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수업이 한창인 한 강의실, A 학생은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인문대생인 A 학생은 학교의 ‘졸업필수요건 충족’과 취업을 위해 공과대에서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이공계열 학생과는 다른 수학 교육과정을 거친 A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매번 좌절하며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감자가 된 복수전공 의무화와 공동·복수학위제에 대해 알아보자.
복수전공과 공동·복수학위
복수전공이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해당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선택한 전공 이외에 추가로 1개 이상의 전공 과정을 더 이수하는 것을 말하며 학교에 따라 제2전공, 다전공, 다중전공, 이중 전공이라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고용시장이 융합적인 인재를 원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의 복수전공 제도보다 더 유연한 학위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일 학교 내에서의 복수전공이나 다전공제도로는 교육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공동학위와 복수학위이다.
공동학위는 학생이 두 곳 이상의 학교에 다니고 공동으로 하나의 학위를 받는 학위제다. 대학 간 공동학위는 2009년 1월 16일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3조 2항이 추가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러나 당시 제13조 2항은 “필요한 경우 국내대학과 외국대학과의 공동명의로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의 공동학위만 인정했다. 이후 2012년 1월 20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3조 2항이 “필요한 경우 국내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운영하는 다른 국내대학 또는 외국대학의 공동명의로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로 개정되면서 국내대학 간의 공동학위도 허용됐다.
복수학위는 학생이 같은 기간 동안 서로 다른 학교를 동시에 두 군데 이상 다니고, 졸업 시 두 곳 이상에서 별도 학위를 수여 받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위 남발이라는 이유로 국내대학 간 복수학위 제도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융합교육 활성화와 경직된 학사제도 유연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지난 2017년 5월 8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9조가 개정되면서 국내대학 간 복수학위가 허용됐다. 이는 학생의 전공이수를 규정하고 있는 제19조 1항에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으로 대학이 “교육과정 공동운영을 통하여 국내대학 또는 외국대학과 연계·융합하여 제공하는 전공”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복수전공은 선택사항일까 의무사항일까
복수전공이 대학의 제도로 도입된 것은 1974년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20여 년 동안 유명무실한 제도로 운영됐지만, 대학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한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 의해 대학의 전공 이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학부제, 최소전공인정학점제 등의 제도가 마련됐고, 대학생들이 무리 없이 복수전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복수전공 제도가 활성화된 지 24년이 지난 지금, 복수전공은 대학생들의 큰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대학이 복수전공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복수전공 의무화는 ‘제2전공 의무화’라는 이름으로 2004년에 고려대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7년 한국외국어대가 이중전공, 전공심화, 부전공 등의 이수를 의무화했고, 2008년엔 서울대도 ‘의무복수전공제’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복수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심화전공 ▲융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이수를 의무화하려는 대학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서울에 소재한 4년제 일반대학 29곳 중 14곳이 ▲복수전공 ▲심화전공 ▲융합전공 등을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했다. 현재 복수전공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복수전공 제도는 학생이 융합적인 시각과 진로에 관한 융통성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자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또한 복수전공, 심화전공, 융합전공 등 여러 제도를 마련해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에 무조건 다른 전공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주전공과 융합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고려대 김희령(미디어학부·17) 학생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공에 대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진로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깊은 고민 없이 제2전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경지윤(생명공학과·16) 학생은 “처음 이중전공을 선택할 때는 공과대에 있는 전공을 선택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공과대에서 이중전공을 하면 등록금이 비싸져 결국 인문대에서의 이중전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과생인데도 불구하고 문과계열에서 이중전공을 하게 되니 두 전공에 대해 깊게 익히게 되기보다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학생이 원치 않는 학칙 개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동학위제와 복수학위제는 각각 2012년, 2017년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공동.복수학위제의 장점으로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김정훈 사무관은 “공동·복수학위제도는 국내 대학 간 학문적 결합을 강화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제도 자체의 내재된 문제보다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 간의 쏠림 문제, 기존 재학생과 공동·복수학위 참여 학생 간의 학위 등가성 등 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 정도가 단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8일 서울특별시에서 열린 ‘제11회 서울 총장 포럼’에서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밝힌 공동.복수학위제의 장점은 학위 공동 수여 추진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공동·복수학위제 도입을 위해 지난해 부산대는 ▲학생 자율전공 ▲융합 전공 ▲공동.복수학위 등 학사제도 개편을 포함한 학칙 개정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학칙 개정은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학생총회를 통해 취소됐다. 부산대 제51대 ‘비긴어게인’ 총학생회 조한수(정치외교학과·12) 회장은 “학칙 개정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개정안이었다”며 학생총회를 연 이유를 밝혔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공동학위제의 장점에 대해 지난해 4월 27일 열린 ‘제11차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교육서비스의 공동 활용을 통한 경인지역 고등교육의 확산될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 후 복수학위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27일, 경인지역의 14개 대학(▲강남대 ▲단국대 ▲명지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안양대 ▲인천가톨릭대 ▲인천대 ▲칼빈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항공대 ▲한세대 ▲한신대)이 ‘복수학위 학생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가 있다. 하지만 협약 체결 이후 일부 대학의 학생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다. 단국대 제51대 ‘낭만더하기’ 총학생회 박원엽(커뮤니케이션학부·13) 회장은 “학생들이 원치 않는 일방적인 학사행정을 인정할 수 없어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 인천대 제36대 ‘뉴바운스’ 총학생회 최재봉(건설환경공학과·15) 회장도 “근본적인 반대 이유는 학생들과 연관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학사행정 진행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에게 적절한 설명 없는 일방적인 학사행정은 반대한다”고 말한 최재봉 회장의 말처럼, 학생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복수전공, 공동·복수학위 제도의 시행은 학교와 학생 사이의 충분한 협의 후 도입돼야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복수전공 의무화 추진 및 복수학위 학생교류 협약처럼 일방적인 학교의 학사 행정 진행이 아닌, 충분한 설명 후 학생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기 바란다.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조희수&이소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