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뜨거운 여름이 저물고 선선한 가을 날씨에 접어들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이나 단풍이 붉게 물들기를 기다리는 지금, 일명 ‘그린호프’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그린호프’란 학교 잔디밭에 자리잡고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하며 학생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용어다. 많은 이들이 그린호프를 대학생활의 로망으로 꼽는 가운데, 우리 학교 캠퍼스 안에서는 이 같은 로망을 실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 학교가 학내 음주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년 이맘때 열리는 축제 기간 동안 주막 설치 역시 금지되고 있다.
그린호프 해보셨나요?
너른 학교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주를 즐기는 일은 그야말로 캠퍼스의 오랜 낭만이다. 우리 학교에서 ‘그린호프’로 통하는 학내 음주는 각 지역마다 ‘난장’, ‘노상’, ‘동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그린호프를 해본 적 있나요?’라는 질문에 ‘해본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은 68.0%(204명)였으며, ‘해본 적 없다’고 답한 학생은 32.0%(96명)였다. ‘해본 적 있다’고 답한 송인애(국어국문학과·16) 학생은 “벚꽃 아래서 그린호프를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다”며 “그래서 봄꽃이 필 무렵이 되면 그린호프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설문조사에서 그린호프를 경험해봤다고 응답했지만, 사실 우리 학교는 학내 음주를 규제하고 있는 ‘금주 캠퍼스’다. 우리 학교 학생과 이종희 팀장은 “쓰레기 처리 관련 문제와 소음으로 인한 면학 분위기 저해, 학교 기자재 파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학내 음주를 규제하고 있다”며 “또한 번화가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캠퍼스 내에 외부인의 유입이 많아 학내 음주로 인한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주 캠퍼스, 왜?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언제부터, 왜 금주 캠퍼스가 됐을까. 이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6년 9월 23일에 발행된 충북대신문 제600호 ‘학생처, 주막 불허 논란 일듯’을 살펴보면, 학생과가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 및 방뇨행위로 학생 위신 추락 및 면학분위기 저해 ▲외부 불량배 출입으로 인한 학생들과의 마찰 방지 ▲음주 후 의견대립으로 인한 동료 학생 간의 마찰 방지 ▲학내 기물(의자, 책상, 주막 설치에 필요한 기구 등) 파손 방지 ▲주막 전기선 설치 시 누전으로 인한 감전위험 방지 ▲대형 화재 방지 ▲주막 철거 후 막대한 양의 쓰레기 발생으로 인한 악취 및 환경미화작업 필요 등을 이유로 매년 축제 기간에 열리던 주막을 불허하는 방침을 발표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민속촌’이라 불렸던 주막은 학내 구성원 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으나, 지난 1980년대에는 폭력사태, 시설훼손 등 주막 운영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극에 달했다. 이에 주막 수 축소, 주막 운영 시간 설정, 규찰대 모집 등의 방안이 도입됐지만, 주막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종희 팀장은 “주막 수를 70여 개에서 20개 이하로 줄여 집중화시키고, 규찰대를 운영하는 등 개선 노력을 했으나 무허가 주막 난립문제, 주막시간 미준수 문제, 폭력사고 등이 매년 발생했다”며 “주막 운영으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등의 문제 또한 대두됐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침내 1997년 9월, 우리 학교는 교학부장회의 및 학장회의에서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건전한 대학 축제 문화를 위한 주막 설치 불허’를 결정했다.
