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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지방거점국립대, 뭉쳐야 산다?
제 921 호    발행일 : 2017.09.01 

지난 6월, 지방거점국립대(이하 거점국립대) 9개교가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칭을 통일하고,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대학가는 일제히 술렁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충북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와 ‘에브리타임’ 게시판 등의 커뮤니티에서도 ‘우리 학교가 한국대로 통합되는 건가요?’와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찾기 어려워, 학내 구성원의 의문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명 ‘한국대 프로젝트’는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여름, 대학가를 뜨겁게 달군 거점국립대 통합 논란에 대해 취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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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거점국립대를 통합한다니?

  거점국립대 통합 논란은 지난 6월 28일,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 ‘매일신문’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거점국립대 9개교▲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가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칭을 통일하고,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는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점국립대 통합론에 대한 파장은 컸다. 한국대 출범을 기대하는 이들과 우려하는 이들의 갑론을박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특히, 거점국립대 9개교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부산대와 경북대의 내부반발이 거셌다.
  지난 7월 11일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역거점국립대 통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학교 측에 문의한 결과 한국대 통합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학내 여론을 잠재우고자 했으나, 여전히 부산대 학내에는 한국대 통합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여지며 거점국립대 통합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 또한 ‘국립대 네트워크 관련 총학생회 입장문’을 발표한 후 기획처장 간담회를 진행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북대신문 김서현 편집국장은 “총학생회가 학교 측에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 진행상황을 공개적으로 알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라며 “거점국립대 통합에 관한 논란이 커지다가 현재는 오보라는 얘기가 돌면서 학내 여론이 잠잠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거점국립대 통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설문조사에서 ‘찬성’ 65.7%(197명), ‘반대’ 34.3%(103명)로 우리 학교는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찬성’에 답한 김재권(경영학부·15) 학생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 거점국립대 통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철저한 준비 또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사회교육과.16) 학생도 “거점국립대 통합으로 학교간의 협력이 이뤄지면 더 나은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찬성’에 답했다. 반면, ‘반대’에 답한 박지규(사학과·16) 학생은 “무리한 통합을 진행한다면 각 대학이 가진 고유성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충북대신문 익명제보 링크를 통해 “각 대학이 지닌 전통과 역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거점국립대 9개교가 한국대로 명칭을 통일한다고 해도 캠퍼스를 표기한다면, 대학 서열화 해소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 “부산대와 경북대는 다른 거점국립대보다 입시 성적이 높아 반발이 심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통합’ 아닌 ‘협력 네트워크’

  그러나 여타 언론에서 언급한 ‘한국대’ 출범은 상당 부분 왜곡된 측면이 있다. 우리 학교 이만형 기획처장은 “언론에서 말하는 거점국립대 통합은 오보이며, 거점국립대 통합과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점국립대 통합은 대학의 자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거점국립대가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돼 단일 기관으로 운영되는 형태를 말한다. 한편,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는 운영은 각 거점국립대별로 하고, ▲교육 ▲연구 ▲산학협력 ▲지역연계 등 각 부문에서 거점국립대 기능 재조정 및 특성화 강화에 초점을 두는 형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는 여러 캠퍼스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각 캠퍼스의 특성을 강화해 운영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UC)’이 모델인 셈이다.
  이어 이만형 기획처장은 “통합의 관점에서는 교육부 내부와 거점국립대 차원에서도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며 “‘거점국립대 통합’의 용어 사용은 현 정부의 국립대학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으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대, 넌 어디서 왔니?

