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 제927호(2018년 3월 5일자)에서는 유예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과 시간 강사의 처우에 대해 다뤘다. 여러 차례 미뤄져 온 강사법은 드디어 오는 8월 1일자로 시행된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강사법 시행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강사법은 ‘살생부’로 불리며 시간 강사 대량 해고와 이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시행을 앞둔 강사법,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에 대해 살펴보자.
‘강사법’ 시행, 무엇이 바뀔까?
2010년 광주의 한 대학 시간 강사 자살 사건을 계기로 시간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강사법이 이듬해 마련됐다. 하지만 강사법은 대학과 시간 강사 모두에게 불만을 샀고, 정치권은 법안을 수정하며 시행을 여러 차례 뒤로 미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강사법이 통과됐고, 오는 8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공포된 강사법은 강사들의 법적 지위와 임용 기간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됐다. <고등교육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강사법의 핵심 내용은 ▲대학 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 ▲1년 이상 임용·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주당 6시간 강의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퇴직금 지급 ▲4대 보험 적용 ▲대학의 재임용 거부 처분에 대한 강사의 소청 심사권 보장 ▲강의시간에 비례 퇴직금 지급 등이다.
강사법 시행에 대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이상룡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학의 시간 강사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려 왔고,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사람들도 20여 명이 넘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나온 것이 강사에게 교원이라는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인데, 강사법의 핵심이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니 강사법의 입법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강사법이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강사의 고용불안과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불충분하지만, 방향은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사법 시행,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다
오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 강사 인건비가 증가할 우려가 커지자 대학들은 여러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96곳 강좌 수 현황(지난 4월 1일 기준)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강의 수는 총 30만 5,353개로 지난해 1학기(31만 2,008개)보다 6,655개 줄었다. 또 올해 1학기 수강생이 20명 이하인 소규모 강좌 수는 10만 9,571개로 지난해 1학기(11만 8,657개)보다 9,086개 줄어들었다. 여기에 시간 강사가 맡은 강의 비율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1학기 시간 강사가 맡은 학점 수는 총 16만 9,848학점이었지만 올해는 13만 8,855학점으로 줄었다. 또한, 전체 학점 대비 시간 강사가 담당한 학점 비율도 올해 1학기는 19.1%로 지난해(22.8%)보다 3.7% 감소했으며 전임교원 강의 비율은 올해 1학기 66.6%로 지난해(65.6%)보다 1% 늘었다.
이는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강좌 수 축소 ▲시간 강사 해고 ▲전임교수 강의 몰아주기 ▲강의 대형화 및 통폐합 등을 추진한 결과로, 시간 강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강사법은 시간 강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었다.
실제로 고려대 교무처는 지난해 10월 26일 각 학과에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 문건을 대외비로 보내 ‘시간 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과목 수를 최대한 줄이고, 수업을 전임교원과 겸임교수, 외국인 교수, 명예교수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고려대 측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 2월 수강 신청을 하면서 고려대생 대부분은 줄어든 강좌 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고려대 김희령(미디어학부·17) 학생은 “실제로 이번 1학기 수강 신청은 유난히 어려웠다”며 “학생 수보다 개설된 전공강의 수가 적어져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또한, 교육권 침해 해결과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위해 진행된 릴레이 피켓팅에 참여했던 고려대 A 학생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어려움은 학교 측도 있을 수 있고, 그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독단적이고 비공식적으로 꼼수를 통해 결정하는 학교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룡 수석부위원장은 “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정비와 환경 조성이 필요한데, 교육부와 대학은 강사법 시행에 필요한 제도 정비와 환경 조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대학은 강사를 고용하는 고용주로서 접근해 강사를 해고하고 있는데,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므로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대학이 시간 강사를 고용한 이유는 시간 강사 없이는 대학을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경비를 아끼기 위해 시간 강사가 맡았던 강좌를 없애면 학생들은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강의를 수강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있는 시간 강사들의 고용을 유지한 채 강사법을 적용해도 추가 비용은 1% 정도 증가한다고 들었는데, 이를 이유로 시간 강사를 해고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강사법 시행, 우리 학교는 무엇이 달라지나?