이 당시 주막 설치 불허 결정에 학생들은 ‘학생자치권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이후 몇 년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3년 9월 22일에 발행된 충북대신문 제719호 ‘대화와 타협으로 하나 되는 대동제 돼야’에서는 대동제 기간 중 주막을 총학생회 주관으로 실시할 것을 결정했고, 학생처는 주막이 포함됐기 때문에 전체행사 승인을 불허했다고 전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의 행사 승인 불허로 학내 구성원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며, 대동제 기획 중 주막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체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학생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진정서를 제출하고, 본관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현재는 금주 캠퍼스가 어느 정도 정착됨에 따라 음주 없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나아가 우리 학교는 1997년 축제 기간 내 주막 금지 캠페인을 시작으로, 이제는 학내 음주가 전면 금지되는 금주 캠퍼스로까지 확대됐다. 이종희 팀장은 “주로 봄과 가을에 등장하는 학내 음주를 허용함으로써 캠퍼스 오염문제가 확산돼 금주 캠퍼스를 도입했다”며 “금주 캠퍼스가 되면서 음주 관련사고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고, 캠퍼스 환경오염 또한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학내 음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한편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내 음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한 학생은 85.3%(256명)였으며, ‘반대’한다고 답한 학생은 14.7%(44명)에 불과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이년경(화학공학과·17) 학생은 “그린호프는 대부분 가볍게 마시는데, 굳이 제재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쓰레기 처리만 잘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희(경제학과·17) 학생 역시 “캠퍼스의 분위기도 즐기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한다고 답한 김수진(물리학과·15) 학생은 “음주 후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고, 캠퍼스 내 쓰레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찬우(기계공학과·12) 학생은 “학내 음주를 허용하게 되면 소음 문제가 가장 우려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이종희 팀장은 “그린호프가 대학의 낭만이고, 축제 기간 동안의 주점 운영 역시 학내 구성원 간 화합 도모 등의 장점도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기 때문에 금주 캠퍼스 운영이 최선책”이라고 전했다.
금주 캠퍼스 넘어 클린 캠퍼스로
설문조사 결과, 학내 음주가 허용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우리 학교는 금주 캠퍼스 방침을 계속해서 유지할 예정이다. 이종희 팀장은 “지난 1997년부터 주막 설치 불허가 결정된 이후, ‘음주 없는 축제’가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제는 금주 캠퍼스를 넘어, 클린 캠퍼스로 나아갈 때”라고 전했다.
‘클린 캠퍼스’란 금주 캠퍼스와 금연 캠퍼스를 합한 의미이며, 지난 2015년 개신축제에서 클린 캠퍼스 운동을 선포한 이후 학내 구성원의 건강과 쾌적한 캠퍼스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클린 캠퍼스 운동 중 금주 캠퍼스의 대표적 사업으로는 ▲축제 기간 주막 설치 금지 ▲캠퍼스 내 학생집단활동 시 음주 금지 등이 있다. 학내 음주 규제에 관한 학칙이 따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 학생이 지켜야 하는 지침으로 삼고 현재 ‘캠퍼스폴리스’를 통해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느 하나로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
우리 학교는 청주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축제 시 주막을 불허하며 학내 음주를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는 어떤 실정일까.
보건복지부에서는 절주동아리 활동지원사업을 진행해 매년 80여 개 이상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절주교육, 음주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학생의 금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는 학내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전면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발표하며 대학생의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이 법안의 제정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몇몇 학교에서는 학내 음주 규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2009년부터 술 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축제를 진행했다. 대신 밤에 술을 마시지 않고 응원배우기, 가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음주문화를 끊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부경대는 축제의 주막 프로그램을 취업박람회로 전환했으며 성공회대는 재능 나눔, 생각 나눔 행사로 건전한 축제를 만들었다. 특히 인제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음주의 폐해를 알리는 ‘음주폐해예방교과목’을 개설했다. 이 강의는 술자리가 많은 새학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음주폐해를 막기 위해 신입생이 반드시 수강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경성대, 부산외대, 서일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경인여대 등이 음주 없는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우리 학교를 비롯해 학내 음주를 규제하고 있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술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교내 금주는 음주에 따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기윤(사회학과·16) 학생은 “대학생의 음주 자체를 금지해버리는 것은 정말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며 “잘못된 음주문화의 문제는 이런 방안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위 설문조사에서 언급했듯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내 음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선에서의 음주와 주점은 ‘화합’의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지희(화학공학과·17) 학생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내 음주를 학과 사람들과 친목도모를 위해 가볍게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내 음주에 관한 규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주막 불허 조치를 시작으로 지금의 금주 캠퍼스로 자리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앞선 그린호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 많은 학생들이 그린호프를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의 눈을 피해 술잔을 기울이고 있고, 학교 측도 계도 이외에는 특별한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우기 보단 서로에게 귀를 열고 소통한다면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이지영&전수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