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학교는 캠퍼스 내에 ‘함께 걷는 길’을 조성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물어 배리어 프리 캠퍼스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학교는 장애학생과 ‘함께’ 걷고 있는 것이 맞을까? 우리 학교의 배리어 프리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캠퍼스, ‘청춘’의 상징인가, ‘소외’의 현장인가
푸르른 청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캠퍼스. 특히 우리 학교 캠퍼스는 지역거점국립대라는 명성에 걸맞은 광활한 넓이와 아름다운 조경으로 유명해 우리 학교 학생의 자랑이 돼주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 학생에게는 어떨까? 우리 학교 캠퍼스는 정말 ‘모든’ 학생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캠퍼스 내 장애 학생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봤다.
먼저, 우측에 위치한 표는 우리 학교 장애지원센터에서 제작한 장애 학생을 위한 학내 편의시설 가이드를 바탕으로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사로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점자 안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정하고, 교내 총 67개의 건물을 점검한 결과이다.
점검한 건물 중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건물은 총 33개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치지는 숫자였다. 그러나 이 33개의 건물도 모두 ‘배리어 프리’ 건물로 명명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경영대(N14)는 턱이 있는 강의실이 많아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있었고, 생활과학대(N20-1)는 건물 통로나 강의실 출입구 자체가 좁아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또한, 1층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도 수동 여닫이문인 데다가 통로 너비가 좁아 역시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제2학생회관(S14)과 개신문화관(E2)도 장애인 화장실 문이 무거운 유리 여닫이문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하는 데에 주의가 필요했다.
네 가지 기준 중 한 가지도 충족 못 한 ▲국제교류본부 3호관(N9) ▲미술과(N16-3) ▲개성재 정의관(N17-4) ▲개성재 개척관(N17-5) 등 총 4개 건물과, 경사로만 설치된 ▲산학협력관(N4) ▲생활과학대 제2본관(N19) ▲자연과학대(S1-2) ▲자연과학대 3호관(S1-3) ▲제1공장동(E8-4) 등 5개 건물은 모두 1992년 이전에 준공된 노후 건물들이었다. 이 건물들을 장애 학생이 이용할 경우 많은 불편이 예상되는데, 특히 산학협력관(N4)은 장애 학생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다른 건물의 장애인 화장실로 이동해야 했다.
그밖에도 농업과학기술교육센터(S21-30)처럼 승강기가 없는 건물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장애 학생의 층간 이동이 불가능해 보였고, 점자 안내도나 점자 블록이 없는 건물은 시각장애 학생이 건물 내부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강의실을 찾는데 어려움이 예상 됐다. 이에 대해 저시력 장애를 가진 ㄱ 학생은 “혼자 강의실을 찾아갈 때는 조금 긴장이 된다”라며 어려움을 내비쳤다.
장애 학생 학습권, 그 실태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우리 학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교육복지평가’에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만큼 장애 학생의 학습권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돼 있다. 이는 지난 2005년 장애 학생의 교육환경개선 및 학습지원을 취지로 설립된 우리 학교 장애지원센터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의 결과이다. 장애지원센터에서는 ▲학습지원제도(장애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지원근로학생을 선발해 도움을 주는 제도) ▲학습기자재지원(휴대용 독서 확대기, 음성 송수신기, 수동.전동 휠체어 및 13개의 학습기자재 보유) ▲우선수강신청제도(비장애 학생보다 1주일 먼저 수장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며, 그밖에도 ▲학습지원협조요청 안내문 ▲학점등록제도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학습지원제도’는 도움의 주체가 비장애 학생이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장애지원센터는 학기마다 ‘교육지원인력’이라는 이름 아래 봉사 장학생을 모집하고, 지원학생과의 상담 및 시간 조율을 거친 후 최종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선발된 봉사 장학생은 시간과 계열(인문/자연)을 고려해 장애 학생과 1:1로 연결되고, 장애 학생의 학습과 생활에서의 불편한 부분을 보조한다. 봉사 장학생은 주로 ▲강의 대필 지원 ▲보고서 지원 ▲시험대필 지원 ▲생활 지원 ▲생활관 지원 ▲이동 지원 ▲튜터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이러한 ‘학습지원제도’는 장애 급수는 못 받았지만, 몸이 불편한 학생도 얼마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애지원센터 이양숙 주무관은 “학습지원제도는 중증 장애 학생을 우선 지원하고, 경증 혹은 그 이하의 장애를 가진 학생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우리 학교 장애 학생 특별지원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지원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신청하는 모든 학생이 학습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강의 대필 지원을 받는 ㄴ 학생은 “교수님께서 강조한 내용이 책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교수님 말씀을 듣고 수업을 이해하는 것조차 벅찬 나로서는 그때그때 필기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봉사 장학생의 꼼꼼한 대필이 많은 도움이 된다”라며 봉사 장학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역시 강의 대필을 지원받고 있는 ㄱ 학생은 “수업 시간에 임의로 조별 활동을 하게 되면 봉사 장학생과 떨어져 앉게 돼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꼭 대필해줬으면 하는 내용을 전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라며 교수님들의 세심한 배려를 부탁했다. 