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간다. 환경미화원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자 “네”라는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강의가 끝난 후 짧은 시간을 쪼개 학내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조리원은 “맛있게 먹어요”라는 말과 함께 음식을 건네준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경비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열람실로 들어간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항상 학내 노동자를 마주한다. 짧은 인사만 건넸을 뿐 그들의 일상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는가? 우리 학교가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생의 일과와 함께 돌아가는 노동자의 하루
환경미화원 A씨는 아침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의 담당 건물로 곧장 출근해 지난밤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 후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건물의 외부와 내부를 청결하게 청소한다. 냄새를 풍기는 화장실 청소 또한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 오후 업무는 오전과 동일하게 돌아간다. 쳇바퀴와 같은 일과 속에서 4시간마다 있는 30분간의 휴식은 A씨에겐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후 일과까지 끝낸 A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5시에 퇴근을 한다. A씨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 때문에 쓰레기를 치울 때 손이 두 번 간다”며 “분리수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잘 지켜서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리원 B씨는 아침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손이 부족하기에 점심과 저녁준비에도 참여한다. B씨는 평일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근무를 한다. 식사 준비가 다 끝나면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0시 50분까지 아침 식사 배식을 한다. 배식을 하다 보면 점심 식사시간이 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된다. 배식을 다 끝내고 오후 2시 30분부터 3시까지는 청소를 한다. 학생들의 삼시 세끼를 책임져야 하기에 B씨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상하다는 B씨는 “학내 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조리원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을 위해 신메뉴도 개발하고 있고, 또 수익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환원하기도 하니 더 많은 학생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오후 4시 30분, 교대를 마친 경비원 C씨가 일을 시작한다. 도서관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도서관의 질서를 정리하는 것이 C씨의 주요업무다. 오후 6시가 되면 도서관의 셔터를 내리고 불을 끈다. 그 후 12시에 스터디룸과 브라우징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잠을 청한다. 다음날 새벽 4시 30분, 다시 도서관 문을 열고 전등을 켠 후 일지를 다음 근무자에게 전달하고 퇴근을 한다.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C씨는 “한 사람만 누울 수 있는 공간에서 잠을 청하는 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3명이 3교대를 하기 때문에 예전 2교대 근무를 할 때 보단 몸이 덜 힘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이렇듯 학생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그들. 하지만 학내 노동자를 향한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환경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내 노동자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우리 학교 환경미화원의 수는 총 110여 명 정도이고 경비원은 13명이다. 학생생활관 소속 경비원을 제외하고, 이들은 각각 캡스텍(CAPSTEC)과 노인생활복지재단이라는 외부 용역업체에 고용된 직원이며, 식당에서 근무하는 조리원들은 우리 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소속 직원이다.
그들은 소속에 따라 계약형식도 다르다. 외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의 경우, 우리 학교에서 한 용역업체와 통상 5년 계약을 맺으면 해당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학교에서 근무하는 형태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며 연장계약을 포함해 최대 2년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을 두고 재계약을 한다. 그러나 학교와 용역업체 간의 계약 기간이 만료돼도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의무에 따라 계속 근로할 수 있다. 여기서 고용승계란, 노동자를 위해 필요에 따라 기업이 인수 혹은 합병될 경우에도 아무런 변동 없이 새로운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는 고용승계를 유지하며 학내 노동자를 비정규직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임금은 우리 학교 총무과에서 책정해 용역업체의 관리 비용과 함께 용역업체에 지급한다. 이후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학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학교 환경미화원 B씨는 “연초 최저임금이 인상될 시기에 초기 계약금으로 임금을 받아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원 C씨는 “학교에서 야간수당을 고려해 임금을 지급하지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총무과 이윤재 주무관은 “학교에서는 그분들께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지켜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초 학내 예산을 짤 때 다음 해의 최저시급 인상 폭까지 예상해 확보한 후 그해 5~6월쯤 최저시급이 결정되면 노사협약을 체결해 이에 맞게 조정하고 있어 최저임금 변동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생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리원은 외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이다. 조리원은 처음 생협과 1년 계약을 체결하며 이후 추가로 1년의 연장계약을 맺는다. 2년이 지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필요하게 될 경우 인사위원회를 거친 후 이사장과의 계약을 통해 정식 직원이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최근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국정현안점검조정회를 개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몇몇 학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 최초로 경희대는 7월 26일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케이에코텍’을 활용해 135명의 청소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또한, 올해 연세대 등 17개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그 중 ▲연세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광운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이 시급인상에 합의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을 3단계로 나눠 계획을 추진할 예정인데, ▲중앙정부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852개는 1단계에 포함됐다. 하지만 국.공립 교육기관인 우리 학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미화원 A씨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보통 20개월 단위로 계약한다”며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재계약 시기가 되면 계약할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비원 C씨는 “용역업체, 학교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어 해고 위험을 느낀 적은 없고, 크게 정규직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며 “하지만 경비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회사 규정상 만 65세 이상은 재계약에서 제외가 되며 만 60세 이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이윤재 주무관은 “학내 노동자의 임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진 대학회계비에서 지급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약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등록금을 인상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지원이 없는 이상,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재정적인 부분은 학교와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며 “대응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든 문제”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노동자 복지, 배려 아닌 필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복지’를 ‘행복한 삶’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수준은 노동자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내 노동자는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까.
근로기준법 제54조 1항에 따르면 노동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일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근로시간 중간에 제공받아야 한다. 우리 학교 환경미화원과 조리원의 경우, 총 8시간 근무에 1시간 휴식시간을 가지며 경비원은 일의 특성상 12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의 3교대로 일을 하며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조리원 B씨는 “조리 부서별로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 특정시간을 정하지 않고 교대로 쉬고 있다”며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은 잘 나눠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식시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건물에 있으며 공간 내에는 냉.난방기기, 개인사물함 등의 기본적인 시설도 비치돼 있다. 하지만 몇몇 작은 건물이나 부속기관에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미화원 A씨는 “많은 건물에 휴게실이 있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건물은 휴게실이 없어 종종 서서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다”며 “한번은 샤워실이 없어 장애인 화장실에서 짧은 시간에 대충 씻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재 주무관은 “불가피하게 휴식공간을 만들 수 없는 경우 공동으로 휴게실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3평 정도의 공간으로 그리 작지 않은 크기”라며 “학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싶지만 재정적 이유로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동자분들이 일하면서 불편사항이 발생하면 민원을 받아 처리하고 있다”며 “학내 노동자에게 더 나은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학생과 교수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평소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들은 우리가 학교 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숨은 곳에서 매일 같이 일하고 있는 학교 구성원이다. 우리가 먼저 학내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설 때 그들도 밝은 미소로 보답하지 않을까.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최유연 기자
cy0324@cbnu.ac.kr








전수림&최유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