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복제견 ‘메이’ 사건부터 경북대 실습견 ‘건강이’ 사건 등 최근 대학 내 동물 실험 윤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우리 학교 수의대 교수팀의 한 논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물의 고통과 생명을 담보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에 대한 비판과 더 큰 이로움을 위해 합법적인 틀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동물권 보장과 동물실험이 양립할 방법은 없을까?
도마 위에 오른 우리 학교 동물실험
지난해 11월 20일 미국 의약학 논문 학술지 <Plose One>에 우리 학교 수의대 연구팀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안구에 대한 예비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컴퓨터 디자인과 3D 프린팅 기술로 비용을 낮춘 맞춤형 인공 눈과 안와(눈구멍) 임플란트(적출 후 빈 곳을 메워주기 위한 이식물)를 제작해 높은 제조 비용으로 사용이 꺼려졌던 기존의 안와 임플란트 및 보철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안정성도 확보하고자 했다. 기존의 실리콘을 활용한 실험은 염증 발생과 이식물이 튀어나오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연구팀장으로 연구에 참여한 우리 학교 수의학과 박경미 교수는 “신소재로 개발된 안와 임플란트는 생체 적합성이 높고 이물 반응과 염증 반응이 현재의 소재보다 현저히 적어 현재 사용하는 물질보다 더 좋은 안와 임플란트 치료 소재로 사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타진했다. 본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치료 방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여 보호자의 치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일 <Plose One> 측은 해당 연구에 대해 ▲연구의 내용이 국제적 동물실험 윤리 기준에 충족하는지 ▲연구의 결과물이 기존의 절차와 비교해 실제로 얼마나 개에게 임상적 이점을 제공하는지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건강한 개들을 사용한 것이 과학적 및 임상적 정당성에 부합하는지 ▲수술 직후 통증이나 염증 등의 임상 징후에 대한 결과를 고려했을 때 조치가 적절했는지 ▲통증을 평가하는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됐는지 등의 문제를 이유로 연구 윤리 문제 제기 및 논문을 재평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동물 실험 과정의 윤리 문제로 인해 논문을 재평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동물권 보장’ vs ‘대안 없는 비판’
관련 내용은 지난 1월 22일 <한국일보>의 보도로 처음 국내에 알려졌고, 이후 많은 누리꾼이 비판에 가세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연구 과정에서 멀쩡한 비글 개 암수 두 마리의 한쪽 눈을 각각 적출하고,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 눈과 안와 임플란트를 넣는 실험을 한 후 안락사시켰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해당 동물실험을 규탄하는 청원과 해당 동물실험을 승인해 준 우리 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운영 문제와 무능을 규탄하는 내용의 청원이 각각 올라와 있다.
더불어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에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1·2차에 걸쳐 정보 공개 민원신청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생체해부 및 실험에 반대하는 동물권 단체로서 사안을 알리고,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동물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숱한 사건들에 대응해왔지만, 이번 건은 이례적으로 많은 분이 함께 분노하고 민원 행동에 동참해 주신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학내 연구자들에게도 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 이번 행동의 목적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해당 연구는 동물 윤리에 문제가 없는 동물실험이었다’는 답변과 함께 관련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우리 학교 방성재(체육교육과·20) 학생은 “실험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한 것이 비윤리적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이미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동물실험의 결과이므로 현실적인 대안없이 동물실험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연구자는 어떠한 과학적 사실과 의료적 방법의 기술발전 및 검증을 위해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해당 내용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고 진행한다. 연구자가 속한 기관에서 구성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3명 이상 1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연구자가 신청한 동물실험을 심사해 원안승인.수정후승인.수정후재심.미승인으로 결과를 통보한다. 이에 박경미 교수는 “현재 동물실험을 완벽히 대체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기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된 동물실험은 인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의 동물실험은 충북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으며 최소한의 실험동물 개체(2마리: 암컷 1, 수컷 1)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에 시행하는 원칙대로 호흡 마취 및 충분한 마약성 진통제를 2주간 사용해 통증을 경감시켰다. 우리 연구는 실험에 사용되는 고등동물을 감각능력이 낮은 동물로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동물의 수를 최소한으로 감소(Reduction)시키며, 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험을 정교화(Refinement)하라는 동물실험 3R 원칙에 따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동물실험에 제기된 윤리적인 문제는 크게 ▲동물 대체실험 가능성 ▲실험 후 폐기 처분(안락사) ▲유기견으로 실험하지 않은 것 등이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박경미 교수는 “먼저 동물 대체실험 가능성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면, 현재 동물 대체 시험법이 개발 중이고 우리 팀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현실적으로 의료소재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및 과학 기술 검증을 위한 동물 실험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이식 후 ▲염증 ▲이물 반응 ▲거부 반응 ▲수술 적합성 평가 등의 연구는 현재 동물실험 대체가 불가한 부분이다. 또 실험 후 안락사시킨 것은 동물이 회복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판단돼 <동물보호법> 제23조 6항에 따라 신속하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기견으로 실험하지 않은 것은 <동물보호법> 제24조가 유실, 유기견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실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제작한 안와 임플란트는 새로운 소재로 제작된 수술재료여서 사전 안전 실험을 통한 ▲수술 적합성 ▲생체 적합성 ▲염증 및 이물 반응 등의 임상 검증 없이 반려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건강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합법적인 최선의 대안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우리 학교 박보현(소프트웨어학과·20) 학생은 “실험을 통해 인공 눈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에 대한 부작용으로 동물이 고통스러워했다면 안락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실험 과정도 3R 원칙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 학교 수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동물실험은 수의학의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물론 동물권도 중요하지만, 소수 동물의 희생으로 더 많은 동물을 살리고, 나아가 인류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면 동물실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요즘 진행되는 동물실험은 최대한 동물권을 지키기 위한 절차에 맞춰 진행되므로 이번 우리 학교 수의대 연구팀의 인공 눈 관련 실험은 불가피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동물실험과 동물권 보장, 타협점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험동물 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3배 가까이 늘어 2019년에는 371만 2,380마리에 달하고, 그중 75%가 D, E 등급(동물실험 등급은 실험동물이 느끼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B~E 등급으로 나뉘는데 B 등급이 고통과 스트레스 정도가 가장 덜하고 E 등급이 가장 심한 실험임)의 실험에 동원된다. 이처럼 대부분 실험동물이 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실험에 동원되다 보니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지연 대표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삶과 죽음을 소홀히 여기는 종 차별적인 태도가 문제다. 동물에 대해 함부로 해하면 안 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면, 어떤 실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동물실험의 대상이 대부분 개였던 것에 대해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동물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험동물 중 대부분이 쥐이고,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늘어나는 추세다. 개가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과 연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문제 제기 또는 제보가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대체 시험의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까지나 다른 동물의 고통에 의존하며 우리의 건강을 바랄 수는 없다. 좋은 과학은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안을 담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난 1월 12일에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유기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는 등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박경미 교수는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동물실험윤리 부분이 많이 개선됐고, 동물시험 대체법에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동물실험은 반드시 3R 원칙에 입각해 수행하고, 실험동물 복지 및 대체법 등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앞서 의견을 준 A 학생은 “동물 대체실험과 실험 후 동물 처우를 보장하는 등의 국가적 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람들이 그 실험의 목적과 정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가 공개돼야 하며, 공개된 자료를 꼼꼼히 평가하는 것이 동물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보탰다.








이종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