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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여성교수로 본 대학 내 유리천장의 현주소
제 933 호    발행일 : 2018.09.17 


이제까지 여성교수가 없었던 서울대의 몇몇 학과에서 올해 처음으로 여성교수를 임용하면서, 대학가의 ‘유리천장’이 서서히 깨질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래 유리천장이란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구성원, 특히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제 용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을 비롯해 소수자의 자격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도 않고 깨뜨릴 수 없는 장벽으로 쓰인다. 유교 문화권 속 가부장제를 고수해 온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유리천장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로 손꼽혀왔다. 이에 많은 조직에서 집단 내 성평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대학 내 여성교수 비율을 살펴보면 대학가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매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맞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한다. 유리천장 지수는 ▲간부직 내 여성 비율 ▲관리직 내 여성 비율 ▲성별 간 고등교육 비율 ▲성별 간 경제활동 참여율 ▲여성 경영대학원시험 응시자 수 ▲양육비용 ▲여성 육아휴직 ▲남성 육아휴직 ▲의회 내 여성 비율 ▲성별 간 임금 차이 등 10가지 지표를 가중 평균해 결과를 산출하며, 지수가 낮을수록 직장 내 여성차별이 심한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는 처음 발표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여성 내각 30% 공약을 비롯해 공공부문에서 성평등을 제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계획(2018-2022)>의 상반기 추진실적에 따르면, 모든 부문이 올해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해 연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교수 비율이 보여주는 대학가 현실

  그러나 정부의 성평등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 여성교수의 비율은 대학 사회의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전재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대학 교수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31개 대학의 여성 전임교원 비율은 22.89%에 불과했으며 학장, 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 부문에서도 여성교수의 비율은 15.7%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국립대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 교육기본통계자료에 따르면 사립대의 여성 전임교원 비율은 25.51%로 평균을 넘었지만, 국·공립대 여성 전임교원 비율은 14.93%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의 비율이 약 42%로 절반에 가깝고, 여성 박사 학위 취득자 또한 37.62%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올해 학과 개설 72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교수를 임용한 서울대의 경제학부와 전기·정보공학부의 경우도 여성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성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2016년 기준 서울대 전체 학부생 중 여성 학부생의 비율은 40.5%에 달하고, 올해 첫 여성교수를 임용한 경제학부의 경우에도 2016년 기준 여성 학부생은 34.2%, 대학원생은 46.3%에 육박했다.

대학가 유리천장 깨트리려면

  그렇다면 대학 내 여성교수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여교수연합회 배혜화 회장은 “대학은 그야말로 남성 성비가 높은 집단으로 대부분의 남성이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유리천장에 대한 원인으로 ▲남성보다 전문성과 직장 충성도가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결혼과 출산으로 여성을 꺼리는 내부 분위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등을 제기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직장과 가족 돌봄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혜화 회장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논문이나 교수 역량이 같은 조건임에도 남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여성의 증가가 학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 반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여성교수의 공정한 임용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며 “여성교수는 학문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 연구는 물론, 소수자로서 새로운 시각과 주제를 도입해 창의적인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배혜화 회장은 “대학 내 유리천장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대학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교수의 저변 확대가 뒷받침돼야 하고, 소수 집단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저치인 35%의 비율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여성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여성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가의 성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계획을 통해 국·공립대 여성교수 비율을 올해 목표 16.5%에서 2022년까지 1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 별 여성교수 현황을 ‘대학정보공시지침’ 정보공시 항목에 포함했으며, 국립대 성평등 추진 실적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실적 우수 대학에 추가로 정원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국.공립대의 여교수회는 대학 내 성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공립대여교수회연합회’를 창립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양성평등 임용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 공청회’를 열고, 교육공무원법에 국.공립대 여성교수 비율 의무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현황은 어떨까

  지난해 기준 우리 학교의 여성 전임교원 비율은 13.8%로 지방거점국립대 9개교 중 경상대 13.5%에 이어 하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 학교의 여성 보직교수 비율은 17.9%로 지방거점국립대 9개교 중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성 보직교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23.6%를 기록한 충남대였다.
  우리 학교 교무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우리 학교의 전임교원 수는 총 755명이고, 그 중 여성교원 수는 109명으로 총장을 제외한 총 전임교원 대비 14.43%다.
  그러나 단과대 별 여성 전임교원 성비를 분석해보면 일부 단과대에 특정 성별이 편중돼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과대의 경우 전임교원 83명 중 여성교원은 단 1명에 불과하며, 전자정보대도 전임교원 68명 중 여성교원은 3명이다. 또한 융합학과군, 산학연구본부에는 여성 전임교원이 전무했다. 반면 생활과학대는 전임교원 22명 중 여성교원 21명으로 95.5%의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인문대는 전임교원 62명 중 여성교원 16명으로 25.8%의 비율을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우리 학교 교무과 인사1팀 최솔지 주무관은 “대학인사 관련 주요 정책기능을 담당하는 대학인사위원회에서는 여성 등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위원회 내 여성 비율은 31.8%”라며 “또한 교원 신규 채용분야 및 인원배정을 여성교원의 신규채용을 요구하는 학과와 부서에 우선 배정하고 여성교원 승진.재임용 시에는 임신.출산 배려 및 가산점 부여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학교는 지난 2004년 양성평등추진위원회를 대학본부 상설기구로 설치해 대학 교원 임용 시 양성평등을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 학교 여교수회도 학내 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 여교수회장을 맡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신혜은 교수는 “우리 학교 여교수회는 여성교수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운영되고 있고, 국.공립대여교수회연합회와 함께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며 “국.공립대 여성교원 비율 현황과 같은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는 여교수회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교수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받고 있는 불합리함을 여교수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여교수회가 필요 없어질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은 본원적인 지혜를 연마하는 학문 공동체다. 이러한 대학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학문의 시각을 넓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껏 대학이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거나 제한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교수가 5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은 우리 사회 내 유리천장의 벽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방증이다.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빠른 정책적 실현과 구성원의 의식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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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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