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멈춰선 가운데 대학가 역시 모든 것이 멈췄다. 우리 학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학이 지난 3월 16일 개강을 했지만, 학생들의 등교 없이 비대면 강의가 진행 중이다. 개강 후 2주간 시행하기로 했던 비대면 강의는 연장을 거듭해 현재는 2020학년도 1학기 말까지로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낯선 상황에 우리 학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어떤지 들어봤다.
멈춰 선 학교,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수업조차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내 행사도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 학생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OT ▲학생 자치기구 출범식 등이 취소됐고, 앞으로 있을 ▲5월 문화제 ▲동아리 가두 모집 및 활동 ▲총장 배 축구 대회 등도 취소 또는 연기될 예정이다. 또한 ▲도서관 ▲단과대 강의실 및 정독실 ▲세미나실 ▲공연장 ▲실내.외 체육시설 ▲제2학생회관 등 대부분의 학내 시설물 이용이 제한되거나 폐쇄됐다.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학교 전체가 멈춰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유독 아쉽고, 불편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봄이 왔는데 봄이 아닌 신입생
많은 이가 새내기 시절을 대학 생활에서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20학번 새내기들은 이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성민(경제학과·20) 학생은 “동기들과 캠퍼스를 누비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대학 생활을 꿈꿨는데, 집에서 비대면 강의만 듣고 있으니 캠퍼스를 누비기는 커녕 동기들도 만나보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주현정(도시공학과·20) 학생도 “OT와 MT를 갈 수 없어 너무 아쉽다. 여러 선배, 동기들과 어울리며 대학 생활에 대한 조언도 듣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우리에겐 그 기회가 없어졌다. 그러나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재학생도 이런 일은 처음
이런 일이 처음인 것은 재학생도 마찬가지다. 유기열(행정학과·19) 학생은 “2학년이 돼 후배를 만난다는 설렘과 과학생회에 참여해 열심히 일할 생각으로 벅찼었는데, 코로나19로 모두 미뤄져 아쉽다. 강의도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교수님과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힘든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3학년인 익명의 학생은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특정 과목을 제외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생활에 여유가 생긴 건 좋지만, 그만큼 나태해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4학년인 임건희(정보통신공학부·16)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일 대부분이 무산됐고,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 없다. 4학년은 학교가 정상 운영돼도 졸업 준비로 힘든데 정말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더 불편해진 장애 학생
코로나19로 생긴 변화에 장애 학생은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중증 시각장애를 가진 ㅇ(국어교육과·17) 학생은 “나는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하려면 음성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수업 관련 내용을 포함한 많은 공지사항이 음성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바로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라고 털어놨다. 청각 장애를 가진 ㅈ(패션디자인정보학과·19) 학생은 “동영상 강의에 자막이 없거나, 있어도 줄임말 등 부정확한 표현 탓에 강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적 장애를 가진 ㅊ(식물자원학과·17) 학생은 “강의가 이러닝 시스템에 게시돼 반복 학습이 가능해진 것은 좋지만, 실습이나 실험을 자료로 대체하는 건 학습효과가 없는 것 같다. 또 나보다 심한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은 자막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1대 ‘WATW’ 장애학생회 측은 “교수님들께 장애 유형별로 수업을 듣는 데에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공식적으로 장애 등급을 받진 않았지만, 비대면 강의를 수강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이 분명히 있을 테니 이에 대한 대책이 꼭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유학생
국제교류본부에 따르면 우리 학교 전체 유학생 약 1,300명 중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은 929명이다. 비대면 강의가 진행 중인데도 이들은 왜 본국이 아닌 한국에 머무는 것일까? 중국에서 온 여건국(영어영문학과·16) 학생은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에 있다가 대면 강의가 시작될 때 한국으로 오면, 감염 위험도 있고 자가 격리도 해야 하니 계속 한국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역시 중국에서 온 성의붕(국제경영학과 대학원·20) 씨는 “비대면 강의 연장 결정이 1-2주 단위로 여러 차례 되다 보니 대면 강의 가능성을 믿고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코로나19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 돼서 출입국이 통제되기 때문에 본국으로 가고 싶어도 못 간다”라고 전했다. 한편 익명의 한 중국 유학생은 “이전에는 수업내용이 이해가 안 되면 한국 친구에게 물어가며 수업을 따라갔는데, 비대면 강의는 그럴 수가 없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비대면 강의’에 쏟아진 불만들
코로나19로 변한 것 중 학생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것이 비대면 강의이다. 실제로 비대면 강의가 처음 진행된 2주간 대학별 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 우리 학교 게시판에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또 제52대 ‘도약’ 총학생회(이하 도약 총학생회)가 3주 차에 실시한 ‘비대면 강의 1차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제’만을 내주는 수업(344건) ▲실습 및 예체능 과목이 아님에도 계속 결·보강을 진행하는 수업(114건) ▲타 교수의 강의로 진행되는 수업(51건) ▲강의계획서가 수정되지 않는 수업(86건) 등을 포함해 총 1,092건의 불만 사항이 접수됐다. 충북대신문은 지난달 17일부터 비대면 강의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제보받아왔는데, 학생들의 불만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출석 인정 여부 확인 불가
ㄱ 학생 : 음성 PPT 수업은 컴퓨터 방문 기록으로 출석이 결정되는데 혹시 기록이 되지 않을까 봐 불안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출결 상황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ㄴ 학생 : 출석을 정시에 하고 강의도 정직하게 들었지만, 혹여 오류가 발생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출석이 잘 됐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과제로 대체된 수업
ㄷ 학생 : 수업을 대신하는 과제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주제에 관한 과제인지조차 설명하지 않고 과제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교수님이 귀찮아서 수업을 과제로 대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ㄹ 학생 : 대부분의 과목에서 불필요한 과제를 내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께 배우고 싶은데 의미 없는 과제만 내주면 참 씁쓸합니다.
