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청주교육대 단체 채팅방(이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뒤 우리 학교 중문 게시판에 ‘당신도 성희롱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그저 먼 일인 줄로만 알았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우리 학교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이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 3개월간의 기록을 파헤쳐 봤다.
사건은 어떤 과정으로 처리됐나
지난해 12월 초, 대학별 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의 우리 학교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당신도 성희롱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ㄴ 학과 일부 남학생이 지난 1년간 단톡방에서 행한 성희롱 내용을 고발하고 있었다. 단톡방에 오간 대화들은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표적으로 한 성희롱을 담은 내용으로, 그 수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해당 글에는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거나 피해자를 응원하는 댓글이 넘쳐났고, 이와 함께 우리 학교 중문 게시판에 붙여진 대자보에도 같은 내용의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었다.
그러나 곧 종강을 맞으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었고, 학교 측의 징계 또한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본지는 해당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다.
사건 처리 과정(아래의 표 참고)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학생자치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구성된 특별위원회다. 1차 특별위원회 구성원이었던 제51대 ‘SYNERGY’ 총학생회 박형빈(미생물학과·14) 부학생회장은 “인권센터가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못 한다는 피해 학생의 호소에 부응해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을 방지하고,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라며 “특별위원회에서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인권센터의 규정 변경’을 학교 측에 요구했고, 유사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측의 빠른 상황 조치와 학칙에 입각한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특별위원회의 요구에 학교 측도 지난해 12월 18일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해당 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에 대한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로, 이날 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성희롱으로 의결한 후, 사건 당사자들에게 의결 결과와 재심 요구에 대해 고지했다. 우리 학교 양성평등상담소 운영시행지침 제26조는 사건 당사자가 위원회의 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서면으로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재심 신청은 없었고, 이에 농업생명환경대는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처럼 단과대 차원에서 징계위원회가 구성된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과 이종희 팀장은 “한 개의 사안에 연루된 모든 학생이 한 단과대 소속이면 해당 단과대 학장이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루된 학생들의 단과대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본부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답했다.
그들의 죄명은
우리 학교 학칙 제5장 제2절 제119조(징계처분)에 따르면 ‘성행이 불량해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한 사람’에게는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으며, 징계는 ▲근신 ▲유기정학(5일 이상~30일 미만의 정학) ▲무기정학(30일 이상의 정학) ▲제적 중에 결정해야 한다.
이종희 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징계 수위는 징계위원들의 고유권한으로, 정성과 정량 두 가지 판단요소를 통해 결정한다. 정성 판단요소는 ▲행위가 단순한 실수인가 ▲실수가 반복되는가 ▲악의적인가 ▲얼마나 중대한가 ▲사회적 파급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등이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 관점에서의 개전 가망 여부다. 한편 정량 판단요소는 수치화가 가능한 요소로 이번 사건을 예로 들면 ▲댓글 참여 수 ▲악의적인 어휘 수 ▲발언 학생 수 ▲2차 가해 여부 등이 해당한다.
