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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은택&전수림
교수님께 카네이션을 드려도 되나요?
제 920 호    발행일 : 2017.06.05 

‘스승의 날 선물을 사드리고 싶은데 얼마까지 가능한가요?’, ‘친구들과 돈을 모아 교수님께 케이크를 사드리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포털사이트, SNS 등에 수많은 질문 글이 올라왔다. 스승에게 마음을 담아 전하는 선물이 일명 ‘김영란법’에 위반되는지 알기 위해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기 때문인지 많은 학생이 혼란스러워했다. 판단하기 모호한 상황에서 법률을 살펴봐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에 명시된 ‘직무연관성’, ‘원활한 직무수행’ 등이 명확히 무엇인지 언급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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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많은 김영란법, 어디까지 알고 있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앞서 언급한 ‘김영란법’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는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발의한 법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많은 논쟁과 회의를 거친 김영란법은 지난해 7월 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후 같은 해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여기서 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는 ▲국회 ▲법원 ▲정부 ▲정부출자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사립학교 ▲유치원 ▲언론사 종사자이다. 이 중 우리 학교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대상은 교육법에 따른 국·공립학교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일 것이다.
  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이 없어도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엔, 선물 제공자가 받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어떠한 금품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받은 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상한액에 한해 허용된다. 구체적으로 음식 접대 금액은 3만 원, 선물 비용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다.
  한편,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법률은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그 기준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학교 법학연구소 김보훈 연구원은 “사람 간 호의를 표하고 싶을 때도 마음대로 선물을 주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며 “본래의 취지를 넘어 지나치게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법의 적용 기준에 대해 “어떤 행위가 법을 어긴 것인지 기준이 불분명하고 범위가 넓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직무연관성,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NO’

  앞서 언급했듯이 김영란법에서는 본인과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에게 선물 등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직무관련성은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직무를 통해 행해질 수 있는 모든 사무적 행위를 범위로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준은 법률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애매모호하게만 느껴진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김영란법은 공무원 그리고 공무원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며 “법이 제정된 후 교수님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교수님과 학생 모두 어떤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는지 몰라 식사자리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란법에 대해 “취지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일상생활에서 제약이 많아진 것 같다”며 “평생사제의 경우뿐만 아니라 스승의 날에도 선물을 드리기 어려워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김영란법의 제약을 받을 것 같은 사례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사안의 경우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와 대학본부 총무과 안전감사팀과의 질의를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이 궁금해 했던 대표적인 몇 가지의 사례를 알아봤다.

Q. 우리 학교는 ‘평생사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평생사제 교수님께서 제가 듣는 강의를 진행하지 않으셔도 작은 선물을 드릴 수 없나요?

A. 우리 학교 평생사제제도 운영규정 중 학생배정 관련 항목인 제6조에는 평생사제 관계인 교수와 학생은 같은 학과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이 해당 교수의 강의를 듣고 그에 따라 성적 평가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현재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아도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공식적인 행사인 스승의 날의 경우 반드시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만 카네이션을 드려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만약 교수님께 답례할 때, 손편지 정도는 드려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꺾어온 꽃, 종이로 만든 꽃, 직접 만든 영상 등 구입하지 않은 물품을 선물하는 것도 위법인가요?

A. 공식적인 행사의 경우 학생대표가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교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해당 교수가 출장, 연구 등과 같은 이유로 공개적인 자리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학생대표가 임원들 참석 하에 직접 찾아가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은 허용됩니다. 그러나 학생 개인이 개별적으로 교수님께 찾아가 선물 등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 밖의 다양한 경우에 대해 전부 답변하기는 힘들어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졸업 후에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졸업식 때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는 것은 가능한가요? 그리고 만약 선물을 드렸는데 해당 졸업자와 연관된 사람, 예를 들어 졸업자의 동생이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경우 등은 위법인가요?

A. 대학 졸업자는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다면 직무관련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도 있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졸업자가 교수에게 선물을 준 후 졸업생의 동생이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면 ‘제3자를 위한 청탁’으로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Q. 교수님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부분도 있지만, 교수 강의평가 등으로 학생들도 교수님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도 학생들에게 선물, 식사 등을 제공하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A.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직자’입니다. 학생의 강의평가에 따라 교수의 성과 급여 등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학생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수님이 학생에게 식사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학의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는 교수님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강사도 ‘공직자’에 포함돼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A. 현행 고등교육법에서 시간강사는 교원에 해당되지 않아 ‘공직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2018년 1월 개정되는 고등교육법에는 시간강사도 교원으로 포함돼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됩니다.

Q. 휴학한 상태의 학생도 교수님께 선물 등을 드리면 법에 위반되는지 궁금합니다.

A. 휴학 중인 학생은 복학 후에 다시 해당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선물을 받는 교수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될 경우 재학 중에 만날 가능성이 커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양해야 할 행동으로 보입니다.

Q. 김영란법 제19조 1항에는 ‘이 법에 대해 공직자 등에게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법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나요?

A.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해 6월 29일 총장 및 주요 교원, 전체 직원이 모여 청렴 선포.서약식을 진행했고 김영란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직원을 대상으로 2시간 이상 강의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강의와 공문을 통해 전 대학 교직원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청렴 관련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에게도 김영란법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사제 관계를 경직시키는 족쇄 김영란법?

  앞에서 언급된 사례별 답변을 보면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사례에 대해 명확하게 ‘법을 위반한다, 그렇지 않다’고 언급한 것이 적다는 점이다. 이는 법률 및 시행령에 명시된 내용 역시 구체적인 사례의 시비를 가리기에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김영란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수연(자율전공학부·17) 학생은 “김영란법은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스승의 날에 교수님이 선물을 안 받으셔서 대학교수와 학생 사이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학생이 김영란법에 대해 잘 숙지하지 못해 교수님을 마음 편히 찾아뵙지 못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부정부패로 인한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너무 과도한 규제로 사회가 메말라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고민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도 있다. 창의융합본부 장충덕 교수는 “평생사제 상담을 하거나 학과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밥을 사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영란법 시행 후 이런 행동이 괜찮은 것인지 조심하게 됐다”며 “과도한 규제와 모호한 기준 때문에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일이 위법여부를 확인해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김영란법이 부정청탁 등의 악습을 없애는 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인 청탁, 금품수수 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부정부패 등의 잘못된 관행의 단절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 또한 중요하다.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김영란법은 이 두 가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들이 적절하게 잘 조화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손은택 기자
grace@cbnu.ac.kr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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