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는 충북대신문 제952호(2020년 9월 28일자)에 게재된 ‘코로나19로 제기된 학과 학생회비 문제’를 취재하던 중 한 학과 학생회장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학과 학생회에 대한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감사가 정확히 공지된 가이드라인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자치기구 관련 회칙의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기자는 학생자치기구 관련 회칙 취재를 준비하던 중 제52대 ‘도약’ 총학생회(이하 도약 총학생회)와 제36대 ‘늘품’ 총대의원회(이하 늘품 총대의원회)가 지난 9월 관련 회칙을 개정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내용을 취재해 봤다.
관행에 따라 진행된 감사의 문제점
지난 9월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하계 방중 수시감사에서 늘품 총대의원회는 감사결과서 C를 받았다. 이는 ▲예산계획서 작성 오류 및 누락 ▲결산보고서 작성 오류 ▲사필영수증 작성 오류 및 제출기한 초과 등의 사유로 감점을 받은 결과이다. 이에 대해 한 단과대 학생회 총무는 “단과대를 비롯한 모든 학생회와 대의원회의 모범이 돼야 할 총대의원회가 이런 결과를 보여줘 실망했다”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역대 감사에서 늘품 총대의원회처럼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자치기구가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18대 전자정보대 전기공학부 ‘ACDC’ 학생회(이하 ACDC 학생회)는 정기검사 결과로 F를 받았으며, 과거 제13대 경영학부 ‘레인보우’ 학생회는 횡령사건이 발생해 이 역시 감사결과로 F를 받았다. 그리고 이들이 밝힌 ‘감사결과 F’의 사유는 다소 사소한 실수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ACDC 학생회가 밝힌 사유는 ‘대의원회의 사전공지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식비 영수증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영수증 관리가 소홀한 이유에 대해 2018년 공과대 기계공학부 학생회 총무를 맡았던 경동윤(기계공학부卒·13) 씨는 “정확히 명시된 규정이 없어 그동안의 관행을 참고해 감사를 준비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며 “더욱이 회계장부와 결산보고서를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감사 준비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잠깐의 실수로 영수증 등을 못 챙기거나 분실하기도 하고, 오기와 누락 등의 발생으로 좋지 않은 감사 결과를 받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회 자치기구들이 수기로 회계를 관리하다 보니 ▲유사한 양식의 회계장부와 결산보고서 이중 작성 ▲수정 및 관리 불편 ▲회계장부 공유 시 시공간의 제약 ▲예산의 사용내역 보관 불가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늘품 총대의원회 김규목(경영정보학과·17) 의장은 “수기로 작성된 회계장부는 감사기구에서 수시.정기감사 이후, 피감사기구에 다시 반납해야 해 공개 시 여러 어려움이 있다. 또한, 수기작성 회계장부는 양식이 획일적이고, 감사를 위해 작성하는 결산보고서 양식과도 별 차이가 없어 사실상 같은 형식의 감사자료를 2번 작성하는 것이어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대의원회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회계장부의 구성을 개편한 전산화 회계장부를 시행하게 됐다”라며 전산화 회계장부 시행 계기에 대해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2~23일 열린 120차 정기총회에서는 전산화 회계장부 시행을 위해 감사시행세칙이 승인됐다. 이후 늘품 총대의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교육은 진행하지 않고, 전산화 회계장부에 대한 교육 자료를 제작해 총대의원회 블로그에 게시했다. 그리고 지난달 6일부터 전산화 회계장부가 본격 시행됐다. 제40대 농업생명환경대 식물의학과 ‘P.URE’ 학생회 문혁진(식물의학과·18) 총무는 “이전의 회계장부는 학생회비 사용에 따른 모든 영수증을 장부에 첨부해야 하고, 손으로 사용 금액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편했다”라며 “새롭게 바뀐 회계장부는 도안 및 영수증 사진을 컴퓨터로 첨부해 보내기만 해도 감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편리하다”라며 전산화 회계장부의 편리함을 전했다.
흐릿했던 총학생회칙, 개정을 위한 노력
이제까지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규정은 ‘총’학생회칙이 정하고 있었다. 도약 총학생회에 따르면 ‘총’학생회칙은 ‘학생회를 운영하는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필요한 재정 및 관리에 대한 내용을 문서화한 것’이다. ‘총’학생회칙 개정의 필요성을 느낀 도약 총학생회와 늘품 총대의원회는 지난 4월 22~23일 열린 120차 정기총회에서 ▲총학생회장 및 부총학생회장 ▲각 단과대 학생회장 ▲총대의원회 의장 및 부의장 ▲일반 학생을 위원으로 하는 ‘총’학생회칙 개편위원회(이하 개편위원회) 구성을 승인받아 모집 기간을 거친 후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4일까지 활동했다. 이 활동을 통해 개편위원회는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도출했고, 9월 17~18일 열린 121차 정기총회에서 개정을 승인받았다.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 이유에 대해 도약 총학생회는 크게 네 가지를 들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총’학생회칙의 공백 ▲학생인권위원회 개편 ▲기록위원회 활성화를 위한 부분 개편 ▲각 단위별 학생회칙 개정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에서는 총 6가지 내용(아래 표 참고)이 수정됐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제7장 단과대학 대의원회’ 회칙으로 기존의 ‘제6장 단과대학’에 포함돼 있던 단과대 대의원회 회칙 내용을 ‘제7장 단과대학 대의원회’를 신설해 관련 내용을 분리했다. 이에 대해 김규목 의장은 “기존 ‘총’학생회칙의 경우 ‘단과대 대의원총회’와 ‘단과대 대의원회’에 대해 명시적으로 구분돼 있지 않아 업무 및 권한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운영상 혼란이 초래됐다”라며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해 단과대 대의원회와 대의원총회가 정해진 규정 내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내용이 개정된 회칙은 ‘제8장 4절 학생인권위원회’ 관련 회칙으로 학생인권위원회를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편성하고, 위원회 구성과 학생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업무 및 권한 내용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학생인권위원회를 총학생회의 산하기구로 개편해 특정사건 발생 시, 모든 학생이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총’학생회칙 개정과 별도로 각 단과대 학생회칙도 새로 제정했다. 이제까지 각 단과대 학생회는 관행과 ‘총’학생회칙에 준해 운영해 왔기에 별도의 회칙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도약 총학생회 김지한(정치외교학과·15) 회장은 “사범대의 경우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단과대와 각 학과 학생회 임기가 2학기부터 시작하고, 공과대 학생회는 소속 학생 수가 많아 총학생회칙에 규정된 ‘20명의 학생회 구성’보다 많은 인원을 임원으로 두고 있다”라며 “각 단과대의 자치권과 특색을 고려한 단과대 별 학생회칙이 있어야 다양한 개성과 가치의 조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뉴턴의 운동 법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에 의하면 물체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그 물체의 운동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물체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든 법규나 관행도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도약 총학생회와 늘품 총대의원회의 ‘총’학생회칙 개정은 더 나은 학교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 벗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개정해 나가는 도약 총학생회와 늘품 총대의원회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김진선 기자
wlstjs12369@chungbuk.ac.kr
임유빈 기자
glara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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