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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오준수
불법 제본, 해도 괜찮을까요?
제 928 호    발행일 : 2018.03.19 


새 학기를 맞아 전공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준비하려는 A학생. 사야 할 교재 목록을 보자 한숨부터 나온다. 서점에 가서 사야 할 교재의 가격을 알아보다 이내 서점을 빠져나온다. A학생이 찾아본 교재의 가격은 기본 3만 원 이상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A학생은 결국 교재 구입을 포기하고 제본을 하기 위해 복사실로 향한다. 값비싼 전공 교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제본, 과연 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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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저마다 강의에 필요한 교재를 구하기에 바쁘다. 한 학기마다 필요한 교재가 바뀌는 대학 강의의 특성상 학생들은 매 학기 교재를 새로 사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다. 필요한 교재의 수뿐만 아니라 교재의 가격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김민우(사회교육과·16) 학생은 “전공 교재 가격이 비싼 편이라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2015년에 대학생 전공 서적 이용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학기 평균 구매 서적 수는 6.4권, 비용은 9.4만 원으로 보통 대학생 한 달 생활비의 20%를 차지한다. 실제로 기자는 우리 학교 전공 교재의 가격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제보를 받았다. 그 결과 가장 비싼 교재는 원서인 심리학과의 <Sensation and Perception>으로 약 28만 원에 달했다. 그 외의 교재는 주로 4~5만 원 선이었고, 가장 저렴한 전공 교재도 기본 3만 원 정도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일부 학생들은 새 교재를 구매하기보단 ▲중고 교재 구매하기 ▲선배에게 물려받기 ▲제본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재를 구하고 있었다.
  이 방법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제본이다. 현재 정부는 불법 제본 도서 단속을 강화해, 불법 제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에 몇 년 전보다 교재를 제본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불법 제본 도서를 매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불법 제본을 하는 이유로 ▲비싼 교재 값 ▲절판된 교재 ▲무거운 교재 ▲실제 사용률이 낮음 등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불법 제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불법 제본 경험과 그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불법 제본 경험이 없는 학생이 54.7%(164명), 불법 제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45.3%(136명)로 불법 제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제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비싼 교재 값 77.2%(105명) ▲실제 사용률이 낮음 9.6%(13명) ▲절판된 교재 7.3%(10명) ▲기타 3.7%(5명) ▲무거운 교재 2.2%(3명) 순으로 답했다.
  ‘절판된 교재’에 응답한 송건석(고고미술사학과·13) 학생은 “교재가 비싸더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며 “너무 옛날에 나온 교재나 절판된 교재는 구매하고 싶어도 쉽게 구매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타에 응답한 한 익명의 학생은 “교재를 구매할 방법이 없어 같은 학과 학생들 모두 제본된 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불법 제본에 대해 문선정(경영정보학과·14) 학생은 “불법 제본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막상 너무 비싼 전공 교재를 보면 불법 제본의 유혹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통 학교 도서관에 있는 전공 교재는 5권 내외라서 필요한 학생들이 모두 이용하지 못하는 점도 학생들이 제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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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와 저작물의 창작에 기여한 저작인접권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와 관련 사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하므로, 그 표현 형식과 상관없이 해당 저작물에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창작적인 방식으로 표현돼 있다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 대해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벌금과 징역을 모두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본하는 모든 행위 자체가 불법일까? 불법 제본이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도서를 무단 복제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는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현행 저작권법상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거나 도서관에서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공표된 도서 일부분의 복제물을 1인 1부에 한해 제공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복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라도 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복사 업체에서 일부 제본을 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하기 어려운 고서나 절판된 교재는 어떨까? 한국저작권보호원 보호홍보팀 김태일 주임은 “고서 같은 경우는 저작권법이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 동안 존속되고, 그 이후에는 복사나 제본을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출판사에서 낸 출판물을 그대로 제본할 경우에는 불법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절판된 교재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이하 협회)를 통해 구할 수 있다. 협회에서는 절판됐거나 구매할 수 없는 도서의 복사에 대한 이용 허락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절판된 교재의 경우 협회를 통해 허락을 받아 도서관 등에서 보관하고 있는 도서를 정당하게 복제해 사용할 수 있다.
  우리 학교 경영대 복사실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학교에서 불법 제본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고 홍보를 한 후로는 교재 전체를 제본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다만, 절판된 교재를 구하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에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홍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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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제본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다양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이고, 불법 제본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가 활성화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대안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소개한 대안에 따르면 ▲Book buyback 제도 ▲빅북(Big Book) 운동 ▲e-Book 제도 ▲전공 교재 대여 서비스 ▲전공 교재비 분할 납부 제도가 있다. ‘Book buyback’ 제도는 학교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전공 교재를 재구매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은 교재를 재판매함으로써 구매가격의 50%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캐나다 캘거리대 ▲캐나다 앨버트대 ▲미국 윌밍턴대 등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빅북(Big Book)’ 운동은 교수들이 교재를 무료로 보급하는 운동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다. 운동본부를 만든 부산대 조영복 교수는 ‘지식은 인류의 자산이며 이는 누구에게나 공유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전국 대학의 교수들이 꾸준히 참여해 성장해가는 중이다. 또한 ‘e-Book’ 제도는 전공 교재를 PDF 파일로 제작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법이며, ‘전공 교재 대여’ 서비스는 말 그대로 전공 교재를 빌려주는 서비스이다. 대부분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짧은 기간 대여하는 것과 달리 이 서비스는 일정한 대여료를 내면 장기간 전공 교재 대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공 교재비 분할 납부’ 제도는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전공 교재의 값을 나눠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한편, 우리 학교에서도 불법 제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총학생회를 비롯해 각 학생회에서는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중고서적 바자회 사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하는 학생들은 사용하지 않는 교재를 돈을 받고 팔 수 있으며, 구매하는 학생은 교재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문선정 학생은 “학내에서 교재가 순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은 사용하지 않는 교재를 물려주거나 판매하고, 후배들은 그 교재를 받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함으로써 비싼 교재에 대한 부담감을 함께 덜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학기마다 열리는 중고서적 바자회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기획홍보팀 한효원 선임은 “불법 제본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의식 제고와 반듯한 저작권 문화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성의 배움터인 대학부터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 시작하는 반듯한 저작물 이용’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학교 학생지원과 이종희 팀장은 “불법 제본을 하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고, 학생들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불법 제본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과거보다 저작권 보호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준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불법 제본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는 경제적으로 출판 산업을 위축시키고,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욕구를 상실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출판 관련 산업의 위축과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불법 제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작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의 변화가 촉구돼야 할 것이다.


김민정 기자
minjung3898@cbnu.ac.kr
오준수 기자
ioh050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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