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인증(ABEEK,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 이하 공학인증)이 시행된 이후, 많은 대학들은 이 제도에 주목하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인증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미국의 공학기술인증원(ABET,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and Technology)의 양식을 변화 없이 적용해 공학인증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학교도 이러한 문제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 충북대신문 제868호에서 공학인증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공과대 7개 학과(학부)의 2학년 이상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많은 학생들은 이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교수진들도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로 인해 공학인증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일부 대학들은 공학인증의 이점을 느끼지 못해 학교의 자체적인 판단 하에 공학인증을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학교는 어떤 입장일까?
공학인증, 넌 누구니?
공학인증이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요구하는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 기준에 따라 전공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전문적인 수준의 공학실무능력을 갖췄음을 객관적으로 보증하는 제도이다. 2002년 처음 실시된 공학인증은 올해 3월까지 누적집계로 총 90개 대학의 539개의 프로그램이 인증받았다.
우리 학교는 2006년에 공학인증을 도입해 현재까지 공과대의 ▲토목공학부 ▲기계공학부 ▲화학공학과 ▲신소재공학과 ▲공업화학과와 전자정보대의 ▲전기공학부 ▲전자공학부 ▲정보통신공학부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에서 총 10개의 공학인증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건축공학과는 공학인증이수를 위한 요구사항이 과다하다고 판단해 올해 2월부터 인증을 포기했다. 안전공학과 또한 대학특성화사업으로 연계전공프로그램을 운영함에 따라 내년 2월 이후부터 인증과정을 포기할 예정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인증프로그램은 크게 ▲공학기술교육인증(ETAC) ▲공학인증(EAC) ▲컴퓨터·정보기술인증(CAC) 세 가지로 나뉜다. 공학기술교육인증은 2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현재 공학인증과 컴퓨터·정보기술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 공학교육인증운영 규정 제7조에 따르면, 공학인증(EAC)을 이수하는 학생은 MSC(수학, 기초과학, 전산학) 관련 교과목 30학점과 설계교과목을 포함한 전공 교과목 54학점 이상, 컴퓨터.정보기술인증(CAC)은 BSM(수학, 기초과학) 교과목 18학점과 설계교과목을 포함한 전공 교과목 6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공학인증(EAC)과 컴퓨터·정보기술인증(CAC) 모두 교양과목은 학과에서 지정한 교과목만을 수강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게 공학인증을 이수한 학생에겐 혜택이 주어진다. 삼성전자 등 83개의 기업에 입사지원 시 가산점이 주어지고, 2007년 한국공학인증원이 국제적 공학교육인증 협의체인 워싱턴어코드(Washington Accord)의 정회원이 됨에 따라 해외 취업 및 유학, 그리고 해외 자격증 취득 시 유리한 자격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학인증 이수가 취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기업의 인사담당자조차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득과 실이 공존하는 공학인증
현재 우리 학교는 공과대 및 전자정보대 전체 학생 5,076명 중 91.6%에 해당하는 4,648명이 공학인증을 이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충북대신문 제868호에 따르면 공학인증을 시행하는 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공학인증을 강제적으로 이수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공학인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에 우리 학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공학인증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남재현(컴퓨터공학과·16) 학생은 “공학인증을 통해 체계적으로 공학을 배울 수 있고, 인증과정을 거친 학생은 전공에 있어서 우수한 학생이라 자명할 수 있다”며 “이는 비이수자보다 취업 시에도 유리한 입장을 가지게 하면, 총학 인증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건호(기계공학부·14) 학생은 “남들이 다 하니까 공학인증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의 의지와 필요성보다는 상황과 분위기 때문에 공학인증을 이수하는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오경식(정보통신공학부·16) 학생은 “학교에서 제시한 방향이니 따르는 것 뿐”이라며 “공학인증이 특별히 차별화된 스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공학인증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수업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학인증을 이수하면 공학인증의 필수학점과 졸업기준학점을 동시에 충족해야하기 때문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교양과목을 선택할 수 없다. 김재민(전기공학부·14) 학생은 “전공수업에 대한 제약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교양을 자유롭게 이수할 수 없어 평소 관심 있는 분야나 강의를 수강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학교육혁신센터 신영애 연구원은 “공학인증이 전공을 심화적으로 배우는 과정이기에 교양도 전공과 관련된 교과목들로만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방안을 강구중이다”라고 밝혔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고충도 있다. 우리 학교 화학공학과 이봉희 교수는 “인증프로그램 절차도 간소화되고 인증유효기간도 늘었지만, 여전히 공학인증을 위해 한 사람이 처리해야하는 업무량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공학인증은 포기절차가 까다로워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학교 공학교육인증운영규정 제6조에 따르면 ‘인증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자 할 경우, 4학년 1학기 수업일수 4분의 1이전까지 프로그램 PD의 의견서를 첨부한 공학교육인증포기원을 제출해 학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6년 입학생부터는 단일인증제를 도입.운영해, 특별한 사유(전입생, 교직, 다전공자, 자율전공입학생)에 해당하지 않으면 공학인증을 포기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공학교육혁신센터 신영애 연구원은 “교직, 다전공자 등은 공학인증을 이수하게 되면 졸업 또한 다른 학생들보다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수 포기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공학인증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연도별 인증평가 대학 및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2010년에 68개 대학 431개 프로그램으로 가장 정점을 찍었고, 2017년 2월 기준으로는 29개 대학 188개 프로그램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 이후 입학생부터는 단일인증제가 도입돼 인증과정을 포기할 수 없다.
학생의 수업자율권, 교수의 수업권 등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공학인증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봉희 교수는 “자신의 전공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이 이론만을 습득한 후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면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는데 있어 공학인증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학인증이 시행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공학인증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이상, 공학인증의 시행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학을 배운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졸업 후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공학인증 적용으로 학생의 강의와 진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인증과정의 강제성을 개선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면, 공학인증은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지 않을까.
최유연 기자
cy0324@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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