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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민
실재와 허상 사이의 지방대생 박탈감
제 942 호    발행일 : 2019.06.03 

A 학생은 지방대 4학년생으로, 취업 준비에 한창이다. 취업을 준비하며 그는 치열한 경쟁 끝에 서울에 소재한 한 기업의 서류전형을 합격했다. 오늘은 A 학생이 고대하던 면접날이다. 한 번의 면접을 위해 KTX는 탄 A 학생은 왕복 3시간 30분의 시간과 약 10만 원을 소모했다. 면접 대기 장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A 학생은 낯익은 얼굴을 봤다. 그는 A 학생의 고교 동창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다. 그와 취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A 학생은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꼈다. 이런 A 학생의 경험은 지방대생이라면 서울로 면접을 다녀온 선배나 친구에게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실제로 지방대생들은 A 학생처럼 취업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지 취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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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그 속에서 느끼는 차별

  현재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이라면 취업난을 느끼기 마련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구직자(신입 및 경력), 아르바이트생, 대학생 4,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상반기 구직경기 체감도’를 지난달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구직자(신입) 71.7% ▲아르바이트생 64.9% ▲구직자(경력) 63.9% ▲대학생 62.2%, 전체 평균 65.7%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구직난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날로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출신학교의 소재지로 인해 느끼는 차별은 없을까? 잡코리아는 취준생 887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해 조사해 지난해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출신학교 소재지로 인해 취업에서 불리할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취준생 61.4%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방군.도시 66.3% ▲지방광역시 55.3% ▲인천/경기 51.7% ▲서울시 39.9% 순으로 불리함을 느꼈다.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지방군.도시 출신의 경우 ‘타 지역보다 일자리, 채용의 기회가 적다’는 응답이 59.7%로 가장 높았고, ‘출신 지역과 학교 이름만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가 56.5%’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잡코리아는 블라인드 채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취준생들은 출신지에 따른 취업 부담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학교 학생이 말하는 지방대 차별 

  실제로 취업 준비에 한발 다가선 우리 학교 4학년 학생을 단과대별(사범대, 수의과대, 약학대, 의과대, 자율전공학부, 융합학과군 제외)로 한 명씩 만나 ‘지방대생이 취업에 있어서 수도권 지역 학생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인터뷰했다.

<불리하지 않다>

#사회과학대 전수림(심리학과·16) 학생
  학벌이나 학연을 중시하는 회사라면 서울 지역 학생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본다면, 흔히 말하는 ‘스펙’을 쌓는 데 있어 지방대생이 특별히 불리하지는 않습니다. 큰 규모의 대외활동은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공모전이나 온라인 교육은 지방에서도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방대생도 얼마든지 자신의 역량을 길러서 취업할 수 있기에 지역에 따른 취업의 불리함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 자연과학대 B(물리학과·13) 학생
  사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진행하는 지역인재 채용이 있어 해당 지역에서 취업하기에는 지방대생이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산업단지가 조성된 지역이 많고, 청주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경영대 C(경영학부·13) 학생
  수도권에서 하는 대외활동이 많긴 하지만, 지방에도 좋은 대외활동이 많습니다. 또 기업과 관련된 대외활동은 방학 때 하는 경우가 많으니 지방대생이라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얻는 정보의 양과 질은 수도권 대학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취업의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공과대 윤재웅(화학공학과·14) 학생
  공기업은 NCS 시험이 중요하기에 학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교일 경우 출신학교보다는 지원자의 학점이 중요하다고 인사관계자들이 조언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 전자정보대 D(전기공학부·14) 학생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공기업의 경우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인재로 채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기업 취업에는 지방대생이 수도권 지역의 대학생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농업생명환경대 E 학생
  저희 학과는 전공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취업 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공과목 대부분이 자격증이나 공무원 시험 과목과 관련돼 있고, 교수님들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시니 학과 공부가 곧 취업 준비가 됩니다. 그래서 지방대라서 취업에 불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불리하다>

# 인문대 손정현(고고미술사학과·16) 학생
  이건 복합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일단 수도권과 지방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지금은 인터넷 때문에 정보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기록물, 문화공간, 교육공간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편중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대생은 서울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에 뒤처집니다. 또 일자리도 지방보다는 서울이 많으니 할 수 없이 서울로 가는 학생이 많을 텐데, 예전보단 덜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기에 이것이 지방대생의 불리함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생활과학대 F(아동복지학과·16) 학생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알아보는데 대부분 서울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많습니다. 스펙을 쌓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서울에서만 진행하면 지방대생은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간 제 지인의 얘긴데, 그곳에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옛친구를 만났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면접을 준비하며 알아본 면접 예상 문제의 수준이 달랐다고 합니다. 이런 차이는 서울과 지방의 인프라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방대생의 박탈감은 스스로 만든 것일 뿐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학벌주의 타파와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 중이며, 이를 점차 사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지방대생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우리 학교에서 특성교양인 ‘진로탐색과 진로설정’ 과목을 담당하는 홍진기 강사는 “실제로 상대적인 차별과 소외는 존재하지 않지만 ‘박탈감’은 존재할 수 있다”며 “다만 박탈감의 원인이 기업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취준생 개인이 실제 현상 이상으로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습 몰입형 채용의 경우, 입사 지원 서류에 출신지를 묻기도 하는데 이는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캠퍼스를 구분해서 정확한 성적반영계수를 알고자 함과 지방사업장 맞춤 채용 TO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며 “지방대 출신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 학교 취업지원본부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공기업은 의무사항으로, 사기업은 권장사항으로 지역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며 “충북의 경우 음성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11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충북혁신도시가 조성됐으며, 지역인재 채용을 위한 가점 부여 및 지역 출신 졸업생들이 다수 채용되고 있다”고 말하며 지방대생이라고 결코 취업에 불리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출신지에 따른 차별은 존재해

  그러나 기업들이 출신학교나 학력에 따라 취준생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입 사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출신학교를 기재해야 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채용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신한은행은 지원자의 출신 대학을 세 종류로 나눠 최저학점 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준 미달일 시 서류심사조차 하지 않았고, 일부 지방대 출신 학생의 서류는 아예 배제되기도 한 것이다.
  또한, 잡코리아가 기업인사담당자 3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3월 21일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 시 학벌 고려 현황’에 따르면 ▲어느 정도 고려한다 68.6%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24.9% ▲많이 고려한다 6.5% 순으로 응답했다. 이를 다시 기업의 형태별로 보면 ▲어느 정도 고려한다 : 대기업 72.4%, 중소기업 69.1%, 공기업 61.2%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 중소기업 26.2%, 공기업 22.4%, 대기업 20,7% ▲많이 고려한다 : 공기업 16.3%, 대기업 6.9%, 중소기업 4.7% 순의 응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취업지원본부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가 없어 100% 학벌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아직 대학 필터링을 하는 기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제도도 도입됐고, 많은 기업이 능력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출신지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하기보다는 본인이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맞는 능력을 갖추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혹자는 학력과 학교의 차별을 제재하는 조항이 지금 우리나라 법에는 없다며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그 차별은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며 차별의 존재에 대한 논란을 일축한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하기에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그 차별을 느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들의 박탈감이 한순간에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 등의 제도를 통해 격차를 해소해나가기 바란다.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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