ㅁ 학생 : 비대면 강의가 처음 시행된 2주간의 수업을 모두 과제물로 대체해 강의를 듣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아쉽고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진 소통
ㅂ 학생 : 대면 수업 때는 질문이 생기면 곧바로 교수님께 여쭤보면 됐었는데 비대면 강의로 인해 제때 질문을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물론 메일을 보낼 수 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즉시 들을 수 있던 대면 수업과는 다릅니다.
온라인 수업 진행의 미숙함 및 열악한 환경
ㅅ 학생 : 한 강좌가 음성 파일이 담긴 PPT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음성이 자꾸 끊깁니다. 분명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뒤에 더 있는 것 같은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중간에 녹음이 끝나고 슬라이드가 넘어가 버려 황당합니다. 또 PPT 자체에 음성을 삽입한지라 교수님이 지칭어를 사용할 때 PPT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어 난감합니다.
ㅇ학생 : 음성이 삽입된 PPT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음성이 제대로 삽입되지 않았거나 잡음이 심해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수업의 경우에는 수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캠과 음성을 사용할 수 있는데, 학생이 실수로 음성을 켜놓은 상태로 수업을 들어 그 학생의 소리가 교수님의 소리와 섞여 수업에 방해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타 강좌로 수업 대체
ㅈ 학생 : 교수님께서 비대면 강의 1주 차와 2주 차 수업을 본인께서 2011년에 강의한 영상을 보고 그에 대한 요약본을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하셨습니다. 유사한 부분이 있기에 2011년 강좌를 먼저 들으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강의의 제목과 다루는 분야가 다릅니다. 무엇보다 너무 오래된 강좌라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질이 안 좋고 버퍼링도 심합니다.
만족스러운 비대면 강의를 위해
비대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있지만, 우리 학교 측은 이를 예상해 비대면 강의 시작 전부터 대비책을 쌓아왔다. 학사지원과는 교수와 강사의 원활한 수업자료 제작을 돕기 위해 원격수업기술지원 연구원 2명을 선발해 ‘원격수업콘텐츠 제작지원 홈페이지’를 개강 전에 개설했으며, 콘텐츠 제작 교육을 수료한 교육보조원과 연구보조원을 선발해 단과대 행정실에 2명씩 배치했다. 또 이러닝 시스템을 관리하는 창의융합본부 스마트교육센터는 비대면 강의를 ▲원격수업 ▲실시간 화상 수업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 수업 ▲과제물 활용 수업으로 나눠 각각의 강의 특성에 따른 플랫폼 사용 방법을 모든 교수와 강사에게 영상으로 안내하고, 이러한 도움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사용자 PC에 접속해 원격 지원을 하거나 직접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 줬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담당 교원이 진행하는 수업방식에 따른 ▲동영상 강의 시청 방법 ▲강의자료 다운로드 방법 ▲토론방 참여 방법 ▲과제물 제출 방법 ▲퀴즈 응시 방법 ▲실시간 화상 강의 참여 방법 등을 안내하고,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에브리타임에 ‘비대면 강의 게시판’을 개설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에게 1:1의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학사지원과 수업팀 이민근 팀장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빠른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또한, 학사지원과와 스마트교육센터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해당 학과로 연락해 해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상황을 통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현재는 국난 극복이 급선무이기에 이미 진행 중인 일을 더 잘 보완하고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도약 총학생회는 비대면 강의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자체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해 학사지원과에 전달하고, 그에 대한 학교 차원의 해결책을 받아 모든 학생에게 공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밖에도 도약 총학생회는 ▲기숙사 입주 정보 ▲공공시설 휴관 여부 ▲우리 학교 인근 확진자 이동 경로 등과 같은 종합적인 상황을 파악해 학생들에게 매일 공지하고 있다.
비대면 강의, 언제까지
비대면 강의 연장 여부는 총장 이하에 있는 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에서 진행되며 ▲세계적 코로나 전파 현황 ▲한국 사회의 분위기 ▲교육부 권고안 ▲전국 190여 개 대학의 비대면 강의 연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한 후 결정한다. 이민근 팀장은 “이제까지 비대면 강의를 1〜2주 단위로 연장해 학생들에게 불편을 줬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대면 강의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놓기 위함이니 이해를 구한다. 현재는 지난 20일에 공지한 대로 비대면 강의를 1학기 말까지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중간고사를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대면 시험 미실시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현재는 1학기 말까지 비대면 강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상황에 따라 비대면 강의가 단축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한, 다음달 6일부터 대면 수업이 불가피한 ▲실험 및 실습 ▲실기 ▲설계 등에 한해 대면 강의가 허용된다. 이민근 팀장은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조금이라도 보장해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며 해당 과목 교수가 대면 수업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 학사지원과에서 이를 검토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에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 속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시간이 지나가면 끝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지금 지적되는 문제들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지금보다 능숙하고 만족스럽게 대처할 능력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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