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부터 시작된 우리 학교 윤여표 총장의 임기가 어느새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에 다음달 12일에는 우리 학교의 지휘봉을 새로 잡게 될 제21대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시행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립대의 총장직선제가 대부분 부활한 가운데, 이번 우리 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이하 총장 선거) 역시 학내 구성원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지게 된다. 긴 세월을 돌아 다시금 제 자리를 찾은 총장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직선제? 간선제? 총장 선출 방식 두고 그치지 않았던 논쟁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까지 총장 선출은 대학의 영역 밖이었다. 1960년 4·19혁명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사정권이 등장하면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3년 12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고, 제25조에 ‘총장·부총장 등은 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의 여파가 대학에까지 미치면서, 1987년 12월 당시 단과대였던 목포대가 최초로 교수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직선 학장을 선출했다. 이후 전국의 많은 대학에도 총장직선제의 바람이 불자 1991년 3월 교육부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고, 이를 통해 대학은 자체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획득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0년대 초반, 사립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채택했지만 2000년대에 들면서 대부분의 사립대가 총장직선제를 포기했다. 직선제 총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 과열로 인해 후보자가 인기 공약을 남발하고 학내 파벌을 조성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대학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고려대는 “20년 전에는 대학의 화두가 민주화였지만, 이제는 경쟁력”이라고 밝히며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전환했다. 또한 사립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장 임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대부분의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반면, 이 시기 국립대는 오히려 기존의 총장직선제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당초 교수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던 총장 선거에 교직원과 학생까지 투표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지난 2003년 군산대 총장 선거에서 교직원과 학생 투표가 최초로 진행됐다.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재정 지원 압박 앞에 속수무책
총장직선제 폐지의 신호탄이 울린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는 직선제 총장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문제 삼고, 2011년 8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국·공립대의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과정과 대학 평가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총장직선제로 인한 폐단을 극복하고 국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학 측에서는 이를 정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길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1년 우리 학교 또한 정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요구를 거부했다가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돼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결국 2012년 2월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한편, 국립대 총장 선거 논란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까지도 계속됐다. 국립대는 총장 임용 과정에서 총장임용후보자 2명 이상을 추천.선출하고 이를 교육부 장관이 임용 제청해 대통령이 최종 임용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절차에서 보통 1순위 후보자가 총장으로 최종 임용되는 것이 관례이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임용을 거부하거나 2순위 후보자를 최종 임용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정권에서 총장이 공석이었던 국립대는 9개교에 달했으며, 이중 공주대를 비롯한 3개교는 교육부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총장 선거 논란이 계속 되던 가운데, 2015년 8월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故 고현철 교수가 4층 건물에서 투신했다. 사건의 발단은 부산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결정이었다. 당시 부산대 김기섭 총장은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번복하고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총장간선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故 고현철 교수는 총장직선제 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부산대 본관 4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총장 선출 방식을 아예 간선제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5년 12월 교육부는 기존 법률상 직선제와 간선제로 이원화 된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단일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총장직선제의 폐지 선언이었다. 결국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으로 총장직선제를 사수한 부산대 외의 국립대는 모두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촛불의 산물로 부활한 총장직선제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급변했다. 2016년 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고, 이는 결국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이끌어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를 교육 기조로 삼고, 그 일환으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과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연계를 폐지했다. 지난해 부산대에서 열린 故 고현철 교수의 2주기 추도식에 참여한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는 “대학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자율적으로 후보자 선정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재정사업 지원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을 폐지하겠다”며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국립대가 총장직선제를 부활시킨 가운데, 우리 학교 역시 지난해 9월 열린 교수평의회에서 평의원 만장일치로 직선제 총장 선출 방식을 채택해 총장직선제의 부활을 결정했다.
본격적인 서막 오른 총장 선거, 어떻게 진행될까
우리 학교 윤여표 총장의 임기가 오는 8월에 만료됨에 따라, 다음달 12일 우리 학교 개신문화관 1층 회의실에서 제21대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시행된다.
총장임용후보자 등록은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며, 선거운동은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4일 간 이뤄진다. 총장임용후보자는 먼저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와 차 순위 득표 후보자를 총장 임용 1·2위 후보자로 선정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득표순위에 따른 상위 2인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지난해 우리 학교 교수회가 제21대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결정하면서 기존의 학칙 및 규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교수회는 총장 선출 TF팀을 구성해 관련 업무를 진행해왔다. 또한 지난달 20일에 교원·직원·학생 대표들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총장 선거 참여비율을 최종 결정했고, 이를 규정한 ‘충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규정 시행세칙’ 등을 청주시서원구선거관리위원회(이하 청주시서원구선관위)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 총장 선거 업무는 청주시서원구선관위에서 위탁 진행을 맡게 된다.
선거 참여비율은 시행세칙에서 명시한 대로 직원.조교선거인의 총 참여비율이 교원선거인 수의 100분의 16이며, 학생선거인의 총 참여비율은 교원선거인 수의 100분의 3이다. 이번 제21대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처음으로 학생선거인이 선거에 참여한다. 이번 선거에서 학생선거인은 ▲중앙자치기구의 장·부장 ▲단과대 학생회장·부회장 ▲학과·학부 학생회장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부회장으로 구성되며, 총 113명이다. 학생선거인들은 선거일에 앞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감’ 총학생회 김종서(경제학과·13) 회장은 “학생선거인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표해 선거에 참여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학생선거인 TF팀을 구성해 학생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온라인 링크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제1학생회관(E3)에 조형물을 설치해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을 계획”이라며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총장을 뽑는 일에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헌법 제31조 4항에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기동안 정권은 총장 선출을 대학 길들이기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대학이 자율성을 상실하도록 유도했다.
현재 우리 학교는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6년 만에 직선제가 부활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대·내외적으로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학생선거인이 선거에 최초로 참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비록 다소 적은 비율이지만,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언젠가 학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투표권을 가지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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