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느껴지는 찝찝함에 A 학생은 눈살을 찌푸린다. 뒤이어 느껴지는 알싸한 고통에 하루의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A 학생. 아픈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만 15분이 걸린다. 식은땀을 흘리며 만원 버스를 타고 힘겹게 학교에 도착하지만, 이미 강의실의 문밖에선 한창 강의를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도 생리통으로 지각한 A 학생과는 달리 그의 핸드폰에는 ‘난 늦잠자서 지각인데 생리공결 신청하려고’라는 다른 학교 친구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생리공결제는 어떠한 제도이며 그의 장점과 악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생리공결제, 그 시작은
생리공결제는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적인 것으로 인정해 출석으로 처리해 주는 제도이다. 이는 지난 2004년 한 중등교사가 ‘여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거나 수업을 받지 못할 경우, 출결 상황에 관한 병결이나 병 조퇴로 처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출하며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2006년 인권위가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며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에 생리 공결 시행을 권고한 것을 시작으로 대학가에 생리공결제가 도입됐다.
이러한 도입 배경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선임연구원은 “생리라는 것은 여성의 신체적 다름에서 오는 것”이라며 “여성의 몸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여성의 건강권 차원에서 도입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생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여성의 몸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에 수반되는 고통이 있고, 그것을 고려해 주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는 기본적인 평등의 논리이다”라고 말했다.
생리공결제 도입 효과로는 도입 취지에 맞게 학생의 학습권 및 인권 보호가 있다. 현재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 중 하나인 대구대에 재학 중인 김신영(환경공학부·18) 학생은 “생리공결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생리통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제약이 있는 날,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한밭대에 재학 중인 B 학생은 “나는 아니지만 생리통이 심한 여성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생리공결제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순천향대에 재학 중인 C 학생은 “남학생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생리가 심하면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라며 “생리공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안 되겠지만, 적절히 조절한다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김중혁(국어국문학과·15) 학생은 “생리도 여성에게는 일종의 재난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여성이라면 모두 겪는 고통이겠지만,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르기에 생리공결제는 꼭 필요한 제도다”라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쉬운 신청 만큼 쉬운 악용
2006년 인권위가 생리공결제를 권고 시행하고 12년이 지난 현재, 아직 대학가 내 생리공결제 시행 실태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9월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조사한 서울권 대학의 생리공결제 실태에 의하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 여섯 개 대학(▲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만이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권 대학만의 일은 아니었다.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 학교를 포함한 지역 거점 국립대 9개(▲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중 경상대와 제주대, 단 두 곳만이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생리공결제를 시행 중인 KAIST에서는 지난 9월 KAIST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교내 생리공결제 이용 현황을 공개한 후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글을 삭제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글에 올려진 대부분의 댓글은 생리공결제 이용 현황을 멋대로 온라인에 올린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댓글은 오히려 ‘생리공결제를 악용(무단결석을 생리 때가 아님에도 생리공결제로 처리하는 행위 등)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와 같은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정말 생리공결제가 악용되고 있는지 현재 이를 시행 중인 일부 대학의 생리공결제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우선 경희대 측은 생리공결제에 대해 “생리공결 신청 방법이 지나치게 간단해 악용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희대의 경우 결석 사유 발생 뒤 7일 이내에 신청서를 작성한다. 이후 해당 교.강사가 직접 Info 21에서 출석 인정 신청 명세를 확인하고 승인하면 출석 인정 절차가 완료된다. 이에 대해 경희대 대학주보는 “타 질병과는 다르게 별도의 서류나 확인과정 없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월말에 생리공결을 사용하고 내달 초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허점을 지적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D(한국어학과·19) 학생은 생리공결제에 대해 “생리공결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을 보면 혐오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제주대와 중앙대 측도 단순히 신청만 하면 생리공결제를 사용할 수 있어 악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제주대 학사과 김지원 실무관은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예를 들면, 지난달 말에 생리 공결을 사용하고 바로 그다음 달 1일에 사용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 중앙대 측은 “별도의 서류 없이 신청으로 끝나는 상황으로 악용사례가 발생하더라도 그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 교수 및 남학생들의 대부분은 간소한 절차가 문제라고 주장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생리공결제 오남용을 이유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가 폐지하거나, 검토과정에서 도입이 무산된 학교도 있다. 서강대는 2007년 1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했지만, 일부 여학생들이 F 학점을 면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3학기 만에 폐지했다. 서울대는 2007년 서울대 학내 매체인 서울대저널의 설문 조사 결과, 생리공결제 도입에 찬성하는 학생이 77%(남학생 찬성률은 69.8%)로 나타났지만, ‘제도 악용 가능성’, ‘권리 과잉 주장’ 등의 문제가 제기돼 끝내 도입하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B 학생은 “우리 학교에는 생리공결제가 도입되지 않았지만, 도입돼있는 다른 학교를 보면 역차별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생리공결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이준협 교수는 “강의를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의 생리통 여부와 생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생리공결제 오남용에 대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방향은?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위해 도입된 생리공결제지만 악용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이준협 교수는 “어떤 제도든 처음 그 제도를 만들 때의 목적이 있다”며 “제도의 목적은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오남용하는 학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미혜 선임연구원은 “어떤 학생이 저지르는 한 번의 악용이 다른 학생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책임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대 교무처 학사팀의 최미경 과장 역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지 않도록 이를 정말 필요한 상황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생리공결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했다. 효경산부인과의 손효돈 원장은 “생리통이 심하면 수업이 아니라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사람도 많고, 기절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라며 “필요한 제도이지만 선별해서 사용하고, 오남용을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학교는 타 대학의 규정 및 사례 등을 참고해 생리공결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 학교 학사지원과 오슬기 주무관은 “생리통이 매우 심한 학생이 공결처리를 통해 학점 취득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여학생의 건강권 및 권익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생리공결제 오남용에 대한 꾸준한 논란이 있으므로, 제도 시행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김유진(물리학과·19) 학생은 “생리 기간에 여성이 가지는 신체적 특성에서 비롯된 고통을 모두가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리 학교 E(영어영문학과·17) 학생 역시 “생리 때는 여러 이유로 고생하고는 한다”라며 “생리공결제는 그런 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생리통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도입된 생리공결제지만 본래의 목적을 잃고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생리공결제는 그의 오남용을 막을 방법만 있다면 필요한 제도”라는 손효돈 원장의 말처럼 지금은 생리공결제 악용을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이 급해 보인다. 만약 학생들의 양심적인 생리공결제 사용으로 좋은 선례만 남겼다면 아마 지금쯤은 모든 대학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았을까?
윤이나 기자
inajoa6338@cbnu.ac.kr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황보동혁 기자
bodong3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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