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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혜
여초과에서 온 남자, 남초과에서 온 여자
제 957 호    발행일 : 2021.05.03 

<교육통계연보>의 자료에 따르면 1980년 당시 대학의 학적에 올라있던 재적생은 약 40만 명이었는데, 2010년 200만 명을 돌파하더니 2019년까지 200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190만 명대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22.5%에서 2020년 42.3%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대학의 전공들도 여성과 남성에 대한 벽이 없어졌고, 성별구분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전공이 있고, 이로 인해 여초과와 남초과는 여전히 대학에 남아있다.

금녀·금남의 구역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은 선호 현상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1980년 당시 전국 대학의 경찰행정과, 정치과, 기계설계과, 열공학과, 원자력공학과, 조선공학과, 응용전자공학과, 응용화학과, 도시공학과, 항공기계공학과, 항공운항학과 등에는 여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전공계열별 재적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예체능계열 76.3% ▲교육계열 47.5% ▲의약계열 31.7% ▲자연계열 30.9%(이학 45.1%, 농학 10.2%) ▲인문계열 31.3%(어문학 34.2%, 인문과학 22.3%) ▲사회계열 7.7% ▲공학계열 1.2% 순이었는데, 사회계열과 공학계열에 대한 선호가 매우 낮았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여학생이 없는 전공은 사라졌고, 전공계열별 여학생 비율은 고르게 높아졌다. 2020년 전공계열별 여학생 비율은 ▲의약계열 59.8% ▲교육계열 58.1% ▲인문계열 57.6%(어문학 62.1%, 인문과학 51.6%) ▲예체능계열 55.1% ▲자연계열 45.2%(이학 40.4%, 농학 40.7%, 생활과학 61.2%) ▲사회계열 46.5% ▲공학계열 20.0% 순으로 높았다. 사회계열과 공학계열의 여학생 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공학계열은 여전히 여학생의 비율이 낮다. 반면, 1980년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예체능계열은 여학생 비율이 낮아지고 남학생 비율이 높아졌다.
  한편, 1980년 당시 전국 대학의 비서학과, 아동복지과, 가정학과, 의류직물학과, 가정교육학과, 공예교육학과, 교육심리학과, 유아교육학과, 산업공예과 등의 남학생 비율은 0%였고, 간호학과는 1%, 식품영양학과는 3%였다. 이처럼 과거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분야의 전공을 남성들은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정대학(생활과학대)과 간호대학은 전통적으로 금남의 구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0년 생활과학 계열을 전공하는 남학생 비율은 38.8%, 간호학은 22.6%로 높아져 그동안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금녀·금남 구역으로 여겨졌던 전공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녀가 선호하는 전공은 남아 있다. 2020년 <교육통계연보>를 바탕으로 남녀 한 성의 비율이 70% 이상인 전공을 정리하면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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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의 여초과, 남초과는?

  우리 학교의 지난달 1일자 재적생 현황을 보면, 재학생과 휴학생 그리고 졸업 유예자를 포함한 총 학생수(학부생)는 17,986명으로 그중 남학생은 11,325명(63.0%), 여학생은 6,661명(37.0%)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1.7배 더 많다. 단과별 성비는 <표2>와 같으며 공대와 전자정보대, 그리고 생활대의 성비 불균형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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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구체적으로 남녀 한 성의 비율이 70% 이상인 학과를 정리하면 <표3>과 같은데, 우리 학교 역시 프랑스어·문학, 유아교육학, 의류·의상학, 간호학, 미술·조형 전공의 여초 현상과 공학 전공의 남초현상이 뚜렷해 전국적인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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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초과생과 남초과생의 이야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으니, 통계 속 숫자보다는 재학 중인 학생들의 이야기가 현재 학과의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알려줄 것이다. 여초과와 남초과에 재학 중인 아동복지학과 남학생과 공과대학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자의 요청으로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Q1. 여성(남성)으로서 남초과(여초과)를 다니는 데 불편함은 없었나요?

여학생  남초과라고 해서 큰 불편함은 없어요. 다만 학과의 공부량이 많은 편인데, 남자인 동기나 선배보다 체력이 조금은 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부량이 부족함을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체력이 좋은 남자들이 조금은 부러워요.

남학생  처음에는 아무래도 동성끼리 지내는 것이 편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자 동기들이랑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는 다르게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학과 특성상 복지와 보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아요. 학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오히려 먼저 편하게 다가와 줬어요.

Q2. 여초과(남초과)를 다니면서 느꼈던 장점이 있나요?

여학생  장점과 단점 모두 남초과라는 거에요. 남초과라서 여학생끼리 단합이 잘 됩니다. 또 교수님들이 여학생들을 정말 잘 챙겨주세요. 단점은 남초과라 여자가 적다는 것이죠. 이성 동기와 친해질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선이 존재한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겠네요.

남학생  우리 학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학우들이 이야기에 집중해주고 공감을 잘해줘요. 그래서 저도 이야기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그리고 여학우가 많다 보니 여성만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면, 연애사 같은 거요. 또 웃음이 많고 다들 유머 감각이 있어서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생활하고 있어요.

Q3. 동성 동기들이 적고, 특히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동기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여학생  저희 동기들은 저를 포함해서 총 8명이었어요. 그중에서 같은 나이가 5명이라, 이 5명이 서로 의지하고 함께 여행도 가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힘든 건 따로 없고, 소수라도 그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고, 고마웠어요. 소수이다 보니 오히려 서로 더 의지하고 배려하며 친해질 수 있었어요.

남학생  저는 ROTC를 지원했는데 ROTC는 졸업하고 군대에 가니 동기들과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요. 만약 ROTC를 지원하지 않고 군대 전역 후 복학을 했다면 적응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Q4. 여초과(남초과)라서 경험했던 일화가 있나요?

여학생  여학생이 적어서 학과 교수님을 비롯해 선후배들이 학과 전체 여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대부분 알아요. 한번은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이 “너 몇 학번 누구 아니니?”라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거예요.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학과 선배였어요. 여학생이 적으니 이 정도 관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진 않아요. 학과 선배를 알아보지 못해 조금 미안했죠.

남학생  과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여자 동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서 혼자 우물쭈물하고 있었어요.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남자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 줬는데 그때 되게 고마웠어요.

Q6. 과 학생회나 행사 참여는 잘하는 편인가요?

여학생  저희는 여자가 적다 보니 여학우 모임이 따로 있어요. 보통 학기 초에 대략 20~30명이 만나 여학우끼리 친목을 다져요. 그때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친해진 선배에게 수업 정보도 얻으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요.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 너무 아쉬워요.

남학생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다들 어려움 없이 잘 참여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매년 과 학생회에 참여하는 남자는 1~2명이거나 아예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청일점의 부담감이 크지 않나 싶어요.

Q5. 아무래도 전공을 살려 사회로 진출하실 텐데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여학생  저희 과는 보통 현장 관리직을 많이 해요. 저는 남자들과 똑같이 작업복을 입고, 제가 맡은 역할을 하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여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거나, 뒤에 숨어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남학생  사회복지사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Q7. 같은 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동성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여학생  남초과라고 해서 여자들이 특별 대우를 받거나 무시를 당하는 것은 없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멋진 사람이 되세요!

남학생  현재 학과 학생회 사업으로 멘토.멘티제가 운영되는데 이를 통해 선후배 간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돼요. 전반적인 과 분위기도 좋으니, 고민하지 마시고 도전하세요.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학문을 배우지 못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과감히 발을 디딘 선배들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남녀가 서로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존중해줄 때, 성별로 능력을 판단 받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앞날을 기대해본다.


홍지혜 기자
avfgg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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