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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로스쿨 도입 10년차, 위기의 지방대 로스쿨
제 931 호    발행일 : 2018.06.04 


지난 4월 22일 법무부가 그간 7차례 치러진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면서, 수도권 대비 지방대 로스쿨의 저조한 성적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대 로스쿨의 양극화 및 서열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출세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사법시험(이하 사시)을 대체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지났다. 과연 지방대 로스쿨도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법조인 양성’과 ‘고시낭인 방지’라는 목표에 맞게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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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제도 자리 꿰찬 로스쿨

  1963년부터 치러진 사시는 지난해 6월 제59회 제2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사시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법조인의 사고를 획일화시킨다는 비난과 우수한 인력을 고시낭인으로 만든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러나 막상 사시 폐지가 결정되자,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지난해 11월 현행법상 마지막 사시 최종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시 존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로스쿨은 서민과 약자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라며 “로스쿨은 수 천만 원의 등록금과 나이 제한, 학벌 차별, 4년제 대학 졸업 요건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해 서민과 약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로스쿨은 누가 어떻게 합격했는지 또는 불합격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제도”이며 “우리나라 기득권과 특권층 자녀들이 이러한 불공정한 로스쿨을 이용해 무임승차 하듯 법조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로스쿨 석사 학위 취득 후 5년간 5회의 기회를 모두 소진한 경우 다시는 변시에 응시하지 못하는 오탈제도에 대해서도 “변시 자격시험화는 로스쿨의 현대판 음서제 완성을 위한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사시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은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법조인 양성 기관이다. 사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먼저,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시는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지만, 그 특성상 법학과 출신에게 유리했고 사시 합격생들의 전공이 지나치게 법학과로 치우쳐 있었다. 이에 로스쿨은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법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취지로 비법학사를 일정 비율이상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로스쿨 도입은 고시낭인으로 인한 인재 낭비를 막는다. 사시는 시험의 난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장수생이 많았고, 국가는 젊은 인재들이 국가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몇 년의 시간을 쏟아 붓는 것이 인재 낭비라고 판단했다. 이에 사시를 폐지한 이후 변시의 응시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로스쿨의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변시 합격률이 한 해 로스쿨 입학정원의 75% 이하로 고정된 데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기존 사시와 마찬가지로 합격을 위한 ‘변시 올인’ 현상이 생겨났고, 고시낭인의 자리를 이른바 ‘변시낭인’이 대신 꿰차게 됐다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법전협) 원혜욱 이사는 “법전협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여 명이고, 매년 변시 재수생만 400여 명이 발생하고 있어 올해 변시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로스쿨 출범 당시 특성화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적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무색하게 각 로스쿨들이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적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선,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70%정도는 돼야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로스쿨 최원미 학생회장은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자들을 선발해 여러 분야의 특성화된 법조인으로 양성시킨다는 점과 기존 사법고시의 폐해인 고시낭인의 수를 줄임으로써 국가인재의 낭비를 막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완해야할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시 합격률 공개, 로스쿨 줄 세우기

  로스쿨에 대한 문제 제기는 법무부가 올해 4월, 제1회부터 제7회까지의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과 그간의 누적 합격률 등을 공개하며 더욱 거세졌다. 이로 인해 변시 합격률 격차가 수면위로 드러났고, 로스쿨 서열화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타났다. 법무부에서 공개한 누적 합격률에 따르면 ▲연세대 94.02% ▲서울대 93.53% ▲고려대 92.39% ▲아주대 91.90% ▲성균관대 90.43% 등 수도권 소재 로스쿨은 8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 반면, 영남대를 제외한 지방대 로스쿨은 이를 넘지 못했다. 특히 ▲전북대 69.62% ▲동아대 67.82% ▲제주대 67.78% ▲원광대 62.60%의 합격률은 누적 합격률 70%도 넘지 못한 수치였다. 또한 올해 치러진 7차 변시 합격률에서도 1위인 서울대가 78.65%를 기록한 반면, 최하위인 원광대는 24.63%를 기록해 54.02%의 차이를 보이면서 로스쿨 서열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법무부는 이러한 서열화 조장을 우려해 당초 변시 합격률 공개를 거부했었다. 그러나 전국에 난립해 있는 로스쿨을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축소해 불합격자 양산을 막아 교육의 질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와의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공개했다. 이는 로스쿨 도입 자체에 부정적이고, 신규 변호사 공급을 축소해 줄어들고 있는 변호사 1인당 수임 건수와 사건 당 수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대한변협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로스쿨 이재목 원장은 “법무부의 변시 합격률 공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여러 잡음이 있고, 소송을 낸 대한변협의 의도가 로스쿨 구조조정과 변호사 합격인원의 축소에 있기 때문에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원미 학생회장은 “합격률 공개 후, 로스쿨의 서열화가 조장돼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로스쿨 수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합격률을 보니, 걱정되고 심란한 마음이 든다”는 의견이 다수 나타났으며, 수도권 로스쿨로 옮겨갈 준비를 하는 학생의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변시 합격률 공개는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법전협 원혜욱 이사는 “변시 합격률 공개는 로스쿨을 일렬로 줄 세우는 것으로, 사시제도에서 학교별 순위를 정하는 것과 동일한 문제점을 야기한다”며 “이는 로스쿨을 변시 대비 학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각 로스쿨의 특성을 살려 전문화된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선 지방대 로스쿨

  10년 만에 공개된 합격률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지방대 로스쿨’이다. 그렇다면 지방대 로스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로스쿨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3년 과정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합격률 상위권의 수도권 소재 로스쿨로 옮겨가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지방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전협 원혜욱 이사는 “로스쿨은 도입 당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적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를 구현하고자 했으나, 이번 법무부 결과 발표 전에도 각 로스쿨의 합격률이 비공식적으로 알려지고 있었다”며 “변시 합격률과 취업률이 로스쿨의 평가 지표가 됐고, 이로 인해 입학에서부터 지방대 로스쿨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로스쿨 수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방대 로스쿨은 지역인재를 20% 선발해야 하는 것이 치명적이다”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대 로스쿨은 지역인재선발제도가 있어 해당 지역 대학출신 학생의 선발비율을 20%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입학절차에서부터 선발에 제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 로스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 학교 로스쿨은?

  ‘강제동원령 충전아인’. 이는 로스쿨 재학생 및 수험생들이 변시 합격률 하위권 로스쿨인 ‘강원대·제주대·동아대·원광대·영남대, 충북대·전북대·아주대·인하대’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은어다. 특히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이 발표되자, 우리 학교 로스쿨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시 합격률을 기록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재목 원장은 “지방대 로스쿨은 변시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특강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따라 해당 지역 대학출신 학생의 선발비율을 20%로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 지방대 로스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지역인재 육성 차원이라면, 지방대 출신 학생들의 수도권 로스쿨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목 원장은 “변시에 치중해 사실상 특성화 프로그램이나 법 기초 교육이 미흡한 것은 합격률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모든 로스쿨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며 “수험 중심의 조밀한 커리큘럼을 통해 대응하지 않으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기 어려운 구조가 낳은 폐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로스쿨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최원미 학생회장은 “각 학년별로 간담회를 통해 개설되는 강의의 질과 내용, 수업에 대한 선택권, 시험에 적합한 특강의 필요성 등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정리하고 학교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더 높은 합격률뿐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목 원장도 “TF 팀을 구성해 학습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지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힘겹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쿨을 도입한지 10년이 경과한 지금, 로스쿨 도입 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당초 각 대학이 특성화 교육을 강화해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모두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민정 기자
minjung389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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