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우리 학교 중문 게시판에 커다란 대자보가 붙었다. 간호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쓴 이 대자보의 내용은 약학대(이하 약대)의 오송캠퍼스 이전 후 약대본관을 간호학과가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학교 측에서 어겼다는 것이었다. 지난 2월 13일, 우리 학교 약대는 오송캠퍼스로 전부 이전했다. 이후 현재, 약대 학생들이 쓰던 약대본관(S4-1), 약학연구동(S4-2), 약대동물실험실(S4-3)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에 비어있는 약대 건물의 사용을 희망하는 학과가 많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간호학과 대자보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교 측에서 요구안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학습 공간, 안전한 공간에서 학습할 권리를 찾겠다는 간호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이번 사태의 시작과 간호학과 학생들은 현재 어떠한 학습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번 사태의 시작
2012년 학과가 창설된 이후, 간호학과 학생들은 법학관(N-18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2013년 신입생 입학 등으로 기존 강의실로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간호학과는 13학번 학생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고 학교 측에 교육 공간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학교 측은 임시로 형설관(N-7) 4층 강의실을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또한, 약대가 오송캠퍼스로 이전한 후 2018년도부터 약대본관을 간호학과 학생들을 위한 수업 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시로 배정받은 형설관은 강의시설 면에서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수업을 듣던 법학관과 거리가 멀어 한 학과가 두 건물로 나눠진 꼴이었지만 간호학과 학생들은 약속이 이행되기 만을 기다리며 올해로 두 건물에 3년 째 더부살이 중이다. 하지만 약속된 기간이 다가오는데도 학교 측은 어떠한 언급도 없었을 뿐더러 약대본관을 소프트웨어학과에 제공하고, 간호학과에는 약학연구동을 주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더욱이 약학연구동 1층 일부(170㎡)는 수의대와 존스홉킨스대의 공동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간호학과는 비대위를 꾸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다.
강의 들을 공간조차 부족한 학생들
지금까지 간호학과 학생들은 형설관 4층과 법학관 1층을 강의실로, 법학관 2층은 실습실으로 사용해 왔다. 형설관을 배정받기 전에는 법학관 2층도 강의실로 사용했기 때문에 실습실은 한 개밖에 없었다. 어렵게 얻은 실습실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간호학과 교육과정은 1학년은 강의 위주의 수업이지만, 2.3.4학년은 수업의 약 30~60%가 실습수업일 정도로 실습 비중이 높다. 하지만 현재의 실습실 규모와 수는 다른 학교에 비해 적은 것은 물론, 실습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베드와 물품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임소정(간호학과·15) 학생은 “현재 실습실은 기본간호학실습실과 건강사정실습실 두 개로만 구분돼 있다”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실습을 수행하려면 학교에서 기본을 제대로 배우고 숙련해야 하는데 학교의 실습실 수도 적고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아 다른 학교에 비해서 실습능력이 뒤쳐진다”고 말했다.
또한, 강의실로 제공받은 형설관 4층은 에어컨과 히터가 작동되지 않고, 수강인원에 비해 공간도 협소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특정과목의 경우 70명 정도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데 강의실이 70명을 수용할 만큼 크지도 않고, 책상도 부족해 학생들이 창틀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이처럼 기본적인 수업공간조차 보장되지 않은 열악한 상태이기에 간호학과 학생들은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학과 A 학생은 “형설관에서 수업을 듣고 법학관으로 와서 실습을 한 후 병원까지 나가면 하루 종일 학교 정문부터 후문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고 수업 중 연강이 많아 항상 10분정도 수업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임소정 학생 또한 “형설관에서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하거나 레포트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법학관으로 가야 한다”며 “수업하는 건물과 학과 행사와 행정을 보는 건물이 따로 나눠져 있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로막힌 학생들의 목소리
간호학과가 약학연구동을 배정받게 되면 형설관과 법학관은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약학연구동으로 이전하게 되면 두 개의 건물을 이동하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공간도 조금 확장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층 일부(170㎡)를 수의대 공동연구실로 사용하게 된다면 지금 상황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 간호학과의 입장이다. 더욱이 그곳에서 어떤 실험이 이뤄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달 11일 우리 학교 대학본부, 간호학과 교수, 간호학과 학생대표가 모여 약학연구동 사용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회의는 협의가 아닌 학교 측에서 내린 결정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약학연구동의 일부를 수의대의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통보에 간호학과 교수진은 수의대 교수진에게 약학연구동에서 어떠한 연구가 이뤄지는지 설명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수의대 교수 측은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말만 전했다. 또한, 간호학과 학생들은 “학교 측이 회의 한 시간 전에는 학부모들에게 안전한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회의에서는 우리에게 연구가 아닌 행정이나 물품보관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말해 공간의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간호학과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였고,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교본부와 교수들이 참석해 다시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본부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됐다.
