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청춘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츤데레 냉미남’이라 불리던 도경석(차은우)은 캠퍼스에서 대표적인 ‘아싸’였다. 극중 도경석이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한 채 캠퍼스에서 주로 나 홀로 지내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지난해 다음소프트는 트위터.블로그.뉴스 등 SNS에서 ‘2018년 신조어’를 주제로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핵인싸’가 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인싸’와 ‘아싸’가 대학생을 포함한 많은 네티즌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임을 보여준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하게 쓰이는 ‘인싸’와 ‘아싸’를 들여다보자.
인싸? 아싸?
‘인싸’와 ‘아싸’는 사회생활에 대한 말로, 사람들과 얼마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뜻한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유행하게 된 말들인 ‘인싸’와 ‘아싸’를 대학생들은 사람을 인간관계에 따라 분류하는 말로 쓴다.
먼저, 인싸는 ‘insider’의 줄임말로,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벗어남이 없고 모두와 잘 지낸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아싸는 ‘outsider’의 줄임말로 ‘나홀로족’이라고도 불리며, 무리에 속하는 대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최근 인싸와 아싸는 대학가 밖에서도 급격하게 사용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내 아싸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경기불황과 취업난을 꼽고 있다. 또한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거나 이를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관태기(인간관계 권태기)도 아싸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8일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 2,7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절반이 넘는 54.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4.8%로 ‘아니다’라는 응답 20.3%보다 앞섰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중 88.3%가 ‘인간관계에 서툴다고 느낀 적이 있다’라고 답했는데, 서툴게 느낀 대학생 중 ‘나홀로족’이라는 응답이 57.3%로 높았다. 반면 ‘인간관계에 서툴다고 느낀 적이 없다’라고 답한 대학생 중 ‘나홀로족’이라고 답한 대학생은 36.4%였다. 이에 잡코리아는 인간관계를 서툴게 느낄수록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싸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취업난으로 시험, 취업 준비에 시간을 투자하느라 관계에 쏟는 시간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정적인 원인으로만 아싸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과거 아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지만, 요즘은 ‘혼자서 주도적으로 잘 지내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며 “관계를 맺는 데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관계에 대한 건강한 인식 변화도 아싸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펴낸 도서 <트렌드MZ>에 따르면 최근 이슈가 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IT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이 특징)는 특이하고 개성이 담긴 그런지 룩과 어글리 슈즈에 열광하고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매력이 있다면 광고성 콘텐츠라도 즐기며 집단적 규율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하는 등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철저히 자기자신의 기준에 따라 인싸와 아싸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사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특이하고 독특한 아이템을 의미하는 ‘인싸템’만 봐도 자신의 개성을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는 ㅇㅇㅇ입니다
# A 학생의 이야기
인싸에 속하지만,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단과대 건물 정독실에 가면 아는 사람이 항상 가득하고, 학과 사람 중 그 누구와도 어색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해요. 하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귀찮아요. 혼자만의 시간이 없는 느낌? 예를 들어서 저는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동기들이 놀자고 할 때가 있죠. 그래서 집중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굳이 인싸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또 사람과의 만남은 마찰이 생길 수도 있고, 그 마찰로 인해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적당히 대인관계를 즐기면서 혼자 시간을 즐기는 것이 정신 건강과 성적, 둘 다에 좋은 듯해요. 이른바 ‘인맥을 넓혀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사람을 만날 필요 없이 마음 맞는 동기들과 소규모로 적당히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 B 학생의 이야기
저는 자발적 아싸로, 개인주의를 지향합니다. 저같이 개인주의자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부러워요. 모든 것을 초월한 자세라고 할까요? 그 친구나, 저나 친구는 있습니다. 단지 학과 생활을 잘 하지 않는 것이죠. 학내에서는 항상 혼자 다니고 혼자 밥을 먹는 편입니다. 그래서 대인관계 문제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요. 전 이런 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그래서 아싸를, 특히 자발적인 아싸를 추천합니다. 반싸(아싸와 인싸의 중간)는 애매한 듯싶어요. 제가 반싸를 해봤는데,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와의 교류로 스스로 잃는 게 더 많은 느낌? 그래서 그냥 아싸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 양재덕(물리학과·18) 학생의 이야기
만난 사람들이랑 어색하지 않게 잘 논다고 생각하는데 인싸 혹은 아싸라고 딱히 구분지어서 스스로를 정의해본 적이 없어요. 인싸도 아싸도 아닌 사람보고 반싸라고 한다잖아요? 저는 반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냥 친한 사람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는 거지 인맥을 넓히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서 동아리를 몇 개씩 가입하는 건 아니거든요. 전 가끔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서 과 생활도 하지 않고 그래요. 동기들이 같이 놀자고 조르면 못 이긴 척 어울릴 때도 있지만 귀찮다고 단호히 거절하기도 하니 전 정말 반싸가 맞는 것 같네요. 대학 친구는 어릴 때 동네 친구나 초·중·고등학교 친구와 달리 끈끈하지 않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제 경험상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여러분도 어떤 의도를 갖고 어색한 만남에 목메지 말고, 편한 친구 만나듯 사람을 만나면 긴밀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반싸를 추천합니다!
# 안세린(러시아언어문화학과·18) 학생의 이야기
저는 아싸에요. 과에서 다른 사람들은 함께 잘 어울리는데 저만 동떨어진 것 같아 눈치 보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인싸처럼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죠.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인간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깔끔한 관계정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전 아싸를 지향해요.
# C 학생의 이야기
저는 인싸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과정이 재미있어 많은 자리에 참석하다 보니, 처음 본 사람과도 불편하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대화법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친해지게 됐고, 그 결과 인싸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고민입니다. 인싸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알아가야 좀 더 나답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싸와 아싸를 넘어 마이싸이더로
그 어느 사회보다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1등만이 기억되고, 사회적 성공만이 나의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세뇌받으며 자랐다. 지금의 밀레니얼과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것이 특징)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세계금융위기와 취업난에 좌절을 겪고, 여러 스타트업의 성공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덕업일치’를 이룬 마이너와 비주류의 삶을 목격하면서 이들은 사회의 기준이 자신의 행복이 아님을 체감하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해 <트렌드 MZ>에는 ‘마이싸이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성공에 대한 강박을 털어내고 해가 없는 자극을 추구한 것이 무민(무의미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 세대라면, ‘마이싸이더’는 진정한 성공과 행복한 삶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한다. 마이싸이더는 ‘My(나의)+Side(~을 중심으로 한)+er(사람)’으로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모습을 의미하는 키워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반싸와 마이싸이더의 개념을 혼동하는데 이에 대해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반싸는 관계를 맺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키워드로 인싸도 아니고, 아싸도 아닌 자신을 반싸로 표현을 하는 바탕에는 관계를 맺는 성향에 따라 인싸 혹은 아싸라고 정의하는 것에 대한 반감과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관계에 대한 모순적인 심리가 녹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반면 마이싸이더는 관계뿐만 아니라 밀레니얼과 Z세대의 가치관 전반에 나타나는 ‘주체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춘 표현으로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따라 자신을 인싸 혹은 아싸로 정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과 진로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모습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전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모든 사람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 살아간다. 그래서 ‘인싸’와 ‘아싸’의 구분 기준을 인간관계 자체의 단절로 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사람에 대해 좋고 싫음은 물론, 행복에 대한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인싸’와 ‘아싸’는 그동안 획일적인 사회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했던 청춘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잣대로 사회와 소통하려는 과정에서 표출된 하나의 문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관계 형성이 아니라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소망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조희수&이소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