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중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 의무가 주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군 복무를 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학업이 뒤쳐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군 복무 중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현 정부가 군 복무기간 중의 훈련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군 복무 학점인정제’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복무 중 학업 지속 위해 마련된 학점이수제
군 원격강좌 학점이수제(이하 군 학점이수제)는 군 복무 중인 대학생이 원격강좌를 수강하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군 복무기간 중 학업 단절을 극복하고,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2007년, 국방부가 6개 대학과 연계해 시작한 군 학점이수제는 현재 우리 학교를 포함해 총 142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의 장병들이 학업 지속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 군 원격강좌 수강 대상자는 군 학점이수제 참여 대학에 속한 ▲현역 병사 ▲상근 예비역 ▲단기 부사관 ▲사회복무요원 ▲전의경 ▲의무소방요원이다. 군 학점이수제는 ‘나라사랑포털’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이 이뤄지고, 일과 후 군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통해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군 원격강좌 수강자는 병역법 및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며, 각 학교의 학칙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도입 10년, 그러나 여전히 미비한 운영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군 학점이수제는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았다. 군 복무 중 학업 지속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군 생활을 ‘인생의 정체기’로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생산적인 병영문화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취지가 무색하게, 현행 군 학점이수제는 장병들이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기준 군 학점이수제 참여율은 약 4%에 그쳤다. 지난 2012년부터 수강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군 휴학 중인 장병이 전체 병사의 약 8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현역 장병들은 군 학점이수제가 군대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군 학점이수제는 군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해 원격강좌를 수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실제로는 사이버지식정보방의 환경이 열악해 수강이 힘들다는 것이다. 사이버지식정보방의 컴퓨터의 수는 한정된 반면, 이를 이용하려는 병사의 수는 많아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군 복무 중인 A씨는 “계급이 낮을 때는 눈치가 보여 사이버지식정보방 이용 자체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한 강좌 수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병사들이 받는 월급에 비해 군 원격강좌 수강료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문제다. 학교마다 수강료는 제각각이지만, 보통 사립대의 경우 학점 당 9만 원 선이며 많게는 10만 원 이상인 경우도 있다. 3학점 강의가 가장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사립대 소속 병사는 한 강의 당 최소 27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는 올해 기준 병장의 월급인 21만 6천 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비록 국방부에서 수강료를 일부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수강료 전액을 먼저 납부하고 이후에 환급받는 방식이여서 부담감을 크게 줄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현역병사 이외의 대체복무자는 수혜 대상자가 아니다.
한편, 근본적인 문제는 군 학점이수제 참여 대학의 수와 제공되는 강좌 수에 있다. 현재 도입 원년보다 참여 대학이 대폭 확대됐지만 400여 개가 넘는 우리나라 대학 중 절반도 안 되는 대학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절반이 넘는 대학의 군 휴학생은 참여 기회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국방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관계자를 초청해 군 학점이수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칙 개정 및 강좌 개설 등의 행정적 부담으로 쉽게 참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군 학점이수제에 참여하는 대학도 문제를 안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기준 군 학점이수제 참여 대학 136개교 중 절반에 달하는 67개교가 5개 미만의 강좌를 제공했다. 이는 결국 군 학점이수제에 참여하는 병사가 실질적인 강좌 선택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하나의 군 원격강좌를 개설할 때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커, 강좌 수를 확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 학교의 군 학점이수제는 어떻게 운영되나
우리 학교에 군 학점이수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2008년 1학기부터다. 도입 이후 개정된 ‘충북대학교 학칙’ 제61조에서는 군 학점이수제로 제공되는 강좌를 통해 학기당 6학점, 연 12학점 이내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는 군 원격강좌로 한국열린사이버대(OCU) 교과목 110여 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가 자체적으로 개설하는 전공 및 교양 과목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학사지원과 박혜숙 주무관은 “군 학점이수제에 참여하는 우리 학교 학생은 나라사랑포털을 통해 개설된 OCU 교과목만 수강 가능하고, 영역 없는 교양 선택 과목으로 성적 처리된다”고 밝혔다.
나라사랑포털을 통해 개설되는 OCU 교과목은 재학생이 수강하는 OCU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에 성적 상대평가 시 적용되는 인원과 수강료가 각각 다르게 책정된다. 재학생이 OCU 강의를 수강할 경우에는 한 과목당 2만 4천 원을 납부하지만, 군 OCU 강의는 한 과목당 6만 원의 수강료가 책정된다. 여기에 나라사랑포털 이용 수수료 1만 1천 원을 더해 실질적으로는 7만 1천 원을 납부하게 된다. 또 군 원격강좌는 학기 중에 수강해도 계절수업으로 성적 처리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반면, 온라인으로 치루는 시험 방식이나 100명의 수강 정원은 두 OCU 강의 모두 동일하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군 학점이수제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 학사지원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4.3% ▲지난해 2학기 5.0% ▲올해 1학기 4.3%로 우리 학교 학생들 역시 저조한 군 학점이수제 참여율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군대에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제 병사들에게 몸으로 와 닿는 제도는 아닌 것 같다”며 “열악한 수강 환경, 비싼 수강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낮은 참여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논란의 군 복무 학점인정제, 실현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군 복무 중의 교육훈련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포괄적 학점인정제’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취임 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지난 2014년에도 군 복무 학점인정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당시 군 교육의 전문성 및 여성과 고졸자, 장애인과의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국방부는 군 복무 학점인정제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계획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계획대로 군 복무 학점인정제가 시행되면, 군 학점이수제와는 달리 별도의 강의 수강 없이도 현역 장병들은 학기당 최대 6학점을 취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행을 찬성하는 이들은 군 복무 학점 인정을 통해 군 복무자의 학업 단절 해소 및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의 반대 사유는 여전히 유효하며, 군 복무로 인한 학업 단절에 대한 보상은 학점 인정이 아닌 다른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현역 병사의 80% 가량이 대학생이고, 이들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원치 않는 학업 단절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복무 중에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탄생했지만, 도입 10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낮은 참여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국가를 위해 젊음을 바치는 청년들에게 보여주기 식의 허황된 정책이 아니라,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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