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내 실험실 사고는 사계절 중 가을에 더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이는 가을 학기에 논문 준비 등으로 연구 활동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험실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가장 큰 가을인 지금, 우리 학교의 실험실은 안전할까? 우리 학교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 중 하나인 실험실의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현재 우리 학교 실험실은
올해 기준, 우리 학교에서 운용하는 실험실(오송 캠퍼스, 부속 기관 및 연구소 포함)은 실험 용도에 따라, ▲‘건축·토목·자원’ 68곳 ▲‘화학·화공’ 87곳 ▲‘기계·물리’ 79곳 ▲‘전기·전자’ 152곳 ▲‘생명·생물’ 304곳 ▲기타 15곳으로, 총 705곳이다. 이 중 학생들이 위험 요소가 가장 많다고 느끼는 곳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실험실이다. 기자는 우리 학교 실험실의 실태를 확인하고자, 실험 수업을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우리 학교 실험실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8%(162명)가 ‘있다’, 35.2%(88명)가 ‘없다’고 답했다. 문제가 ‘있다’고 답한 162명은 실험실의 문제로 ▲청결 및 환기 51.85%(84명) ▲실험기구 부족·노후화 20.99%(34명) ▲화학약품 관리 16.67%(27명) ▲안전 교육 6.79%(11명) ▲사후처리 3.70%(6명) 순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실험실 정기점검 결과는 어떨까.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 2에 의하면 정기점검은 ‘연구개발활동에 사용되는 기계·기구·전기·약품·병원체 등의 보관상태 및 보호장비의 관리실태 등을 안전점검기기를 이용해 실시하는 세부적인 점검’으로 ‘매년 1회 이상 실시’하게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도 매년 1회 이상 정기점검을 실시한다. 정기점검의 평가등급은 다섯 등급으로 나눠진다. ▲‘문제가 없고 안전성이 유지된 상태’인 1등급 ▲‘경미한 결함이 발견됐으나 안전성에 영향이 없으며,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인 2등급 ▲‘결함이 2등급보다 취약하고 전체적인 안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일부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한 상태’인 3등급 ▲‘결함이 심하게 발생해 긴급보수, 보강이 필요하며 실험실 사용에 제한을 해야 하는 상태’인 4등급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 안전상 위험발생 가능성이 커서 즉시 사용금지하고 개선해야 하는 상태’인 5등급이 그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학교의 정기점검 대상 실험실은 707개였고, 정기점검 결과 1등급 44.98%(318개), 2등급 52.33%(370개), 3등급 2.69%(19개)였다.
청결과 환기가 제일 먼저 개선돼야
우리 학교 실험실의 정기점검은 크게 8개의 항목(▲일반 안전 ▲기계 안전 ▲산업 위생 ▲전기 안전 ▲화공 안전 ▲소방 안전 ▲가스 안전 ▲생물 안전)을 점검한다. 앞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실험실의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된 ‘청결 및 환기’는 점검 항목 중 ‘일반 안전’에 해당된다. 지난해 우리 학교 실험실 정기점검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것 역시 ‘일반 안전’ 항목이었다. ‘일반 안전’ 항목에 대한 세부 지적사항으로는 ‘청결 및 환기’ 이외에도 ▲누수 및 창문 파손 ▲연구 공간과 실험 공간의 분리 ▲연구실 내 흡연 및 취사 등이 있었다.
