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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은영
대학교육의 보편교육화, 고등교육재정지원 법제화 필요
제 959 호    발행일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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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한다’라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2년제 대학 중퇴 이상의 학력을 가진 우리나라 성인은 약 1,955만 명에 이른다. ‘고등교육의 보편교육화’가 이미 실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대학은 계속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 악화를 호소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고등교육을 보편교육으로 인정하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시작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8조 1항은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무교육은 일정한 나이가 된 국민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편교육(보통교육)으로, 국가가 모든 교육재정을 부담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학교 교육과정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초·중등교육법> 제10조의2(교등학교 등의 무상교육)에 근거해 많은 부분에서 고등학교의 무상교육도 이뤄진다. 이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보편교육으로 보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영향을 미친 정책으로 보인다. 여기서 보편교육이란 “국민 또는 사회인으로서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지식과 교양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반면, <고등교육법> 제28조(목적)에 명시되어 있는 대학교육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 같은 법 제7조(교육재정)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재난 등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의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고등교육은 보편교육이 아니라 전문화된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교육이고, 전문교육의 교육재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원하고, 의무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고등교육 예산은 매년 국가예산편성과정을 통해 유동적으로 편성한다.

이미 보편교육화된 대학교육

  그런데 이제는 고등교육도 보편교육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질이 낮아져서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반고를 졸업한 학생 35만 9,885명 중 79.4%인 28만 5,888명이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7%였던 2019년 대학 진학률보다 상승한 수치다. 이에 대해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이론적으로 진학률이 보통 60% 이상을 넘어서면 보편교육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 대학 진학률은 이를 훨씬 넘어서는 79.4%가 됐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은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학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육학회 정일환 회장은 “고등교육의 보편교육화는 더 많은 국민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등교육을 받음으로써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가적으로는 국가·사회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 성장을 위해선 질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많이 양성돼야 한다. 고등교육의 보편교육으로서의 가치도 여기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등교육이 이미 보편교육이 됐지만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의 신입생 충원 부족 문제를 넘어 재정 악화와 직결된다. 특히 수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한 상당수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이에 대응한 대학의 질적 발전도 필요한 시점인데 상당수 대학이 재정문제로 아무 준비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처음 발의됐지만, 법제화에 실패했다. 이후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보편화된 대학교육에 국가 지원 절실

  지난 4월 12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대학 관련 9개 단체가 충북도청 앞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 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무상교육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박정원 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교육기본권을 영위하기 위해선 지역마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그 대학에 재학하던 학생들이 일차로 난관에 빠지게 되며, 근무하던 교수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생기게 돼 교육기본권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대학 공교육비 중 정부재원 비중은 38.1%로 OECD 평균인 68.2%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국민 1인당 GDP 대비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비중도 25.9%로 OECD 평균인 36.4%보다 낮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미흡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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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연덕원 연구원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기준인데,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한참 뒤진다. OECD 평균 수준으로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높여야 한다. 1인당 공교육비를 높여야 대학의 질을 높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일환 회장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보편화 단계에 진입한 지 약 30년이 지났지만, 국가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 전망을 토대로 한 고등교육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같은 법제화를 통해 고등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일환 회장은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에 대해 “첫째,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비전과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에 걸맞은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의 공공재정 투자 규모를 OECD 평균 수준(GDP의 1.1%)으로 확대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 셋째,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전제로 학령인구 감소시대 대학구조개혁을 견인해야 한다. 넷째, 자율적 대학구조조정을 견인하기 위해선 한계 대학 또는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한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청산을 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명실공히 보편교육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대학교육의 보편교육 시대에 걸맞은 고등교육정책이 마련돼야 함을 뜻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 계속되면 우리의 대학교육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바로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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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영 기자
baeobab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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