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 반값 등록금이 이슈화 된 지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이후 대부분 대학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매년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고, 정부는 국가장학금과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평가하지만, 아직도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대학들은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악화했지만, 전례 없는 사태 속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의 질도 낮아졌는데, 등록금 동결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가 등록금, 동결해도 문제는 여전
지난달 14일 대학공시정보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올라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회의록 분석 결과, 약 97%의 대학이 1학기 학부 등록금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한 곳이었고, 인하한 대학은 단 세 곳이었다.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를 1.2%로 공시했는데, 1.2% 인상은 대학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수치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연간 4,000억 원을 지원해주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학’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1.2% 인상분보다 더 큰 국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교육부의 오랜 정책이다.
한편, 지난해 1월 한국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측은 ‘법정 상한선 이내 등록금 인상은 국가장학금 2유형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장제국 회장은 “지난해까지 12년째 등록금이 동결됐고,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교육부는 올해도 물가인상률 3년 치 평균의 1.5배 이내인 1.2%를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공시했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는 의미가 없다.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13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과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재정이 매우 어려워지면서 고등교육재정 부족으로 인한 국제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의 재정은 위기 상황일까.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노조)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2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 857명에게 ‘현재 대학이 위기인지’라고 물은 결과, ‘매우 위기’ 55.2%, ‘위기’ 40.7% 순의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약 96%가 현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어렵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10년 대학의 재정 상황이 어떨지’ 물은 결과, ‘심각해질 것’ 53.8%, ‘매우 심각해질 것’이 26.1%였다. 이에 부산대 재무과 김승섭 예산팀장은 “2021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의 세입 감소 및 12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재정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등록금 인하는 학생들이 누리는 교육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역시 지난 1월 8일 등심위를 열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학교 ‘2021학년도 등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해에는 재학생들에게 학업장려를 위해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고 있음으로 등록금 인하보다는 등록금을 동결하고 추후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최초 학생회의 의견은 등록금을 인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돼 3~4분기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등록금 인하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대학과 학생, 각자의 사정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총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뉴노멀 학생회 모델 구축을 위한 대학생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4,450명의 대학생 중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교육 불만족도는 71%에 이르렀고 하반기 대책이 잘 마련되지 않았다는 답변은 56.5%였다. 또한, 84.3%의 학생이 2021년 등록금 재책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전대넷은 지난 1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재논의와 등심위 논의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등록금 재논의를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 전대넷 이해지 집행위원장은 “전국 대학의 99%에 이르는 131개 대학이 1학기 학부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전대넷을 비롯한 많은 대학생의 문제 제기를 통해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이뤄졌지만, 원격수업 및 수업 진행 방식 등 상반기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하반기가 시작됐다. 그러던 중 정보공개센터와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 사람들’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통해 정보를 공개한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강의와 현장 실습비, 국제 교류비 등으로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으며 예산 책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등록금 납부자로서 등록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는 학생들에게 사용 명세를 공개하지 않고, 예산 책정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가오는 2021 등록금의 전면 재논의가 필요함을 뒷받침한다”라고 주장했다.
많은 대학 총학생회가 등록금 동결에 반대했다. 학교 측의 등록금 동결 발표에 반대하며 인하를 요구한 부산대 총학생회 이대훈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1월 5일부터 10일까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학부생 등록금 부담 정도’를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록금 액수에 대해 ‘부적절하다’라는 입장이 87.4%였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응답이 ‘수업의 질은 하락했으나 예년과 같은 액수의 등록금 납부’였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대 총학생회는 2021년 학부생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게 됐다”라고 동결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결정적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이다. 그런데 대학 본부가 제시한 최초 등록금 책정 안의 외부 요인에는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이 단 한 마디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총학생회는 코로나19의 고려 없이 예년과 같은 동결안 심의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표명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부산대 김승섭 예산팀장은 “대학과 학생이 등록금을 바라보는 데에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등록금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물가인상률과 무관하게 1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학교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교와 학생, 계속되는 평행선
이렇듯 등록금에 대한 대학과 학생들의 의견 차는 10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10년간 지속된 학생과 대학의 등록금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을 동결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아니고 대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부담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교육의 비용은 매해 증가하는데 지금 십여 년 동안 등록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건 교육의 질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등록금 동결은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등록금을 조정할 수 있는 법안의 유무에 대해 법률사무소 ‘박재천 법률사무소’의 박재천 변호사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하지 않는 이상 현행 법률 체계로는 조정할 수 있는 법령이 없는 것으로 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 책정과 관련해 학생들의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대학 측에서 인지한다면 문제해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전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감소와 10년 넘게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대부분 학생에게 등록금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에 부족한 재정을 지원한다지만, 선정을 위해 낭비되는 행정력과 실제 필요하지만 지출할 수 없는 재원의 경직성으로 효율적인 지원이라 보기 어렵다. 또 국가장학금으로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지만, 가정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하는 수혜자 선정의 공정성 시비와 사각지대 발생으로 이 또한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와 학생, 그리고 정부가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린다면 등록금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때 그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배은영 기자
baeobab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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