어 이번엔 현재 대학가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평단사업에 대해 알아봤다. 평단사업은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목적으로 후진학자와 평생학습자를 위한 후진학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평단사업, 그리고 이대 사태
지난 7월 28일 이화여대(이하 이대) 본관 앞에는 시위를 위해 약 500명의 재학생.졸업생이 모였다. 이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평단사업에 이대가 ‘추가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대는 평단사업 참여를 통해 ‘미래라이프 대학(이하 미래대)’이라는 단과대학 신설을 추진했고, 학생들은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번 반대시위로 인해 교직원 6명이 본관 회의실을 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학생들의 시위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시위를 진행한지 46시간이 넘어갈 때, 신고를 받은 경찰이 본관 정문을 통해 학생 진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과 대치중인 이대 학생은 약 50명이었고, 본관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약 40명이었다. 진압 현장에 남아있는 몇몇 학생들은 호흡곤란과 복통을 호소했고,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경찰이 이대 내에 투입한 경찰력은 21개 중대 1,600여 명이었다.
이번 이대 사태는 ‘학생들이 진행한 교내 시위에 경찰이 투입’된 이례적인 사례로, 이에 대한 수많은 의견이 여론을 통해 쏟아졌다. 더불어 경찰 투입에 대해 이대 관계자와 서대문경찰서 관계자의 설명 또한 엇갈려 아직까지 의문이 남은 상태이다. 이대학보에 따르면 경찰서 관계자는 “회의실 안에서 구조요청 신고를 받았으나, 학내에서 벌어진 갈등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7월 30일 오전, 학교 측에서 경찰병력 투입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병력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회의실 안에 갇힌 교수들이 여러 차례 신고를 했고, 오전 11시 경찰 병력이 이미 안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더 이상 진입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8월 1일 오전 이대 교수협의회도 미래대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그들은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직업대학 설립은 철회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또한 미래대 설립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학생을 상대로 공권력을 투입한 학교 측을 비판했다. 그리고 사업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와 소수 관련자를 제외하고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8월 3일 정오 최 총장은 본관 정문에서 미래대 신설 백지화를 발표했다. 그는 “학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된 것에 너무나 죄송하고, 학교 발전과정이라 생각하길 바란다”며 “학생들을 보호하면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미래대 설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3일) 오후 6시까지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해산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8월 7일 학생들은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경찰의 학내 폭력진압 사태에 대한 책임자인 최 총장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8월 9일 화요일 오후 3시까지 총장직에서 사퇴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10일 수요일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규모 시위를 통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9일 오전 최 총장은 ‘친애하는 재학생, 졸업생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통해 “저는 겸허한 자세로 학생들의 어떠한 대화 요청에도 성심껏 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서면 질의와는 별도로 가능하다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 진심을 담아 직접 여러분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학생들이 최 총장의 사퇴 시한으로 못을 박았던 당일이지만, ‘대화’, ‘만남’을 거듭 강조한 이메일 내용은 사실상 사퇴의 뜻이 없음을 함께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뉴스 비주얼 다이브에 따르면 이대 관계자는 “거부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지만, 현재 학교에서 총장 사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평단사업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사태의 발단은 교육부의 ‘평단사업’이었다. 사업은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내용을 바탕으로 평생학습자가 언제, 어디서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명품 평생교육단과대학 시범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우수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3년의 기간 동안 사업에 선정된 대학을 지원하며, 연간 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총 8개 내외의 대학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며, 수도권 3~4교와 그 외 권역별 1~2교 선정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업의 대상이 될 학습자는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에 따라 자격이 구분된다. 학위 과정은 ‘평생학습자’를 대상으로 모집을 실시한다. 여기서 평생학습자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 제14호 다목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 일반고 전문반 또는 직업교육 위탁생,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수료자이면서 산업체에 3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다. 더불어 30세 이상인 사람도 평생 학습자에 포함된다. 그리고 비학위 과정은 연령이나 재직경력 등에 제한이 없다. 이와 같은 학습자를 위한 평단사업에 최종 선정된 대학은 지난 5월 발표됐다.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총 6개의 대학이 1차로 선정됐고, 이어 지난 7월 이대를 비롯해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 4개의 대학이 2차로 추가 선정됐다. 가장 큰 규모의 단과대학 신설 계획을 발표한 서울과기대는 240명 모집인원에 정원 내 72명, 정원 외 168명을 계획했다. 그리고 융합기계공학과, 건설환경융합공학과 등 6개 학과의 학위과정을 구상했다. 현재 평단사업의 철회를 밝힌 이대는 ‘미래대’라는 단대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또한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 산업전공 등을 운영할 방침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돈?
하지만 평단사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교육부와 대학이 진행해온 재정지원 사업은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 없었다.
먼저 교육부가 지원 사업들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부가 시행 중인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모두 9개이다. 연간 1조 5,000억 원의 규모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사업에 기를 쓰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5월 논란이 됐던 프라임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총 예산이 약 2,000억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대학 정원 조정사업으로 경쟁률이 3.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정부는 프라임사업과 대학특성화사업 등을 통해 정원 조정 및 감축을 이끌어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책 집행이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이나 합리적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는 데 있다. 이번 이대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생들의 분노는 총장을 비롯한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었다. 평단사업을 실시하게 되면 현행 입시제도와 다른 전형을 기반으로 하는 단과대학을 설립하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짧은 사업기간에 쫓기며 별다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프라임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부 대학이 일방적으로 특정 학과를 폐지한다고 발표하며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번 사태는 우리 대학이, 나아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평단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찬성 125명(41.7%), 반대 175명(58.3%)으로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이 더 많았다. ‘찬성’을 선택한 박준현(소프트웨어학과·11) 학생은 “주변에 취업을 한 후에 대학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렇게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사업들을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경민(경영학부·13) 학생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는 대학을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어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다”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취업 후에도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줘 불이익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를 선택한 이시후(윤리교육과·13) 학생은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적 연구를 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평단사업과 같은 사업들이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며 대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대학생으로서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은진(경제학과·12) 학생은 “취업을 한 뒤에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은 좋다”며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적으로 준비해서 취업을 한 사람을 위한 사업들만 생겨나면 대학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같다”며 반대했다.
‘상두복색(喪-服色)’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상여를 꾸미려고 둘러치는 오색 비단의 휘장’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겉으로는 번지르르하나 속은 보잘것없는 일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비슷한 뜻의 속담으로는 ‘속 빈 강정’, ‘빈 수레가 요란하다’ 등이 있다. 앞서 언급된 단어나 속담은 여론에서 평단사업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교육부의 사업을 비유하는 말이다. 교육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재정지원 사업이 정책의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연간 1조 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업이 미래를 좌우할 고등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 아닐까.
엄태은 기자
ii06@cbnu.ac.kr
강경민 기자
sfui@cbnu.ac.kr








엄태은 & 강경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