우리 학교도 8월 1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제도를 마련 중이다. 우리 학교는 ‘학칙’ 및 ‘강사운영 규정’을 제·개정해 강사 채용(공고, 심사위원회 등)과 처우 등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한 단과대별로 시간 강사가 활용할 강의준비실을 마련하고 교육기자재 및 비품, 운영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 학교는 다음달까지 관련된 학칙과 규정의 제·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8월 초까지 채용공고를 내고 강사를 임용할 예정이다.
우리 학교 교무과 인사2팀 정태욱 팀장은 “국립대인 우리 학교는 지금까지 교육부의 기본 방침에 따라 시간 강사들을 대우해 왔다”며 “강사법 시행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에 맞춰 우리 학교의 구체적인 운영 방침을 세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강사법 시행으로 우리 학교도 현재 강좌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정태욱 팀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시간 강사 채용절차에 대해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전임교원 채용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논의된 시간 강사 채용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각 학과에서 임용계획을 제출하면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접수한다. 지원서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성별, 연령, 사진을 기재하지 않는다. 이후 해당 학과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기초심사 ▲전공심사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합격자를 선발해 대학본부에 보고한다. 대학본부는 합격자의 신원 및 성범죄 경력을 조회한 후 이상이 없으면 대학인사위원회의 검증·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임용계약을 체결한다. 만약, 최초 공개채용 시 적합자(또는 지원자)가 없으면 공개채용을 재추진한다. 한편, 채용절차는 강사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 비전업 강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
더불어, 교육부 정한 ‘대학 강사제도 운영 메뉴얼(시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임용된 강사는 교육과정 운영상 두 학기 강의 개설이 불가하더라도 1년 이상 임용해야 하지만, 전임교원이 병가·출산휴가·휴직·징계·연구년 등의 이유로 6개월 이하로 부재할 경우에는 1년 미만으로도 임용할 수 있다. 시간 강사를 재임용할 때는 재임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평가 기준에 맞춰 심사하며, 결과는 대학인사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재임용하지 않을 때는 임용기간 만료 최소 2개월 전에 해당 강사에게 통지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를 갖춰야 한다.
강사의 교수시간은 매 학기 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9시간까지 가능하다. 강사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 학생 지도, 학문 연구, 산학연 협력 업무만 전담할 수 있고, 교육과 연계된 강의계획서 작성, 시험실시·평가 및 성적 제출, 담당교과목 학습상담.지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강사의 임금은 담당 교과목의 학점과 상관없이 실 근로시간를 고려해 지급하며, 강사의 귀책으로 폐강된 경우가 아니라면 담당 교과목이 폐강돼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방학 중에는 매 학기 강의 및 수행업무 등을 고려해 산정된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임용계약으로 정한다. 퇴직금은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만 지급하며,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가입할 수 있고, 건강보험은 강사가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밖에 휴·복직이 허용되며, 대학은 될 수 있으면 강사의 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도서관, 주차시설 등 대학시설 이용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취지에 맞는 강사법이 되려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 강사가 담당하던 강좌를 폐강하는 대학의 조치를 비판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입학정원 축소와 구조조정을 해왔고, 여기에 2011년부터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 강사를 줄이지 않고 강사법을 적용한다면 대학 대부분이 재정난에 빠질 것이다.
이에 정부는 강사의 방학 중 임금으로 288억 원을 대학의 고용안정성관리 정도를 평가해 등급에 따라 지원할 예정이며, 강의 기회 상실 강사의 연구지원을 위해 280억 원을 올해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또한, 정부는 대학의 고용현황을 파악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 핵심성과지표에 총 강좌 수를 포함하는 등 강사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상룡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시간 강사의 강의료는 시간당 평균 국립대 8만 원, 사립대 5만 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1,000만 원 내외이며, 최저임금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강사법의 취지에는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의 현실은 강사법을 시간 강사의 일자리와 학생의 학습권을 빼앗는 법으로 전락시켰다. 강사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물론, 대학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임을 각성하는 대학의 자성이 시급해 보인다.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조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