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떠나 타지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자취방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기숙사보다 자취방의 계약금이 비싼 점, 학교와 더 멀다는 점 등 여러 이유로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A 학생이 재학 중인 ㄱ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5%로 입사를 위해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이에 ㄱ 대학은 기숙사를 증설하려 하지만 인근 임대업자들의 심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처럼 대학의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려는 방안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학과 학생, 그리고 임대업자 간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자.
낮은 기숙사 수용률, 학생의 부담은 증가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0월 31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 185곳의 기숙사 수용률(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 비율)은 21.5%로 20.9%였던 2017년의 수용률보다 0.6% 증가에 그쳤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면 ▲국공립대 24.8% ▲사립대 20.5%였고, ▲비수도권 대학 24.7% ▲수도권 대학 17.2%의 수용률을 보였다. 또한, 185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 분포를 보면 ▲15~30% 미만인 곳이 41.1%(76개)로 제일 많았고, ▲15% 미만 31.4%(58개) ▲30~45% 미만 15.7%(29개) ▲45~60% 미만 4.9%(9개) ▲100% 이상 3.8%(7개) ▲60~100% 미만 3.2%(6개) 순의 결과 나왔다.
이에 기자는 낮은 기숙사 수용률로 인해 학생들이 가진 불만을 들어봤다.
# 연세대 이승열(생화학과·17) 학생의 소리
연세대 송도 캠퍼스에 재학하는 1학년은 100% 기숙사에 입사합니다. 2학년부터 송도 캠퍼스가 아닌 신촌 캠퍼스에 다녀야 하므로 기숙사를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한정적이었고 결국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학교 근처 원룸에서 지냈는데 서울이다 보니 보증금과 월세가 엄청 비쌌습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서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지금 3학년이 됐는데, 수용률이 낮아 경쟁이 치열한 기숙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지난번 계약한 방보다 더 저렴한 곳을 찾으려고 돌아다녔지만, 저렴하기는커녕 더 비싼 방뿐이었습니다. 거주비용을 치르면 등록금이 없고, 등록금을 내면 거주비용이 없는 상황에서 저는 결국 휴학을 택했습니다. 지금은 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걸로 거주비용과 등록금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경희대 김서림 학생의 소리
경희대 국제 캠퍼스에는 우정원과 제2 기숙사가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 기숙사의 기숙사 입소 기준이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출신인 저보다 성적이 좋은 공주 출신 친구는 기숙사에 지원했지만 탈락하고, 저는 합격했습니다. ‘직전 학기 성적 50%+통학 거리 50%∓생활관 생활점수=100점 만점’으로 환산하여 선발한다고 하는데, 통학 거리의 점수가 어떻게 환산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점수 환산 기준표를 제시해주면 좋겠습니다. 탈락을 염두에 두고 지원하는 학생은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기숙사 수용, 해결책은 없을까?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숙사 증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의 예산과 부지 문제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부족한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 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시행하는 ‘LH 행복주택(이하 행복주택)’이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대학생의 경우 ‘기숙사형 전세임대주택’처럼 총자산이 7,500만 원 이하로 자동차를 보유하면 안 되고, 본인이나 부모의 월평균 소득 합계가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의 평균 이하일 경우만 신청할 수 있다. 우리 학교에는 내년 12월 중에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LH의 유승오 주임은 “그동안 주거복지에서 소외됐던 청년 및 대학생 등 젊은 계층의 주거비 및 사회적 비용을 행복주택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주거복지의 관점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 젊은 계층의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는 ‘행복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행복 기숙사는 크게 사립 기숙사와 연합 기숙사로 분류할 수 있다. 사립 기숙사는 사립 대학 부지 내에 건립하는 기숙사로, 해당 대학생들의 거주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경희대 ▲대구한의대 ▲서영대 ▲세종대 ▲충북보건대 ▲제주관광대 등 23개 대학에 설립돼 있다. 연합 기숙사는 유휴 국·공유지에 건립하는 기숙사로, 인근 대학 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해 학생들의 거주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연합 기숙사는 ▲대구 ▲부산 ▲서울 동소문동 ▲서울 홍제동 ▲천안 총 다섯 곳에 설립돼 있다. 또한, 사회적 배려자 우선 입주 후 잔여분에 대해 일반 입주 학생이 선발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행복주택, 기숙사형 전세임대주택, 행복 기숙사 등 여러 형태의 기숙사를 보급 중이다”며 “그 외에도 교육부와 LH의 합작인 ‘기숙사형 청년 주택’, 국립대의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사업, 한국장학재단의 연합생활관 등 여러 형태가 있다”고 밝혔다.
