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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대외활동의 두 얼굴?
제 927 호    발행일 : 2018.03.05 

어느새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 학기를 맞으며 학생들이 세운 계획은 제각각이겠지만, 학생들은 보람 있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다. 이에 많은 학생은 대외활동에 도전한다. 학업 외 시간을 대외활동에 투자해 새롭고 값진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마치 대학생의 특권과도 같은 대외활동이지만, 대외활동 경험이 마냥 달콤한 기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외활동에서는 대학생을 상대로 일명 ‘갑(甲)질’의 행태를 보여, 부당 대우를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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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왜 하시나요

  대외활동은 교외에서 하는 활동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로, 봉사활동부터 기자단, 홍보대사, 공모전, 해외탐방, 인턴십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보통 대외활동은 지원 자격을 대학생으로 한정한 경우가 많아, 대학생활의 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대외활동이 취업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대학생의 필수코스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실제로 대학생 주간지 <캠퍼스 잡앤조이>가 지난해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1%가 ‘대외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들은 기대되는 대외활동 혜택에 대해 ▲개인 역량 강화 ▲자기소개서 및 면접 도움 ▲또래와의 교류 ▲실무자와의 만남 및 실무경험 ▲금전적 혜택 및 해외여행 기회 ▲인턴십 기회 및 입사 시 혜택 ▲기타 순으로 답했다.
  장은우(정치외교학과·16) 학생은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대외활동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유리(경영학부·16) 학생은 “진로와 관련해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취업 준비 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대외활동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대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과 동시에, 부가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대외활동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외활동은 주최기관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주최기관은 대학생 대외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릴 뿐 아니라, 참여자를 매개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외활동은 주최기관과 참여자가 win-win할 수 있는 상생책인 셈이다.

헐값에 당신의 노동을 삽니다

  지난 몇 년간, 대학생 대외활동이 필수적 스펙으로 여겨지면서 각종 대외활동의 수 또한 급증했다. 수많은 대외활동에는 각각 활동내용도, 활동혜택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단이나 홍보대사에게는 주최기관이 홍보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거나 개인 SNS 및 거리 홍보, 행사 지원 또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이 주어진다. 또, 이러한 활동에 대한 혜택은 수료증 및 명함 발급, 교육·멘토링 기회 제공, 상품 지급, 활동비 지급, 입사 시 혜택 등이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상품과 활동비다. 보통 모집 공고에서는 활동비의 금액이나 제공되는 상품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자는 활동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학생 A 씨는 “팀원들과 모임을 가지기 위해선 교통비와 그 외 부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지급되는 활동비로 모두 충당하기엔 부족했다”며 “물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대외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자 의욕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대학생 대외활동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외활동 경험이 있는 대학생 중 36%가 ‘열정페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열정페이란 ‘열정’과 영단어 ‘pay’를 합성한 신조어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주지 않으면서 열정만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대외활동 경험 중 열정페이를 받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최기관으로부터 ▲단순근로 강요 ▲공고와 다른 활동·혜택 ▲폭언 ▲방치 등 실제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도 60.5%에 달했다. 홍보대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B 씨는 “선발 때에는 태블릿 PC 등의 상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막상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며 “주최기관 측에서는 당초 계획됐던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활동하던 홍보대사들에게는 통보 식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홍보대사는 주최기관과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고리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주최기관과 홍보대사 사이에서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 많았지만,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홍보대사가 주최기관에게서 주어지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기계로 취급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던 점이다”라고 전했다.
  기자단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C 씨는 “개인 SNS에 주최기관을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게시하는 활동을 했었다”며 “주최기관 측에서는 기자단의 인간관계를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홍보를 할 수 있었겠지만, 개인으로서는 이 경험을 통해 개인 역량을 강화했다거나 직무를 체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보대사나 기자단 모집공고를 살펴보면, 파워블로거나 팔로워 수가 많은 SNS 운영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은 경우가 많다. 물론 주최기관은 홍보대사.기자단의 운영을 통해 홍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므로, 이러한 우대 조건을 내거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대외활동을 통해 실무를 간접 경험하고, 개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지원한 대학생을 주최기관의 단순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점이다.
  한편 봉사활동은 무급노동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봉사는 금전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보수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가요대상 측에서 현장 스태프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교통비.일 급여를 지원하지 않으며, 자원봉사활동 증명서 또한 발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고를 낸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계속해서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가요대상 조직위원회는 스태프 모집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 아이디어지만 소유권은...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단순한 노동 외에도, 공모전 및 마케터 활동 등을 통해 디자인이나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주최기관에서는 학생들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출처 표기 없이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D 씨는 “대외활동 면접에서 마케팅 아이디어 제안을 요구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며 “결국 그 대외활동에 합격하지 못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최기관에서 내 아이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D 씨는 “정작 아이디어 제공자는 불합격시켜놓고, 출처 표기도 없이 내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모전에서도 출품자가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는 ‘응모작에 대한 저작재산권 일체의 모든 권리가 주최사에 귀속된다’라는 내용의 귀속조항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 번 공모전에 제출했던 출품작은 다시 쓸 수 없다. 이는 당선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기존의 작품을 변형.수정해 다른 공모전에 제출했다가 유사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응모와 동시에 저작권을 포기한 이상, 향후 주최사 측에서 자신의 응모작을 변형해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경제적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콘텐츠 공모전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응모작의 저작권은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 ▲공모전의 주최 측은 응모작들 중 입상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리도 취득할 수 없음 ▲입상한 응모작에 대해서도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양수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고지할 수 없음 ▲저작권이 공모전의 주최 측에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는 예외 사유를 둘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체부에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에 저작권 귀속조항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모전을 통해 부당하게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가이드라인이 처벌을 가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개인이 주최기관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고, 저작권을 포기해서라도 공모전에 참가해야만 하는 간절함을 가진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외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취업준비생 7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6%는 꼭 필요한 대외활동이라면 ‘열정페이’와 같이 보수가 없더라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위 사례처럼 주최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대외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승우(전기공학부·13) 학생은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안하다”고 전했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활동을 통해 실무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취업 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사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8%가 신입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대외활동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외활동 경험자에게 입사지원 시 가산점이나 서류전형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도 많아, 주최사의 ‘갑(甲)질’을 감수하더라도 대외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대외활동 중에서 어떤 활동을 골라야 할까? 얼마 전 포털 사이트에 ‘대외활동 언어 번역기’라는 게시물이 등장해 대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열정으로 불타는’은 ‘우리의 장작이 돼 줄’로, ‘실무 체험을 할 수 있고’는 ‘신입사원처럼 부려먹을 것이고’로 번역한 이 게시물을 보고 있으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그만큼 학생들이 좋은 대외활동을 가려내 지원하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원부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모집공고에 활동내용과 혜택이 자세하게 쓰여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활동 중간에 갑작스럽게 내용이 변경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활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그램이 미숙하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활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역사가 긴 대외활동은 프로그램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전 기수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대외활동을 진행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대외활동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다.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을 값진 경험을 쌓을 수도 있는 반면, 상처만 가득한 경험을 겪을 수도 있다. 이 같은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 학생들은 단순히 스펙을  쌓는 데만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대외활동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을 설정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또한 주최하는 기관들은 참가자를 존중하고, 건강한 대외활동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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