  그렇다면 논의된 적도 없는 일명 ‘한국대 프로젝트’는 어디서 왔을까. 이만형 기획처장은 “지난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이하 PoINT사업) 제Ⅱ유형 사업 신청서에 전북대.제주대가 ‘내셔널 유나이티드 코리아(NUK)’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전북대가 거점국립대협의회 회장교이다보니 그 용어가 언론에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북대.제주대의 사업계획조차도 대학 간 통합이 아닌 대학 간 기존 교류의 확대 차원에서 수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대별 강점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PoINT사업 제Ⅰ유형(대학 내 자율혁신)과 달리, PoINT사업 제Ⅱ유형(대학 간 혁신)은 국립대끼리 연합 체제를 구축하면 예산을 지원해왔다. 이만형 기획처장은 지난 7월 26일 중앙일보에서 보도된 ‘지역 거점大 통합 준비 끝났다…교육부 결단만 남아’ 기사에 대해 “기사에서 언급한 ‘교육부 결단’은 전북대·제주대의 PoINT사업 계획서에 대한 교육부의 채택 여부를 그와 같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합 준비가 끝났다고 보도된 기사는 PoINT사업 제Ⅱ유형에 대한 이해 없이 쓰여진 터무니없는 오보”라며 “다만 행정적인 절차로서의 입시전형을 공동으로 해보자는 말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거점국립대 간 ‘협력 네트워크’는 왜 논의됐나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을 고등교육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을 길들이는 정책 아래, 대학 간 끊임없는 경쟁을 조장해 대학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나 과거의 정책을 계속 유지해나가기엔 현재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만형 기획처장은 “학령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는 등의 변화의 시대에서는 고등교육정책의 획기적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대학 간의 출혈경쟁을 버리고, 신뢰관계를 회복해 상생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이는 현 정부의 국립대 정책 취지와 맞물려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등을 교육 공약으로 내세웠다. 본격적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학 간 신뢰와 협업을 바탕으로 국립대를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는 데 국가의 정책적 목표를 두고, 이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점은 교육부에서 처음으로 ‘거점국립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만형 기획처장은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립대가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제 개혁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은 그 첫 단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점국립대 간 네트워크는 단순통합과는 달리 각 대학의 특성화를 강화하고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서로 윈-윈(win-win)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대학의 공공성 회복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아래에서 국립대의 위상은 점차 하락하고, 본연의 기능마저 희미해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지역의 거점국립대 대신 서울 소재의 사립대로 ‘인(in)서울’했다. 이에 대해 이만형 기획처장은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인서울 하고자 하는 현재의 입시형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거점국립대 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각 대학의 특성을 강화하고, 지역에서 서울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우리 학교에 오는 것이 인서울을 못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원해서 오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시밭길 예상되는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현재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초기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주변의 반발이 상당해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한밭대, 공주대 등 전국 19개 지역중소 국립대가 모인 지역중심국·공립대기획처장협의회는 “정부가 대형 국립대인 거점국립대 9개교 집중 육성 정책을 편다면, 중소형 국립대는 경쟁력을 잃고 해당 지역도 공동화할 우려가 크다”며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외쳐온 정부가 오히려 지역불균형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지역중심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역중심국·공립대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지역중소 국.공립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 이만형 기획처장은 “거점국립대 이외의 국·공립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것을 공감한다”며 “이에 정부도 향후 거점국립대 외에 지역중소 국·공립대에 대해서도 예산 지원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국·공립대 정책을 단계적으로 구분해보면, 제1단계는 거점국립대 간 네트워크 구축이며 제2단계는 지역중소 국·공립대를 포함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후 제3단계는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사립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방식이다. 이만형 기획처장은 “거점국립대가 우산의 역할을 자처해 지역중소 국·공립대와 또, 진입을 원하는 일부 사립대까지도 아울러야 한다”며 “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점국립대 9개교의 튼튼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 전망에 대해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러나 거점국립대의 자발적 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서, 2인 3각 경기를 뛰는 마음을 가지고 같은 보폭으로 발을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논의, 학내 구성원은 쏙 빼고?

  대학 정책 시행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이가 학내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정책을 시행하기 전,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은 필수불가결한 절차다. 그러나 현재의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과연 논의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학교의 한 학생은 “학생들이 학교 소식을 언론을 통해 통보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언론끼리도 서로 말이 다른 상황에서 학교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만형 기획처장은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위한 기본 자료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고, 현재 연구단계에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으나, 이후 검토과정에서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필수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대 네트워크’ 방안은 지난 16년간 여러 형태로 등장해왔지만, 단순 해프닝쯤으로 여겨지며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이번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또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지만, 비관을 하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 성공 여부는 앞으로 해내는 것에 달렸다. 부디 앞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 구성원 모두가 수혜자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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