또 군입대 휴학 기간의 징계 기간 포함 여부에 대해 이종희 팀장은 “우리 학교 학칙에 의하면 징계를 받은 학생은 휴학이 불가능하지만, 군입대 휴학은 국가 법령에 따른 징집이므로 해당 규정이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군 복무 기간은 징계 기간에서 제외된다’라는 규정을 세부 조항으로 추가했다. 따라서 이번 단톡방 사건 가해자의 군 복무 기간은 징계 기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 학칙에서 단톡방 성희롱 가해자들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 수위가 제적이지만, 형법을 적용하면 더 위중한 처벌도 가능하다. 굿플랜트 법률사무소 김가람.심민석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판례에서는 전파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단톡방에서의 모욕적 언사는 단톡방 내 다른 대화자에게 전파돼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그러나 성희롱은 성립되지 않는다.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성희롱으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김가람.심민석 변호사는 “성희롱은 ‘피해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해야 범죄가 성립하는데, 단톡방 성희롱의 대부분은 피해 당사자가 없는 제3의 단톡방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처벌할 근거 법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단톡방 사건, 멈추지 않는 이유
우리 학교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전에도 여러 대학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우리 학교 사건의 가해자처럼, 단톡방 성희롱이 잘못된 행동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이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승진 사무국장은 “모든 폭력의 기반은 여성혐오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성적 도구화해서 능욕하는 문화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생기기 이전에도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김신아 활동가는 “그간의 단톡방 성희롱 사례들을 보면, 학내 남성 구성원이 여학생을 대상화하고 품평하고 성희롱하면서 그들만의 유대를 강화한다. 이는 어긋난 성 감수성을 가진 남성들이 집단적으로 성폭력 문화를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번 단톡방 성희롱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가해자 대부분은 군입대를 선택했고, 피해자들이 요구한 공개사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제52대 ‘도약’ 총학생회 김지한(정치외교학과·15) 총학생회장은 “징계위원회에서 나온 내용은 피해 학생분들이 요구한 사항 외에는 공개할 수 없다”라며 “다만 피해 학생분들과의 면담을 통해 징계 결과가 수용된 것을 확인했고, 징계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요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해당 사건의 처리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우리 앞에 놓였다. 이에 관련한 전문가의 조언과 용기 있게 이번 사건을 외부에 알린 피해 학생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학교내 학생들의 메시지로 기사를 마무리 한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신아 활동가
단톡방을 사적 영역으로 생각해 이곳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농담이나 대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은 성폭력이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윤리 의식의 결여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희롱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 김가람 변호사
대학 내 성희롱 사건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교 차원의 예방교육이며, 처벌 이전의 예방 조치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예방교육과 이를 어겼을 때의 처벌까지 일차적으로 학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사회 어떤 영역에서든 형법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 피해자 A 학생
피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교양 수업을 같이 들었을 뿐 어떤 교류도 없었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문입니다. 단톡방 내용을 봤을 때는, 무서웠습니다. 길을 오갈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저를 욕하고 있는 것 같아 한동안은 외출도 못 했습니다. 졸업 전까지 가해자들을 학교에서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과 위로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피해자 B 학생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 간 인권센터에서 시스템상 당장 무언가를 가시적으로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인권센터를 포함해 징계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1.2차 특별위원회, 교수님들, 그리고 응원해준 학생들께 감사합니다.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징계가 내려진 이제부터가 이번 사건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 피해자 C 학생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을 보면 ‘혹시 저 사람도?’하고 의심하지 않고, ‘가해자가 보복하진 않을까’하는 두려움 없이 전처럼 웃으면서 학교 다니고 싶습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끔 가해자들이 속한 단과대나 학과 전체를 비방하는 사람이 보이는데, 가해자와 그가 속한 집단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대자보를 붙인 날부터 종강 전까지 매일 대자보를 보러 갔었는데, 하루하루 늘어나는 포스트잇을 보며 얼마나 벅찼었는지 모릅니다. 자기 일처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정정묵(전기공학부·14) 학생
비단 가해자뿐만 아니라, 대자보를 보고 있는 모든 학생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가해자들의 행위에 화가 납니다. 엄중한 처벌을 내려 추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윤소현(철학과·18) 학생
이 사건의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용기를 내 이번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분들께 조금이라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는 마음을 표하고 싶어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만약 아직도 이런 미개한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사건을 봐서라도 당장 멈추길 바랍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습니다.
# 익명의 A 학생
저의 작은 메시지가 나비효과가 돼 피해자들에게는 위로와 보호가, 가해자들에게는 정당한 처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남녀를 떠나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의식 개선이 필요하며, 학교 측에서 피해자들이 이전의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줬으면 합니다.
# 익명의 B 학생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가 단톡방에 나왔다면서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파 포스트잇 운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많은 분이 기억하기를, 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 익명의 C 학생
이제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이를 부끄러워하며 잘못했다고 말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여성에 대한 권리와 존중이 필요한 시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이나 기자 inajoa6338@cbnu.ac.kr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윤이나&김민지&정윤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