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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대학평의원회’로 학내 민주주의 정착될까
제 931 호    발행일 : 2018.06.04 


지난달 29일부터 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국·공립대에도 대학평의원회 설치.운영이 의무화됐다. 당초 <사립대학법>에 따라 사립대에서만 대학평의원회가 의무화됐으나, 이번 개정 <고등교육법>의 시행으로 사실상 모든 대학이 대학평의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그 구성과 운영방법을 두고 구성원들이 이견을 드러내면서 대학평의원회 시행은 난항을 겪었다.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간 입장차를 좁히고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민주적 대학 운영을 위한 학내 구성원의 소통기구

  대학평의원회란 대학 발전계획과 학칙 제·개정 사항 등 학교 운영 및 교육의 중요사항을 학내 구성원과 함께 심의하기 위한 기구를 말하며, ▲교원 ▲직원·조교 ▲학생 평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당초 사립대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사립학교법>에 따라 재단과 총장의 전횡을 견제하고 민주적 대학 운영을 하기 위한 기구로써, 대학평의원회의 설치·운영이 의무화됐다. 반면 국립대법인인 서울대와 인천대를 제외한 국·공립대에서는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일부 개정된 <고등교육법>의 신설조항 제19조2에 따라 국.공립대에서도 대학평의원회 설치·운영이 의무화됐다. 이에 <과학기술원법>을 우선 적용받는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 외의 국·공·사립대는 대학평의원회를 모두 설치·운영해야 한다.
  <고등교육법> 제19조2는 ▲11명 이상의 평의원을 구성해야 한다 ▲교원·직원 및 조교·학생을 중심으로 평의원을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외부인사를 포함할 수 있다 ▲한 구성단위의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회의록을 작성·보존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구성 비율 두고 구성원 간 입장차 나타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일관되게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지난 3월에는 재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교련 측은 한 구성단위의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대학 본연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교련은 “대학은 교육과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직능민주주의가 적용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학사 운영 및 교육 연구에 관한 사항을 주로 다루는 대학평의원회에 전문성을 가진 교수가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대학의 자율성에 맡겨야한다”며 “한 구성단위의 비율이 2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은 대학의 민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이하 국공련)는 대학의 의사결정 수단인 대학평의원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학생 평의원의 참여 비율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공련은 지난 4월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한 구성단위가 과반을 차지할 수 없다는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며 “학생 평의원의 최소 비율 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학생은 대학평의원회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2016년 국정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가 있는 사립대 267개교 가운데 과반이 넘는 189개교의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생 평의원 구성이 단 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련은 기존 <사립학교법>의 대학평의원회 규정과 개정 <고등교육법> 제19조2의 내용이 거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의 대학평의원회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공련 측은 “<고등교육법>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학생 위원 비율을 30%로 명시한 것과 같이 대학평의원회에서도 학생 평의원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직원·조교 측에서도 교수가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독과점하는 데에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학본부는 “그간 국.공립대가 교수 집단으로 편중된 정책 결정과 재정 배분을 초래해 대학 경쟁력의 많은 부분을 상실했다”며 “국교련의 반발은 교수 집단이 향후 대학의 의사결정 및 정책결정 구조를 계속해서 독점하겠단 의도”라고 주장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조교협의회도 “대학의 고유기능이 교육과 학문 연구에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교수만의 직능영역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대학평의원회 규정은 다양한 구성원의 최소한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평의원회 구성 비율을 두고 구성원 간 갈등이 계속됐으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지난달 29일 시행되면서 구성 비율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제는 교수회가 주축이 돼 운영해오던 국.공립대의 기존 대학평의원회는 교원 참여 비중을 재조정하고, 대학평의원회를 신설하는 국.공립대는 법령에 근거해 구성원 참여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심의 결과 존중 필요에 대해선 모두 동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논쟁은 대학평의원회의 성격을 두고 더욱 확대됐다. <고등교육법> 제19조2에서는 대학평의원회의 의결권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성덕 교수회장은 “현재의 국립대 대학 운영 구조는 총장 한 사람에게 집중돼있는 구조로, 총장이 입법.행정.사법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대학평의원회의 의결기구화는 구성원이 짐을 나눠 가지는 데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심의된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조에는 학생 단체도 같은 의견을 보탰다. 국공련은 “현재 <고등교육법>상으로는 대학 당국이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사항을 따르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일부 사립대의 대학평의원회의 사례처럼 형식적 대학평의원회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중앙대에서는 대학평의원회가 학과구조조정안에 대해 보류 의견을 냈으나, 이를 무시하고 대학본부안대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이에 중앙대 학생들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대학평의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라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공련은 이러한 사례를 들어 4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의결기구화 또는 심의 존중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노동조합 역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모두 심의 결과 존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 대학평의원회는 어떻게 운영될까

  우리 학교 대학평의원회의 설치·운영에 대한 세부 계획은 아직 논의 중이다. 국교련의 합의 사항에 따라 대학평의원회 기본 운영 계획 구상은 교수회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학칙 개정 등의 업무는 기획처 기획과가 맡을 계획이다. 우리 학교 이성덕 교수회장은 “평의원 수, 정기회 개최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구성원들과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달이나 다음달 중으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의원 구성 비율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교원, 직원·조교, 학생, 동문 및 외부인사 순으로 구성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제50대 ‘공감’ 총학생회 김종서(경제학과·13) 회장은 “학생 평의원 비율이 전체 평의원 1/4를 넘지 않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임시회를 열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에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이 임시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언제든지 회의를 열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성덕 교수회장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임시회를 원할 경우, 이를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학평의원회는 어느 한 단체의 대표성을 주장하는 성토의 장이 아니라 대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구성원 간 관계는 대립구도가 아니다”라며 “대학평의원회 운영에 있어 구성원 간 믿음과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구성원들은 각각 입장차를 드러내며 갈등의 양상을 보였다. 대학평의원회는 한 집단의 이익관계를 주장하기 위해 존재하기보단, 학내 구성원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학 발전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구성원 간 입장차를 좁히고, 대학평의원회가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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