기숙사 증설, 쉽지 않은 발걸음
부족한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 역시 노력 중이다. 기숙사 증설이 바로 그 예이다. 지난해 경북대는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BTL 기숙사 신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임대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경북대는 다섯 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냈다. 바로 기존 기숙사 인원 232명, 신축 기숙사 인원 100명을 줄이는 합의안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안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안이었고,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개최해 기숙사 인원 감축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당시 경북대 전교학생대표자회의 김나영(의류학과·15) 의장은 언론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육에 대한 복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학본부는 기숙사 인원 감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신축 기숙사 인원 감소는 무산됐지만, 기존 기숙사 정원 감소는 계획대로 추진됐다.
이에 대해 경북대의 김유진(화학과·18) 학생은 “기숙사는 학교가 학생을 위해 짓는 시설이다”며 “학교와 학생, 더 나아가 미래의 신입생들까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공사를 반대하는 임대업자들의 주장은 이기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대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 씨는 “기숙사 설립은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대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주변 임대업자들은 대부분 정년 퇴임 후 생계를 위해 임대업을 하는데, 새로운 기숙사가 세워지면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학생과 임대업자 간의 갈등은 경북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려대는 2013년부터 기숙사 증설을 추진했지만, 인근 임대업자들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해 4월 기숙사 증설 요구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려대 인근 임대업자인 C 씨는 “기숙사가 들어서면 빈방이 많아지고, 빈방을 많아지면 임대료를 낮춰야 하니 임대료로 생활하는 우리는 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기숙사를 원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 상황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과학기술대는 2017년 대학협력형 행복주택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임대업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지난 1월 ‘대학생의 주거권과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하라’는 서울과학기술대 학생들의 시위와 ‘주민의 생계를 힘들게 하지 말라’는 임대업자들의 시위가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울산대 역시 지난해 7월, 임대업자들의 기숙사 증설 반대 시위가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효은 연구원은 “대학 주변 주민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이는 자칫 대학과 지역의 대립 구도로 보일 수 있어 대학은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하려 하다 보니 임대업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는 방법이 증설밖에 없는지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과 임대업자의 상생 방안에 대해
그렇다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임대업자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LH에서 시행하는 ‘기숙사형 전세임대주택’을 상생의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3월 LH의 발표에 따르면, 성동구청과 한양대가 참여해 한양대 학생을 대상으로 원룸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성동한양 상생학사’라는 이름의 기숙형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지원 조건은 앞서 언급한 대학생 행복주택의 경우와 동일하다. 여기에 직전 학기 평균 3.0 이상인 2~4학년 한양대 학부 재학생이어야 한다는 점이 추가된다. 기숙사형 전세임대주택은 학교와 지자체, LH의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므로 학생은 금전적 부담감을 덜 수 있고, 임대업자는 생존권 침해 문제로부터 한시름 덜 수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생을 기반으로 대학생의 주거 안정 도모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형 청년 주거복지 모델을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주거비 부담을 덜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효은 연구원은 “임대업자의 생계를 이유로 기숙사 증설 자체가 무산돼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등으로 학생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당연히 기숙사 증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대학과 임대업자 간 대화는 필요하다”며 “지자체나 정부 등이 중재자 및 조력자로 나서 학교의 기숙사 증설 규모와 임대업자의 임대료를 적정하게 조정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학업을 위해 타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편안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 부디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가 조정돼 원만한 결과가 도출되기 바란다.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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