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가수나 작곡가의 음악 표절, 유명 교수들의 논문 표절 등 언젠가부터 ‘표절’은 개인의 도덕성을 재는 잣대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대학가는 여전히 표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포트부터 논문까지 인터넷에서 검색해 나온 내용을 붙여넣기 하거나, 여러 명의 연구 결과를 ‘짜깁기’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예전 연구 결과를 몇몇 어구만 수정해 다시 발표하는 ‘자기 표절’까지 성행하고 있다. 표절로 고민하는 대학가의 현실과 이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취재해봤다.
대학가에 만연한 표절
‘표절’이란 명확한 정의가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두 저작물 간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와 전체적으로 느낌이 비슷한 경우까지를 그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저작권 침해’와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구분되는데, 표절은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다는 측면보다는 창작자를 속인다는 측면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제 거래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리포트를 그대로 제출하거나,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표절의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학교 윤리교육과 김남준 교수는 “몇 년 전 논문심사에 참여했는데, 3~4개의 국외 논문과 보고서를 짜깁기한 논문이 있었다”며 대학가 내 표절 성행에 대해 전했다.
한국콘텐츠학회 2014년 추계종합학술대회에 발표된 오은주의 ‘대학생들 정보윤리 의식과 과제표절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 163명 중 77.9%(127명)가 과제표절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중복응답을 허용한 과제 표절방법으로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내려받아서 제출하거나 베껴냈다 51.5%(85명) ▲다른 사람의 과제를 베꼈다 40%(66명) ▲책이나 인쇄 자료에서 베꼈다 34.5%(57명) ▲유료 사이트에서 리포트를 샀다 17%(28명) 순으로 응답했다.
한편, 현재 인터넷에선 ▲해피캠퍼스 ▲비즈폼 ▲아이러브캠퍼스 ▲오투잡 등 과제 구매 및 대행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해피캠퍼스의 경우 890만 6,770개의 문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26만 5,889명의 판매자 수를 자랑하고 있다.
과제부터 논문까지, 표절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리포트를 비롯해 논문처럼 연구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할 때 특히 강조되는 것은 연구 윤리이다. 연구 윤리란, 연구자가 연구할 때 연구 주제나 내용, 방법 따위에 대해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를 일컫는다. 그러나 주변의 몇몇 사례만 봐도 연구 윤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많은 학생이 리포트나 논문을 작성할 때 표절을 해 연구 윤리를 지키지 않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우리 학교 학생과 교수,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간적 여유 부족’을 표절 원인으로 꼽은 이성연(공업화학과·13) 학생은 “들어야 하는 전공 수업이 많고, 그 수업마다 과제도 많다”며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몰릴 때 시간상으로 여유가 없어 일부 학생들이 과제 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거나 표절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종현(경영학부·13) 학생은 “학생들이 시간상 여유가 없거나 본인의 역량으로 감당하지 못할 때 과제 거래를 이용하거나 표절하게 된다”며 “과제 거래 사이트에서는 과제 거래를 하나의 서비스 혹은 상품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학생은 합리적인 거래라 생각하고 이용하기 때문에 표절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절의 원인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익명의 A학생은 “무엇이든 시작이 가장 어렵듯이 글쓰기에도 서론이 가장 막막하다”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참고용으로 저장하고 읽다 보면, 비교적 정돈된 그 글이 눈에 자꾸 들어오게 돼 가져다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과제 표절은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과 ‘과제 제출 여부만을 평가하는 수업’이 표절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 제도 차원에서 표절의 원인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몇몇 대학에서 표절을 막기 위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학생들은 문장 어순을 약간 바꾸거나 주요 단어를 동의어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무력화한다.
한편 박종현 학생은 리포트와 달리 논문 표절은 전적으로 ‘윤리 의식 부족’이 원인이라 말한다. 그는 “연구와 논문 작성은 충분한 기간을 통해 선행연구에 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하고, 논문의 존재 가치는 기존 연구와 차별되는 연구자 고유의 의견이 표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의사소통교육센터 장충덕 센터장은 “표절에 대한 이해 부족과 글쓰기 윤리 의식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학생들이 글을 쓸 때 여러 자료를 활용하고 인용하는데, 이때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표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표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윤리 의식의 부재’를 표절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법학전문대학원 김광록 교수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면 도둑맞은 사람이 바로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저작물 내용을 훔치는 표절은 도둑맞은 사람이 바로 알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과제를 작성하며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표절해도 이것이 바로 법적인 문제로 나타나지 않아 학생들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남준 교수는 학생들이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것은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라며 “시간에 쫓겨 글을 쓰고 있는데 짜깁기, 베끼기, 퍼오기, 표절 등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 자신만 연구 윤리를 준수하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절과의 전쟁
이에 대학들은 미국의 표절 검색 전문 데이터베이스인 ‘턴잇인(turnitin)’과 학기 전 학생 스스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너 코드(Honor Code)’를 도입하는 등 표절을 막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와이섹’이라는 교내 학습관리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받아 ‘턴잇인’을 사용해 중복률을 검색한 뒤, 교수에게 전달한다. 또 우리 학교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서는 학위논문을 제출할 때 ‘카피킬러’라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의 검사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절 검사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A학생은 “전공 관련 단어나 이론은 해당 전공에서는 많이 언급되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은 이런 단어나 이론조차 표절 의심 단어로 인식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연 학생은 “내용의 순서를 바꾸거나, 온점을 찍지 않은 채 어순을 바꾸고 주어를 지우면 표절 검사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과제가 표절했는지 안했는지를 어느 정도 알기에는 유용하지만, 그것이 구매한 과제인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를 알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에 대해 카피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무하유’의 마케팅유닛 박채란 프로는 “띄어쓰기 변경, 의도적인 조사탈락과 같은 부분은 이미 프로그램에 적용돼 탐지할 수 있다”며 “어순을 바꾸거나 중간에 단어를 끼워 넣는 부분까지도 탐지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기 어려운 것은 표절이 아닌 것을 표절로 잡아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는 교육부 기준인 6어절/1문장 이상 일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표절 예방
현재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이러닝 시스템(이하 블랙보드)을 통해 과제를 제출할 경우, 교수가 블랙보드의 과제물 옵션을 이용해 학생들의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카피킬러 프로그램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합정보시스템인 개신누리를 통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인 카피킬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박채란 프로는 “현재 많은 대학들이 리포트, 논문 평가 등의 용도로 카피킬러를 사용하고 있고, 충북대는 카피킬러 캠퍼스로 학생과 교직원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며 “카피킬러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표절 검사 기능을 통해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글을 쓰도록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표절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충덕 센터장은 “학생은 무엇보다도 글쓰기 윤리 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의 글을 무단으로 가져오는 것은 범죄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해 출처 표시를 습관화하고, 과제물을 제출할 때는 표절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교수는 과제를 부여할 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전달할 필요가 있고, 제출받은 과제물의 표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교수는 “모든 학문 연구자는 ‘학문적 진실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마음에 새기고 정확한 인용 및 출처 표기를 위해 노력하고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타인의 글을 그대로 훔쳐 오거나 짜깁기해 그럴듯해 보이는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들의 표절 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표절을 근절하기 위해선 학생들 자신의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기획홍보팀 박지원 주임은 “학생들이 리포트를 작성하며 무심코 한 Ctrl+C, Ctrl+V(복사, 붙여넣기)가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창작자가 노력한 결과가 정당하게 보상받고, 또다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로 돌아올 것”이라며 “대학가도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기 위한 창작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창작문화가 정립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김민정 기자
minjung3898@cbnu.ac.kr
윤이나 기자
inajoa633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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