간호학과 정수정(간호학과·15) 비대위 대표는 “비록 구두약속이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학교 측은 우리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있어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최소한의 공간만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조차 들어주지 않고 우리에게 양보만을 요구하는 상황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선의 해결책은 ‘소통’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 약대 건물의 본관은 소프트웨어학과가 배정받았다. 또한 수의대 공동연구실로 사용되는 1층 일부를 제외한 약학연구동 전체는 간호학과가 사용하도록 예정돼 있다. 하지만 한 학년에 대략 60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야 하고 실습을 많이 해야 하는 간호학과 특성상 더 많은 공간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2012년 처음 간호학과가 신설되면서 우리 학교는 보건의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간호학과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부족한 공간으로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대자보를 붙여 자신들의 불편함과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간호학과 최소한의 교육 공간(약대 연구동 전체)를 보장해주십시오 ▲간호학과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타 거점국립대학 수준의 학습 환경을 보장해주십시오 ▲현재의 매우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해주십시오 라는 4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학과 정수정 비대위 대표는 “약학연구동으로 옮겼을 때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 공간 부족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학교 측과의 적극적인 논의를 거쳐 원활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간호학과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개선되고, 안전까지 보장 받을 수 있는 해법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마음을 연 소통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해법을 통해 하루 빨리 간호학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기를 기대해본다.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최유연 기자
cy0324@cbnu.ac.kr
위 기사와 관련해 학교측에서 아래와 같이 입장을 전달해와 함께 게재합니다.
간호학과 공간 배정 추진 상황
충북대학교 공간 배정 및 조정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대학은 대학 또는 학과 간 공간 배정 및 조정에 관련하여 다소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올 2월 약학대학 전체가 오송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생긴 공간에 소프트웨어학과 및 간호학과의 이전과 후속 조치 등에 관하여 공간배정의 중요한 조정역할을 하는 교육환경조성위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교육과 연구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 또는 학과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 시설의 보완이 시급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약학대학 이전으로 생기는 공간을 합리적으로 배정·활용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교육환경조성위원회의 구성과 기능
교육환경조성위원회는 주요 시설·환경에 관한 심의기구로, 위원장을 포함하여 전문 지식을 가진 교직원 10인으로 구성되며, 주요 기능으로서는 학교 시설·환경에 관한 기본 계획의 수립, 학내 시설 관련 공간 조정, 그 밖에 학교 시설·환경에 관하여 총장이 부의하는 사항 등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대학 공간 배정의 절차
대학 내 가용 공간이 발생할 경우에는 먼저 공간 수요를 조사합니다. 이에 공간을 필요로 하는 대학(또는 부서)는 공간 수요 내역과 활용 방안을 제출하며, 대학 본부에서는 이를 취합하여 사전 검토 후 단과대학 부학장회의를 개최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해당 의견들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공간 조정(안)을 수립합니다. 공간 조정(안)에 관련된 대학 또는 학과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친 후 최종 합의된 공간 조정(안)을 교육환경조성위원회 및 교무회의가 심의합니다. 이후 확정된 심의 결과를 관련 대학에 통지하고 후속 사항으로 필요할 경우에는 공간 리모델링 공사 추진, 이전 학과의 공간 반납 조치 등을 하고, 아울러 시설공간관리규정시행세칙 개정을 통하여 관리주체 및 건물내역 등을 변경하여 전 부서에 통지를 합니다.
대학의 시설 공간은 교육·연구 활동을 위한 공공재로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대학 본부는 항상 면밀한 검토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 드립니다.
공간 재배정을 요구하는 대학 및 학과
교육시설이 부족하거나 새로운 사업으로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공간은 11개 대학(학과)에 걸쳐 전체 면적이 22,317㎡에 달하며, 세부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학에서는 약학대학의 오송캠퍼스 이전 계획에 따라 2016년 11월부터 (구)약대 본관(S4-1)과 (구)약학 연구동(S4-2) 공간 수요를 조사하고 관련 대학의 의견 청취 및 협의를 거친 후, 간호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를 대상으로 공간 배정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이는 4개 건물에 분산된 소프트웨어학과, 2개 건물에 분산된 간호학과의 교육 환경이 열악한 점을 우선적으로 감안한 조처입니다. 당초 간호학과는 (구)약대 본관(S4-1) 배정을 요청하였으나, 전임교원(소프트웨어학과 13명, 간호학과 7명) 및 학생 수(소프트웨어학과 편제정원 320명, 간호학과 편제정원 240명), 교육여건 등을 고려하여 (구)약대 본관(S4-1) 전체는 소프트웨어학과에, (구)약학 연구동(S4-2)은 간호학과에 2,103㎡를 배정하고 대학 연구 활성화를 위한 우수연구자 인센티브 공간 등에 462㎡를 배정하는 안을 간호학과와의 협의를 통하여 마련하였습니다. 교육환경조성위원회의 심의를 마치고 교무회의에서는 이와 같은 공간 배정안을 확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교무회의 심의가 끝난 두 달이 경과한 시점 무렵에 간호학과는 학내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발송하여 이미 결정된 일을 수용하지 않는 모습을 비롯한 집단적인 반발을 거듭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학 본부는 교무회의에 간호학과의 이의제기 사항을 보고 하였고, 교무회의에서는 (구)약학 연구동(S4-2) 공간 조정(안)에 대하여 의과대학(간호학과)와 수의과대학 간 협의를 거쳐 재심의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추가로 대두된 실험실 안전문제 등도 세심하게 검토할 예정입니다. 의과대학(간호학과)에서 우려하는 국제공동연구실험실(반려동물 중개의학 암센터)의 안전성에 대하여는 안전관리본부 등에서 심도있게 검토할 계획이며, 대학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로 의과대학(간호학과)와 수의과대학(국제공동연구실험실)에서 제출한 (구)약학 연구동 공간에 대한 용도 및 세부활용 계획을 교육환경조성위원회를 거쳐 교무회의에서 최종 심의하여 (구)약학 연구동 공간조정(안)을 확정할 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
대학본부는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지엽적으로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관련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추진함으로써 한정된 공간에 대하여 최적의 공간 배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히고자 합니다.








전수림&최유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