한편, 봉사 장학생으로 강의 대필 활동을 했던 ㄷ 학생은 “내 전공과는 전혀 연관이 없던 컴퓨터 수업을 대필했던 적이 있었는데, 낯선 프로그래밍언어를 컴퓨터로 받아 적는 것이 힘들었다. 또한, 과목 특성상 도식과 그림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난감했다. 대필 자료가 학생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나름 여러 기호를 사용해 나타내보았지만, 한계가 있었다”라며 비전공 분야 대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양숙 주무관은 “학습지원제도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먼저 봉사 장학생에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봉사 장학생과 장애 학생의 시간은 물론이고 계열까지 맞출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는 갈수록 봉사 장학생 지원자 수가 줄어들고 있어 장애 학생이 있는 해당 학과에 따로 요청하는 상황이다. 많은 학생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장벽은 항상 있었다
이동권과 학습권 이외에도, 배리어 프리 캠퍼스를 가로막는 장벽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물품 보관소로 전락한 장애인 화장실
농업생명환경대(이하 농생대) 연구동(S21-5)에 있는 유일한 장애인 화장실. 4층으로 된 건물이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 있는 이 화장실이 전부다. 하지만 그마저도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공사에 사용되는 사다리가 화장실 한쪽에 놓여 있고, 바닥 상태도 다른 단과대에 비해 깔끔하지 못했다.
농생대 강의동의 장애인 화장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위생 상태는 농생대 연구동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보다 좋았지만 세면대 아래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물뿌리개가 놓여 있다.
- 휠체어 이용자가 학교에서 지워지는 순간
대학본부(N10) 뒤쪽 보행 도로의 모습. 내려가는 방향에는 휠체어 보행이 가능하도록 턱이 낮춰져 있지만 건너편 방향에는 턱이 낮춰져 있지 않아 길을 바로 건널 수 없다.
이런 풍경은 다른 곳에서도 종종 발견됐다. 농생대 강의동 1층에 위치한 강의실 앞. 강의실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앞에 놓인 계단을 지나가야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휠체어 리프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 강의실 점자 안내, 여기는 있고 저기는 없고
강의실 표지판마다 붙여져 있는 점자 안내 스티커. 하지만 이 또한 모든 강의실에서 발견할 수는 없었다. 강의실 번호 안내만 붙어 있는 강의실이 있는가 하면, 강의실 번호와 설명 모두 붙어 있는 강의실도 있었으며 둘 다 없는 강의실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양숙 주무관은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는 탓에 이전에는 점자 안내 스티커 자체가 붙여져 있지 않았다. 지금 붙여져 있는 점자 스티커도 시각장애 학생이 강의실을 찾는 데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장애지원센터 차원에서 따로 붙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 시각장애 학생은 누릴 수 없는 개신누리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개신누리 사이트. 1학기 전면 비대면 강의가 확실시됨에 따라 개신누리 사이트를 이용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났지만, 시각장애 학생은 여전히 개신누리 사이트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 학생이 웹 접근성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센스리더 프로그램’이 개신누리 사이트에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1대 ‘WATW’ 장애학생회 측은 “시각장애 학생의 경우 도우미가 항상 옆에 있지 않은 한 온라인 출석부 확인이나 과제를 내려받을 때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학교 측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산정보원 이승호 팀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그래서 국립대 특성 사업에 응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언제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시각장애 학생이 개별적으로 연락해 도움을 청하면 강의계획서를 별도 파일로 만들어 보내주는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장애 학생의 편안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캠퍼스 곳곳에 보이지만, 미흡한 부분 역시 많았다. 그리고 그 미흡한 부분들은 장애 학생만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진정으로 ‘함께’ 걸을 수 있는 캠퍼스가 돼야 할 것이다.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김민지&정윤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