실험실의 ‘청결’에 대해 화학 실험실을 사용하는 A학생은 “실험실에서 수업을 할 때, 서랍을 열면 알 수 없는 액체로 더럽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이 액체에서 악취가 나기 때문에 실험실 환기 상태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B학생은 “한 개의 실험실을 여러 반이 같이 사용하다 보니 청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이나 자주 사용하는 기구 주위는 괜찮지만, 그 외의 곳들은 먼지가 쌓여 눈으로 보기에도 더러운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실험실을 관리하는 학과의 A 관계자는 “한 학기에 30개 이상의 강좌를 실험실 4곳에서 진행하다보니 실험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도움 없이는 실험실의 청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통 실험이 끝나면 참여한 학생들이 사용한 초자기구(유리로 된 실험기구)를 세척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깨끗하게 세척하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 근로 학생들과 매주 한 번씩 세척과 청소를 하고 있지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안전관리본부 연구실안전관리 담당자는 “정부 권고 정기점검에서 청결에 관한 세부사항 규정은 없지만, 우리 학교 자체적으로 최선의 안전점검을 위해 기본적인 정리정돈 상태나 바닥의 청결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결과 함께 문제로 제기된 ‘환기’ 역시 정부 권고 정기점검 항목에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 관리가 어렵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윤영배(환경생명화학과 대학원·17) 대학원생은 “환기는 하루에 한 번 창문을 여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실험실의 위치나 다른 여건으로 인해 창문을 열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창문과 별개로 환기설비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성능이 약해 이틀 동안 실험 약품 냄새가 빠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실험실의 각 테이블 별로 암후드가 설치돼 있고, 창문에도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며 “하지만 실험실의 특성상 실험을 하면서 생기는 시약 냄새는 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깨진 플라스크와 화학약품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다음으로 많이 지적한 실험실의 문제는 ‘실험기구 부족.노후화’와 ‘화학약품 관리’였다. 실험기구 부족에 대해 C학생은 “피펫이나 화학약품 실험기구들이 부족해서 하나의 실험기구로 여러 약품을 담다보니 약품들이 섞여 제대로 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D학생은 “유리로 된 실험기구들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실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실험실에 배정된 예산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고가의 실험 장비를 충분히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또한 학기 중에는 실험기구에 문제가 생겨도 관련 수업이 많기 때문에 바로 조치하기가 어려워 방학 기간을 활용해 수리나 구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대학별로 실험기자재 보충 관련 예산을 지원해주는데, 우리 학교에 할당된 예산은 재무과에서 ▲보유 기준액 ▲기자재 보유액 ▲기자재 부족액 ▲노후 기자재 ▲고가 기자재 ▲실험실 개설 강좌 수를 기준으로 단과대(이하 단대)별로 배분해 지급한다. 세부적인 실험기자재 구매 품목은 담당 교수의 요청으로 정해진다. 5,000만 원 이상의 고가 실험기자재는 별도의 검토·심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 학교 재무과 2팀 박종현 담당자는 “단대별로 기자재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구매할 실험기자재를 결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학생들이 실험기자재 부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실험기자재 구매 품목을 결정할 때 학생과 기자재선정위원회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화학약품 관리는 ‘화공 안전’ 항목에 속하는 것으로 우리 학교 실험실은 정기점검 항목 8개 중 ‘화공 안전’이 지적 건수 공동 3위라는 결과를 받았다. 세부 지적사항은 ▲화학약품 성상별 미분류 ▲시약병 경고 표지 손상 ▲장기 미사용 시약 사용 등으로 감점 조치를 받은 실험실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707개의 실험실의 ‘화공 안전’ 항목의 등급은 1등급 72.8%(515개), 2등급 25.5%(180개), 3등급 1.7%(12개)로 다른 항목에 비해 비교적 높은 등급을 받았다. 설문조사에서 문제라고 지적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화학약품 관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그리 크지 않았다. A학생은 “아무래도 화학약품은 위험한 것이 많다보니 관리가 꼼꼼하게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B학생도 “화학약품과 관련한 문제는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A 관계자는 “화학약품은 시약실을 따로 두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며 “기초 교양 수업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실험 수업을 진행하는데, 주단위로 사용할 시약을 만들어 제공하고 실험이 끝나면 산계, 알칼리계, 유기계, 무기계를 나눠 폐수통에 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다 안전한 실험을 위해 우리 학교 안전관리본부 연구실안전관리 담당자는 “학생들이 지적한 문제들은 안전한 실험실을 위해 해결해야할 부분”이라며 “이는 사업비 편성 등을 통해 꾸준히 개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84억 원을 투자해 ▲독성.가연성가스 캐비닛 44대 ▲화학물질 보관 및 환기를 위한 밀폐형 시약장 287대 ▲흄후드 70대 ▲암후드 343개 등의 안전 장비를 추가로 갖춘 바 있다. 또한, 올해는 약 2억 9,000만 원을 투자해 6개 연구실에 대한 실험공간과 사무공간 분리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실험실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측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민정 기자
minjung3898@cbnu.ac.kr
윤이나 기자
inajoa6338@cbnu.ac.kr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김민정&윤이나&조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