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전공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ㄱ 학생은 오늘 있을 중간고사를 위해 잠을 줄여가며 새벽까지 공부했다. 힘들긴 했지만 열심히 공부한 만큼 시험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떨리는 마음을 달래며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그날 저녁, 교수님으로부터 오늘 시험에서 몇몇 학생의 부정행위가 적발돼 전체 무효처리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만연해지면서 우리 학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비대면 시험의 부정행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학교 측의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알아봤다.
정답이지만 부정(不正)한 답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기시험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비대면 시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동안 다른 웹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다른 학생들과의 연락을 통해 답을 공유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먼저 인하대에서는 의과대 단원평가 시험으로 지난 3월 12일과 22일에 실시된 ‘근골격계’ 평가와 지난 4월 18일에 실시된 ‘뇌분비계’ 평가에서 2학년 41명, 지난 4월 11일에 실시된 ‘기초의학 총론’ 평가에서 1학년 50명 등 총 91명의 학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됐다. 적발된 학생들은 2~9명이 한 장소에 모이거나,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 답을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성균관대에서는 모르는 문제를 올리면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답을 알려주는 해외 사이트에 한 교양 수업의 시험 문제를 올린 부정행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해당 시험은 무효가 되고, 학생들은 재시험을 봐야 했다. 재시험은 화상 회의 사이트인 ‘줌(Zoom)’을 통해 문제당 제한 시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성균관대 재학생은 “대면 시험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루빨리 대면 시험으로 전환돼 공정한 시험이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양대에서는 정식으로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전화통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한 교양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몇 명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단체통화를 하며 문제에 대한 답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한 학생은 “부정행위가 적발되지 않았을 뿐, 부정행위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수강하는 수업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지만 발각되지 않았다. 비대면 시험이 불가피한 지금, 모두가 노력해 공정한 시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정한 시험 문화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다가오는 기말고사도 상당수 교과목이 비대면 시험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부정행위에 취약한 비대면 시험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 학교 측, 그리고 교수님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 학교 김하경(경영학부·19) 학생과 전은서(농업경제학과.19) 학생, 학사지원과 최솔지 주무관, 행정학과 윤태섭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하경: 교수님 혼자서 많은 학생을 한꺼번에 모니터하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적발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또한, ‘에브리타임’에서 부정행위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도, 글쓴이가 익명이다 보니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전은서: 비대면 시험의 경우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해 덧붙이기도 하고, 객관식이나 단답식 문제를 푸는 시험에서 친구와 전화나 문자로 정답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부정행위가 일어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부정행위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학교 측이 마련했으면 하는 대책이나 건의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하경: 대면 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비대면 시험을 봐야 한다면 문제 순서를 학생마다 다르게 제시하고, 이전 문제로 다시 돌아가서 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시험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주변 사진을 찍어 교수님께 인증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전은서: 웬만하면 시험을 대면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않는 이상 부정행위 방지에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교양과목도 전공 시험처럼 강의실을 나눠 입실하고, 철저한 감독 하에 시험을 치르면 좋겠어요.
Q. 시험을 대면으로 봤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건의 사항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솔지 주무관: 우리 학교는 <충북대학교 학사운영규정> 제80조의 2(정기시험)에 따라 정기(기말)시험 운영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등을 고려해 시험방식 관련 원칙과 방향을 안내하고, 대면과 비대면의 시험 방법은 교과목 담당 교수님이 선택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2학기 기말시험 계획이 안내됐고, 교과목별 시험 일자 및 방식에 대해서는 최소 기말고사 시험 2주 전까지 학생들에게 공지하도록 안내했습니다.
Q. 비대면 시험을 실시하며 겪으신 어려움이나 걱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태섭 교수: 제가 담당하고 있는 행정학입문 수업에서는 이번 중간고사 때 e캠퍼스 시험 카테고리를 사용했습니다. 비대면 중간시험 진행 시 학생 상호 간 문제에 대한 토의 및 답안 검색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을 활용했어요. 이 경우 선다형 혹은 O.X형의 문제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한 이해도 증진이 과연 이뤄졌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비대면 시험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비대면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로 인해 비대면 시험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해당 부정행위를 최소화하려는 방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학생들에게 학습 윤리 교육을 시행하고, 교수가 실시간 화상회의 시스템 ‘웹엑스(Webex)’를 통해 응시생의 신분과 연습장을 확인하고 시험을 감독하도록 했다. 한 익명의 성균관대 재학생은 “교수님이 화상으로 시험 상황을 실시간 감독하니 부정행위 우려가 조금 줄었다. 실제로 부정행위 적발 사례도 줄었다고 들었다”라며 웹엑스를 이용한 시험감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리 학교는 학부 교양과목을 대상으로 ‘비대면 시험 온라인 감독 서비스 활용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이번 학기부터 대학 비대면 긴급교육 지원사업 예산으로 비대면 시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온라인 시험감독 서비스인 ‘모니토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학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험기간 도래 전 해당 학기의 ‘정기(기말) 시험 운영계획’(표1참고)을 수립해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철저한 시험감독을 독려하고, <충북대학교 학사운영 규정> 제99조와 제100조에 부정행위자의 유형별 처벌기준과 부정행위자 적발 시의 조치 방법(표2 참고)을 명시해 부정행위에 대한 학생들의 경각심을 높여왔다.
하지만 시험감독과 처벌 규정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양심이다. 전은서 학생은 “학점을 잘 받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양심을 저버린 부정행위를 부끄러워하고 정당하게 시험을 치르는 우리 학교 학생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컴퓨팅 사고력 기르기’ 수업을 담당하는 신미예 강사는 “학생, 교수, 학교 관계자 모두 비대면 시험은 처음이니 서로 간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 이름을 걸고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비대면 시험과 부정행위 예방에 가장 중요한 대책이자 방법이며, 이에 호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윤태섭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을 단지 성적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 학기 동안 공부한 교과목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부정행위를 통해 좋은 점수를 얻을 수는 있어도 지식, 나아가 지혜를 얻을 순 없다”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과 시험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만큼 부정행위에 노출돼 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비롯해 자신까지 속여 적어낸 답이 시험에서는 정답일지 몰라도, 자신을 위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태림 기자
txo@chungbuk.ac.kr
민주희 기자
janeausten@chungbuk.ac.kr
이종우 기자
dlwhddn722@chungbuk.ac.kr








김태림&민주희&이종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