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새 정부의 기조로 내세우면서 그동안 여러 곳에서 곯아 있던 비정규직 문제가 터져 나왔다. 대학가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학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올해부터 시행 예정이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다시 한 차례 유예됐다. 일명 ‘강사법’이라고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러한 배경에는 시간강사의 고용 불안과 차별적 처우가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강사가 처한 현실은 어떨까. 시간강사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가 아니다
사전적으로 ‘교수’란 ‘대학 및 대학에 준하는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연구에 종사하는 교원’을 의미한다. 보통 대학에서는 강의를 담당하는 교원에게 일괄적으로 교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사실 교원 간에는 분명한 지위의 차이가 있다.
대학정보공시상 통용되는 분류체계에서는 교원을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임교원은 교육기관에서 교수 활동과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교원을 이르며, 일반적으로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의 직급 체계를 거치며 정년을 보장받는다. 한편, ▲겸임교원 ▲초빙교원 ▲시간강사 등은 비전임교원 및 시간강사에 해당되는데, 대부분은 시간제 계약직으로 임용되는 비정규직 교수다. 이는 고등교육법 제17조에 따라 교원 외에 겸임교원 및 시간강사 또한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겸임교원은 다른 직무와 교수 활동을 겸하는 교원을 이르며, 일반적으로 강의 영역과 관련 있는 실무자가 임용돼 교육 및 현장실습 지도 또는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초빙교원은 교육 정원 외의 사람으로서 외부에서 초청된 교원을 뜻하며, 임무에 따라 객원교수, 교류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시간강사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만 강의를 하고 시간당 일정액의 급료를 받는 전임이 아닌 강사를 이르는데, 현행 고등교육법에서는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간강사가 교원과 같이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지만 교원이 누리는 혜택 및 권한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 앞두고 유예된 사정은?
지난해 12월 18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 부산대분회는 대학본부와의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숙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이는 전임교원의 임금은 상승했음에도, 대학 재정이 어렵다며 시간강사의 강의료를 삭감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한교조 부산대분회는 “부산대 전업 시간강사들은 연평균 1,500만 원을 버는데, 강의료를 인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전년 대비 시간당 6,300원을 삭감했다”며 “대학 재정이 어렵다면 다른 교직원의 임금 또한 삭감돼야 하는데, 오히려 교직원의 임금은 인상됐다”고 농성의 이유를 밝혔다. 이후 한교조 부산대 분회는 대학본부와의 임금인상 합의가 이뤄져 노숙 농성을 철회했지만, 시간강사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한 번에 그친 일이 아니다. 그동안 시간강사들은 불공정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은 “시간강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고용불안정 문제”라며 “대부분 6개월 이하의 계약기간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임금 또한 심각한 문제”라며 “보통 국립대의 경우 강의료가 시간당 85,000원 정도인데, 전임교원처럼 일주일 간 9시간의강의를 하게 돼도 월 192만 원 정도의 수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강사가 일주일에 9시간 이하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고, 사립대의 강의료는 국립대의 2/3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극단적 저임금 상태에 내몰려있는 상황”이라며 “누군가는 시간강사의 강의료가 최저임금의 몇 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랜 수련기간이 필요한 강의연구노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조선대의 시간강사였던 故 서정민 박사가 자신이 처한 부조리하고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계기로 시간강사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가 사회문제로 떠올라 2011년 12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제정됐다. 강사법은 주로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 및 지위 향상을 중점적으로 반영해 일명 ‘강사법’이라고 불리며, ▲1년 이상 임용 ▲교원 인정 ▲본인 의사에 반하는 휴직.권고사직 등 제한 ▲불체포 특권 ▲공개적 채용 절차 ▲주 9시간 의무강의시수(책임시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강사법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학과 시간강사 양 측 모두의 반발로 유예됐다. 강사법은 세 차례 유예된 이후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2월 29일 시행을 사흘 앞두고 다시 1년 유예됐다.
또한 지난해 교육부는 ▲방송대 출석강사 및 팀티칭.계절학기 강사 1년 미만 계약 ▲임용기간 만료 후 당연퇴직 등의 조항을 추가한 강사법 개정안을 다시 제시했으나, 대학과 시간강사 양 측 모두는 이러한 강사법이 ‘개악’이라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측에서는 시간강사의 임용기간이 기존의 학기 단위에서 1년 이상으로 늘어나면 교과 과정을 새로 짜야하고, 각종 비용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반해 정부 지원이 없음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한편, 시간강사 측 또한 강사법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변형 비정규교수제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은 “강사법은 대량해고법과 다름이 없다”며 “1대학 1주일 9시간 책임시수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수만 명의 대량해고를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커녕, 소수의 비정규직에게 일감을 몰아줘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대학 판 정리해고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입법됐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이 부재하다는 것 또한 문제다. 임 위원장은 “강사에게 불체포 특권과 같은 형식적 권리 외에 어떤 실질적인 고용 안정이나 신분보장 대책이 있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지금도 학기 단위로 수년씩 강의하는 경우도 많은데,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기간이 바뀐다고 해서 얼마나 신분이 보장되고 고용이 안정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강사법의 최종적 피해자는 학생들이 될 것”이라며 “강사법은 다양한 교과목 개설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전임교원과 소수의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시수의 증가로 인해 전문성 약화 및 강의내용 표준화의 결과를 가져와 고등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강사 제도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
우리 학교는 ‘충북대학교 시간강사위촉 규정’에 따라 시간강사를 위.해촉하고 있으며, ‘충북대학교 강사료지급 규정’에 따라 강사료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약 500여명의 시간강사가 근무하고 있고, 별도의 노동조합은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 학교 시간강사가 강의를 담당한 전체 비율은 26.6%이며, 융합학과군 조형예술학과가 90.6%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 적지 않은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상황은 어떨까. 교무과 인사2팀 정태욱 팀장은 “도서관 등 학내 시설을 이용하거나, 단과대 별로 시간강사 강의준비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대인 우리 학교는 시간강사 처우에 큰 특이 사항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시간강사는 “우리 학교는 국립대라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사립대에서는 강의를 배정받았다가도 개강 직전에 해고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립대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의 문제라기보다는 현행 시간강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본인은 공부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고, 지금도 강의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함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데 설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강사법의 시행여부는 여전히 쟁점이다. 이미 네 차례 유예된 바 있고, 사용자인 대학과 피사용자인 시간강사 양 측 모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국회와 교육부는 강사법의 시행을 1년 늦추는 대신, 시간강사와 대학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은 “시간강사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강사법을 폐기하고, 2년 이상의 단위 계약과 재임용심사권,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정부책임형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러한 개선안의 시행이 여의치 않다면 대량해고를 양산하는 9시간 책임시수제가 아닌 최대강의시수제를 도입하고, 개정 강사법의 당연퇴직 및 쪼개기 강좌(팀티칭) 시 1년 미만 계약기간 조항을 삭제한 후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층이 겪는 고용 불안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병폐로 손꼽혀왔다. 그리고 대학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진리의 상아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문제시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시간강사 제도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기원한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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